▲한효주는 <동이>를 통해 MBC 연기대상 대상과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MBC 화면 캡처
1980년대 <조선왕조 오백년> 시리즈를 연출했던 이병훈 감독은 1999년 최완규 작가가 쓴 <허준>을 통해 '사극의 대가'로 우뚝 섰다. <상도>까지 최완규 작가와 함께 했던 이병훈 감독은 2003년 김영현 작가가 집필한 <대장금>을 크게 히트 시켰다. 이병훈 감독은 2007년 <이산>을 시작으로 2012년 <마의>까지 세 편 연속 김이영 작가와 호흡을 맞췄는데 <동이>는 '이병훈-김이영 콤비'의 두 번째 작품이다.
<동이>는 방송 시점으로 보면 2007년에 방송됐던 <이산>보다 3년 늦게 방송됐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숙종 시대를 다룬 <동이>가 영·정조 시대의 이야기를 다룬 <이산>보다 시기적으로 앞선다. 특히 <동이>에서 한효주가 맡았던 숙빈 최씨는 <이산>에서 이순재 배우가 연기했던 영조의 생모이기 때문에 '이병훈 사극'의 세계관에서는 '한효주가 이순재 배우를 낳았다'는 복잡한 족보(?)가 탄생하게 된다.
<동이>는 SBS가 창사 20주년으로 많은 제작비를 투입해 만든 대작 <자이언트>와 박유천, 송중기, 유아인 등 청춘 스타들이 대거 출연하며 타깃 시청층이 확실했던 KBS의 <성균관 스캔들>과 맞대결을 벌였다. 실제로 <동이>는 이병훈 감독의 전작인 <대장금>이나 <이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청률이 썩 높지 않았다. 하지만 <동이> 역시 최고 시청률 29.1%를 기록하며 '이병훈 사극 불패 신화'를 이어갔다.
다른 작품에서 숙빈 최씨가 여리고 순종적이거나 권력 지향적인 캐릭터로 그려지는 것과 달리 한효주가 연기한 <동이> 속 숙빈 최씨는 밝고 명랑하며 정의로운 캐릭터로 표현됐다. 특히 이병훈 감독의 다른 사극에 비해 러브 라인이 크게 강조됐다. 동이가 한성부 판관으로 알던 숙종(지진희 분)이 임금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당황해서 "주상마마", "상감전하"라고 부르는 장면은 마치 시트콤을 보는 듯하다.
대부분의 사극 드라마가 마찬가지지만 <동이> 역시 '숙종시대의 숙빈 최씨가 주인공인 드라마'라는 설정을 제외하면 많은 각색이 이뤄진 '가상 역사극'이라고 구분하는 것이 정확하다. 특히 권선징악을 추구하는 이병훈 감독의 연출 특성상 숙종과 인현왕후, 서인, 노론은 선으로, 희빈 장씨와 남인들은 철저한 악으로 설정됐다. 따라서 '<동이>를 통해 역사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이소연이 재해석한 '희대의 악녀' 장희빈
▲이소연은 장희빈 캐릭터를 새롭게 해석한 연기로 시청자들의 극찬을 받았다.
MBC 화면 캡처
<대장금>에서 장금이(이영애 분)에게 눈물 나게 헌신적이었던 동부승지 민정호를 연기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지진희는 이병훈 감독과 7년 만에 재회한 <동이>에서 숙종 역을 맡았다. <동이>에서 숙종은 사극에서 로맨틱 코미디를 찍는 듯한 유쾌한 캐릭터로 그려졌다. 물론 희빈 장씨와 인현왕후 사이에서 휘둘리던 여느 드라마와 달리<동이>의 숙종은 자상하고 선하면서도 능동적인 왕으로 그려졌다.
수 십 년 동안 많은 사극에서 '희대의 악녀'로 주인공을 도맡아 했던 희빈 장씨는 <동이>에서 숙빈 최씨에 밀려 서브 주인공으로 전락했다. 하지만 장희빈을 연기한 이소연이 장희빈의 캐릭터를 잘 표현하면서 주인공 동이에게 뒤지지 않는 존재감을 보였다. 장희빈은 숙종의 마음이 동이에게로 가는 것을 지켜본 후 흑화해 악역이 됐지만 사약을 받고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도 도도함을 잃지 않았다.
어느덧 데뷔 20주년을 맞는 배우 박하선은 아직 신인 티를 벗지 못했던 시절 <동이>에서 인현왕후를 연기했다. 인현왕후 역시 장희빈 못지 않게 연기하기 어려운 캐릭터지만 박하선은 특유의 단아한 외모와 차분한 목소리로 인현왕후를 잘 표현하면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박하선은 <동이> 이후 2011년 김병욱 감독의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 출연하면서 주연 배우로 성장했다.
<주몽>에서 소서노(한혜진 분)의 책사 사용 역으로 주목을 받았던 배수빈은 <찬란한 유산>에 이어 <동이>에서 또 다시 한효주와 함께 출연했다(당시 한효주와 배수빈은 소속사가 같았다). <동이>에서 배수빈이 연기한 차천수는 동이를 두고 숙종과 연적이 되는 '서브 남주'였지만 동이와 숙종의 러브 라인이 강조되면서 비중이 크게 줄었고 결국 차천수는 <동이>에서 '비운의 캐릭터'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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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효주가 이순재 배우를 낳은 '이병훈 유니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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