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딸>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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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과 <웜바디스>의 절묘한 조화라고 할까. 좀비물의 온정 어린 진화라고 해도 좋고. <좀비딸>은 여러모로 친숙한 레퍼런서들을 호출하면서도 끝끝내 제 호흡을 잃지 않는 유려함을 자랑한다. 파격이나 도전, 확장과 같은 길은 철저히 배제한 채 원작 팬들을 포함해 너른 관객층을 고루 안배하는 가운데 후반부 자기만의 인장을 찍기 위한 노력도 포착된다.
하루아침에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했다. 맹수 전문 사육사 정환(조정석)은 어머니 김밤순(이정은)이 홀로 사는 고향 시골 마을로 떠나는 게 상책이라 판단, 딸 수아(최유리)와 함께 가까스로 차에 오른다. 문제는 바로 그 직전 수아가 아이 좀비에게 팔을 물렸다는 것. 정환은 차마 수아를 버릴 수도, 죽일 수도 없다.
<좀비딸>은 초반부 이 단단한 설정을 관객들에게 던져주고는 직진과 압축의 미학을 선사한다. 원작 보지 않은 관객들도 무리 없이 따라잡을 법한 속도와 정보, 확실한 캐릭터 구축을 통해 풀어내고자 하는 설정과 갈등들을 단계적으로 해결해 나간다. 그 사이사이 정서적인 완급 조절에 성공한다.
기억이 되살아나면 좀비 바이러스도 둔화한다. 할머니의 사랑(?)의 매나 보아의 'NO.1'을 들려주는 것처럼 좌우당 간 수아의 기억이 관건이다. 사람을 물지 않게 하기 위한 물리적 훈련도 병행해야 한다. 좀비 바이러스 없는 마을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수아의 존재는 철저히 숨겨야 한다. 수아의 존재를 알게 된 동네 친구 동배(윤경호)는 조력자를 자처하고, 첫사랑 연화(조여정)의 등장은 갈등 요인으로 부각된다. 이 모든 과정에 정환의 부성애가 점철돼 있다.
그 부성애가 나름의 윤리의식이나 정치적인 균형감으로 귀결되는 방식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중후반부 수아가 좀비에서 보통 사람으로 가까워질때 그런 주제 의식은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좀비딸' 수아는 숨겨야 하는 존재지만 치유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되지 않은 상태다. 정환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사이, 좀비 바이러스는 점점 소강상태를 맞는다. 치료제도 나올 태세다.
수아는 정환으로선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존재이지만 시야를 넓히면 소수성이나 타자성으로 치환할 수 있는 대상이기도 하다. 그런 정환에게 위협을 가하는 것은 국가이자 체계요, 소수를 배척하고 배제하는 다수다. 세상에 남은 마지막 좀비 딸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정환의 부성애는 "우리 아이에게는 장애가 있어요"라며 절규하던 <말아톤> 속 엄마의 모성애와 다른 듯 본질적으론 닮아있다.
<좀비딸>이 중후반부를 마치 우리 모두가 겪어낸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연상시키게끔 묘사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웃음기를 잃지 않은 채로 크게 정색하지 않을 뿐이지 바이러스에 대한 은유를 숨길 의도도, 방점을 찍을 생각도 딱히 없어 보인다. 안전하고 안정적이란 표현이 더 없이 어울린다.
<좀비딸>이 제시한 흥행 정답노트
▲영화 <좀비딸>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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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딸>은 다른 걸 다 제쳐두고서라도 한국 상업영화 사상 고양이를 가장 길고 다채롭고 귀엽고 이쁘게 찍은 작품으로 기록될 것이다. 동물들을 의인화한 원작의 설정을 어떻게든 영상 언어로 치환하고자 하는 노력에서 비롯된 고육지책일 텐데 그 정서적 효과가 상당하다. 단행본 7권짜리 분량을 압축할 때 요구되는 어려움을 장점으로 승화시킨 효과적인 설정이자 원작과 경쟁해야 하는 <좀비딸>의 운명을 압축한 캐릭터라고 할까.
그 어려움을 이겨내는 많은 몫은 배우들에게 돌아가야 할 것 같다. 저 멀리 <건축학개론>을 시작으로 '조정석표 코미디'를 기꺼이 받아들여 온 관객들은 이번에도 서민적인 친근감으로 무장한 조정석의 부성애 연기에 공감을 표할 가능성이 높다. 수아 캐릭터의 기능적 역할을 상쇄할 정도니까. 다소 기능적인 수아 캐릭터의 원작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이정은, 윤경호, 조여정의 연기도 <인질> 후속작으로 인기 동명 원작을 영화화한 필감성 감독의 균형감을 완성시켜 준 천군만마들이다.
<좀비딸>은 올여름 흥행 승자로 군림할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한없이 쪼그라든 영화판이라고 하지만 <좀비딸>에 보내는 관객들의 관심과 호감은 가뭄의 단비임에 틀림이 없다. 다만 숙제도 한 가득이다.
300억 짜리 대작 <전지적 독자 시점>이나 마블 신작 <판타스틱4>에도 냉대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는 우리 관객들이 진짜 원하는 걸 가늠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할 테니. 그 답이 매끄러운 서사와 안정적인 연출과 연기, 흥미로운 소재 등 정답노트에 이미 나와 있다고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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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칼럼니스트 및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전 FLIM2.0,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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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첫날 43만 '좀비딸', 극장산업 구원투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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