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포스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미친 상황의 연속... 그러나 설득된다
<매즈>는 말 그대로 미친 상황의 연속이다. 신나는 밤일 줄 알았던 로맹의 하루가 웬 여자의 등장부터 통제할 수 없이 미쳐 돌아가는 가운데, 영화는 2014년 <버드맨>이 그러했듯 끊김 없는 원테이크처럼 보이는 촬영으로 그 뒤를 쫓는다. <버드맨>이 주인공 리건 톰슨(마이클 키튼 분)의 망상과 현실의 경계를 뒤따르며 관객을 혼란케 했듯, <매즈> 또한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또 어디까지가 비현실인지를 종잡을 수 없도록 한다. 관객은 로맹이 마주한 최악의 날을 실시간으로 뒤따르며 대재앙, 즉 아포칼립스의 시작점을 함께 체감한다.
영화는 로맹을 시작으로 그가 사 온 마약을 건넨 애인 아나이스로 옮겨가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 절묘한 교차로부터 영화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던 그녀가 이내 로맹처럼 충격과 공포 속에 무방비로 던져지기까지의 시간을 비춘다. 그저 길 가에 있던 여성으로부터 온 도시가 광기와 폭력에 점령되는 모습이 단 한 사람의 시선에 담겨 그려진다. 일인칭 실시간 연출의 한계보다도 그것이 갖는 장점, 즉 직접 체험을 하는 듯한 현실감을 <매즈>는 극대화하고 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에게 쫓기고, 또 좀비화된 존재들에게 쫓기는 상황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없는 개인의 무력함과 공포감이 <매즈>를 움직이는 주된 동력이다. 그저 살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리지만, 체제가 붕괴하는 상황 속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 수 없는 혼돈이 관객에게까지 미쳐온다. <매즈>는 그 형식과 연출의 참신함에 더하여 적절한 배우의 출중한 여기로써 관객을 잠식한다. 좀비가 더는 새로운 존재가 아니고, 단지 달리고 전염시킨다는 사실만으로 파격을 더 할 수 없는 세상에서 영화를 나아지게 할 방법을 고심한 결과다. 나는 그것이 상당히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다.
<매즈>는 화면 가운데 좀비와 인간의 사투를 얼마 내보이지 않는다. 체제와 질서가 붕괴하는 대재앙을 통상의 블록버스터며 좀비물이 비추던 방식으로 연출하지도 않는다. 철저히 주인공을 뒤따르는 카메라는 재앙 속 도시의 지극히 일부만 보이지만 그로부터 세상이 얼마만큼 많은 재난과 마주하고 있는지 알도록 한다. 로맹과 아나이스 단 두 명으로 내보인 재난이 도시 속 인구수만큼 더 많이 존재할 것을 자각하게 하는 것이다. 그저 통계 위 숫자가 아닌, 쫓기고 내달리면서도 상황을 제대로 알 수 없는 공포가 관객마저 차츰 전염시켜 간다. <매즈>는 그로부터 이 시대 좀비물이 존재할 수 있는 위치를 새로이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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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