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리거>의 한 장면.
넷플릭스
한편 경인서부경찰서 도명파출소 순경 이도는 신분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총기 사건의 진상을 쫓는다. 그는 특수부대 출신으로 총을 잘 알았지만 어렸을 때 눈앞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총을 멀리하고 있었다. 그 앞에 난데없이 나타난 문백, 전직 동월산업 기술산업부 기술영업대리라고 한다. 둘은 따로 또 같이 복잡해지는 총기 사건을 파헤친다. 엄중한 사건들은 어디로 어떻게 흐를 것인가.
더 이상 총기 청정국이 아닌 지금, 시의적절하다
예로부터 한국은 지진, 마약, 총기 청정국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모두 다 일어나고 있다. 그중 지진과 마약은 여느 일상에 깊숙이 들어온 지 오래다. 그래도 총기는 괜찮지 않을까 싶지만, 군인들이 총기를 탈취해 탈영하는 사건이나 군대 내부에서 총기 난사를 일으킨 사건이 이어져 왔다. 충분히 사건이 이어질 여지가 있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지난 2016년 '오패산터널 총격 사건'이 일어났고 올해 2025년 '인천 송도 사제 총기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하여 우리나라는 더 이상 총기 청정국이 아닌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리거>가 만들어져 공개된 타이밍이 시의적절하다. 그 자체로 총기에 대한 경각심이 최소한으로나마 자리 잡았을 테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리거> 포스터.
넷플릭스
미국의 경우 총기 합법화 논란이 오랫동안 이어져 오고 있다. 이면에 거대 산업체들이 도사리고 있지만 구도는 바뀌지 않는다. '총기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와 '총기는 더 큰 범죄를 낳을 뿐이다'가 서로 맞물려 도돌이표의 양상이 계속된다. <트리거>는 이 구도를 극 중 총기 사건 양상으로 가져왔다.
극 중 총기 사건 가해자들은 모두 나름의 이유로 총을 든다. 타인이 보기에 이해되지 않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겠으나,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총을 든다. 그런데 막상 총을 들고 쏘면 문제가 생긴다. '더 큰 범죄'로 나아갈 소지가 다분하다. 타인을 살해하는 일이니까 말이다. 과연 사람을 죽이는 총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총이 될 수도 있을까.
확실한 미덕이 있으나, 이런 식이면 안 된다
<트리거>는 10화 분량으로 결코 짧지 않음에도 한달음에 볼 수 있는 흡입력을 지녔다. 액션과 생각 거리들이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와중에 이도와 문백의 두 주요 캐릭터가 여러 면에서 팽팽하게 맞서는 형국인 덕분일 것이다. 앞서 말했듯 시의적절하기도 하니 확실한 미덕이 있다. 그런데 이런 식이면 안 되는 게 아닌가 싶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리거>의 한 장면.
넷플릭스
아무리 영화적 설정이라고 해도, 총기 반입과 유통과 총격 사건 내내 공권력의 무능함이 비현실의 한도치를 한참 넘어선 것 같다. 어떻게 그 많은 총기가 그토록 쉽게 국내로 반입되어 그토록 쉽게 배달되며 그토록 쉽게 총을 쏴버린다니 말이다. 심지어 경찰서로 쳐들어 온 한 명을 제압하지 못해 무수한 경찰이 다치고 죽는다.
뿐만 아니라 총격 가해자들에게 하나같이 적절한 사연을 붙였다는 점이다. 제아무리 치명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해도 타인을 죽인다는 건 다른 차원의 얘기다. '가해자가 되는 피해자'라는 프리미엄 설정에 '총'을 붙여 이야기를 손쉽게 또 흥미롭게 풀어 나가려 한 의도는 알겠으나, 너무 많이 나간 것 같다. 좋은 소재를 적절히 사용하지 못했다.
종합해 보면 <트리거>는 대중에게 웬만한 사랑을 받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식으로 '총' 자체를 소재로 다룬 경우는 본 적이 없을뿐더러 액션으로 잘 버무렸으니 즐기는 데 무리가 없다.
반면 좋은 평가를 받긴 힘들 것이다. '총'이라는 좋은 소재를 너무 나이브하게 사용해 버린 게 아닌가 싶다. '총' 자체에 좀 더 깊이 천착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흥행에 성공해 후속작이 제작되면 그 부분에 천착해 봄이 어떨까.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공유하기
물 건너간 '총기 청정국'... '트리거' 시의적절하지만 이건 아니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밴드
- e메일
-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