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범 잡은 택시기사스틸컷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내가 모는 택시에 살인범이 탔다
주연은 택시기사 승범이다. 회사에 고용된 사납택시 기사로, 오늘 근무시간이 끝나가는 모양이지만 어찌저찌하다 차를 가로막은 웬 사내를 마지막으로 태우게 된다. 일진이 사나운지 이 승객은 도저히 정상은 아닌 모양인데, 친구와 통화하며 제가 누구를 죽였다는 이야기를 취해 나불거리기에 이른 것이다. 이를 그대로 들은 그가 파출소에 차를 세우려다 겁이 나서 차마 그리하지 못하는 과정이 이 영화 <살인범 잡은 택시기사>의 도입을 장식한다.
30분의 결코 짧지 않은 러닝타임 동안 <살인범을 잡은 택시기사>는 다양한 승부수를 준비한다. 도입에서 예기치 않은 승객과의 긴장감 있는 동승이 그러하고, 이후엔 승범이 직접 살인범을 찾아서 그를 태운 곳으로 향하는 이야기가 그러하며, 이로부터 생겨난 또 다른 소동이 또한 그러하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이야기는 마침내 제가 겪었던 일을 이번엔 살인범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반복하는 드문 설정으로 이어지는데, 이것이 전과 같지 않은 결론에 봉착하는 것이 이 영화 <살인범 잡은 택시기사>의 재미라고 하겠다.
임승범, 이종성, 이선민, 황재필 등 독립영화판에서, 또 유튜브 등에서 제법 얼굴을 알린 재능 있는 이들이 두루 출연하는 작품이다. 앞서 김태리의 경우가 그러했듯, 김소연은 이번에도 배우의 매력을 한껏 살리는 연출력을 어김없이 과시한다. 다시 말해 <살인범 잡은 택시기사>는 인물이 극한의 상황에 놓이는 구성 가운데 배우들이 제 역량을 선보일 수 있는 시험대가 되어준다. 이를 즐기는 것 또한 영화의 분명한 재미가 되어줄 테다.
▲살인범 잡은 택시기사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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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안 기사와 승객의 미묘한 관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엑스라지는 흔한 영화의 규격을 넘어서는 기발한 단편들을 소개하는 창이다. 영화제 측은 '짧지만 한계 없는 가능성의 상찬'이라 이 섹션을 소개하는데, 장편 영화가 포착하지 못하는 폭넓은 이야기와 세계관을 담은 단편 영화만의 매력으로 가득한 작품들을 만나는 섹션이란 이야기다.
<살인범 잡은 택시기사>도 채 2%가 되지 않는 작품만이 살아남는 치열한 경험을 거쳐 엑스라지 섹션에 든 작품이다. 영화제 측은 이 영화의 수준급 만듦새에 더해 반복이 주는 특별한 감상을 스릴러와 드라마 사이를 오가며 활용한 아이디어에 높은 점수를 준 듯 보인다.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분위기 속에서 택시에 탄 기사와 승객이 갖는 미묘한 관계성을 영화는 주요한 재료로 삼는다. 실제로 기사와 승객 사이의 관계란 스릴러가 관심을 가질 밖에 없는 것이다. 택시 안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기사는 주인이고 승객은 객이란 점에서 주도권이 기울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기사는 서비스제공자이고 승객은 손님이란 점에서 또한 권력관계가 생길 수도 있는 일이다. 둘 사이엔 서로가 우위에 서는 지점이 분명히 존재하며 약간의 상황이 변화함에 따라 그 관계성 또한 미묘하게 바뀌게 마련이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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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으로부터 낯선 감상을
심지어 기사와 승객이 전에 본 적 없는 낯선 사이란 점도 재료가 될 수 있다. 좁은 공간에서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두 사람 사이에 유대감이 싹틀 수도, 전에도 본 적 없고 앞으로도 볼 일 없는 사이란 점에서 익명성이 강조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중 어느 지점을 증폭하고 다른 지점을 축소하느냐에 따라 영화가 나아갈 수 있는 방향도 여러갈래로 나누어질 수 있겠다.
또한 택시기사가 살인범을 비롯해 범죄자 승객을 검거했다는 이야기, 보이스피싱을 당하는 승객을 구해냈다는 이야기, 자살을 하려는 이를 막아세웠다는 이야기 등 다양한 뉴스를 확인할 수 있다. 반면 택시기사가 승객에게 강도행각을 벌이거나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뉴스도 숱하게 마주한다. 택시가 가진 특별한 공간성과 관계성을 영화가 만지작거리곤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살인범 잡은 택시기사>는 30분의 러닝타임 동안 두 명의 택시기사, 두 명의 승객을 연달아 보여주며 같은 듯 보이지만 다른 관계성을 드러낸다.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분위기가 관객에게 흥미로운 감상을 일으킨다. 어찌 보면 단순한 착상과 전개일 수 있겠으나 이 영화를 두고 호평을 내어놓는 이가 많은 건 익숙함 가운데서 낯선 감상을 끌어내는 영화적 선택 때문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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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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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택시에 살인범이 탄다면? 장르적 매력 터지는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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