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아스 거스키의 'F1 피트 스톱 I'. '피트 스톱'은 레이스를 펼치는 차가 연료 보충과 타이어 교체를 위해 중간에 멈추는 것을 말한다.
전영선
그런데 영화를 보니 그때 사진에 담긴 장면이 확연하게 다가왔다. 영화에서는 정비원들이 자동차를 둘러싸고 벌이는 상황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F1에서는 경기를 펼치는 차들이 종종 정비원들이 대기 중인 장소로 진입하는데, 이는 연료를 보충하고 타이어를 교체하기 위해서이다(이를 '피트 스톱'이라 한다). 이 시간은 레이싱 기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데 영화에서는 이러한 장면을 자주 보여준다. 내게는 그들이 손에 연장을 불끈 쥐고 차를 기다리는 장면이 속도감 있는 질주 장면만큼이나 인상적이었다.
영화가 영상예술임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영화에서조차 영상미보다 서사를 중시한다. 그래서 수작으로 꼽는 영화들도 대부분 서사가 뛰어난 영화들이다(<기생충> <우리들> <김씨표류기> 등이 남편이 수작으로 꼽는 영화들이다).
반면 나는 서사가 부족해도 영상, 음악, 서사, 연기 중 그 어느 하나만 뛰어나도 영화를 재미있게 보는 편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남편에 비해 좀 더 대중적인 취향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이번< F1 더 무비 >에서는 음악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영화를 보며 강렬한 비트에 나도 모르게 발을 굴리며 장단을 맞추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난 뒤 음악을 담당한 이가 누군가 찾아보게 되었다. 그런데 찾고 보니 어마어마하다. 바로 <레인 맨> <라이온 킹> <다크 나이트> <인셉션> 등의 영화음악을 작곡한 한스 짐머다. 와우!
음악 중에서도 가장 귀에 꽂히는 곡은 역시 메인 테마 'F1'이다. 중독성 강한 반복적인 비트와 비장미가 마치 레이싱 출발선에 선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곡이다. 이 곡은 2025 벨기에 그랑프리 오프닝 타이틀에 사용되기도 했다고 한다.
오랜만에 남편과 함께한 야밤 영화 관람은 별다른 이벤트 없이 끝이 났다. 시간이 너무 늦어 카페에서 담소를 나누는 시간조차 갖지 못하고 후덥지근한 밤거리를 각자의 보폭에 변화도 주지 않은 채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니 데이트를 마치고 들어온 둘째만 집을 지키고 있었다. 영화가 어땠냐는 둘째의 물음에 아빠의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한바탕 웃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잠시나마 두런두런 이야기 꽃을 피웠다. 덕분에 남편도 나도 기분 좋은 한밤을 맞았다. 작품성이 좋건 말건 역시나 영화는 감성을 풍성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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