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여진 뉴스타파 기자
홍여진 제공
- 5월 19일 시화 공장에서 일어난 사고는 기계의 노후화 때문인가요?
"저희가 보도했듯이 기계 노후화 때문만은 아니라고 보고요. 이렇게 안전을 등한시하는 기업의 관행과 구조와 문화, 기계의 노후화 그런 문화가 있으니까 기계 노후화돼도 안 고쳤겠죠. 그리고 생산직 노동자가 정비까지 해야 되는 그 문화가 있어요."
- 노동자가 정비까지 한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 기계가 고장 나면 전문가가 와서 고쳐야 되잖아요.
"그래야 되는 게 정상이잖아요. 우리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도 기계를 정비하거나 청소하거나 할 때는 기계를 멈추고, 정비 하라고 되어 있어요. 근데 그걸 여기는 빨리 해야 되니까 사람 부를 시간이 없다는 게 동료 노동자들의 설명이에요. 기계가 완전 부숴져서 멈추면 정비 담당하는 공무 팀을 불러도 되는데 그게 아닌 이상 알아서 해결하면서 기계가 계속 굴러가도록 하라고 했다는 것이 지금 SPC 계열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증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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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C 6개 계열사에서 일어난 산업 재해가 5년 동안 881건이면 너무 많은 거 아닌가요?
"제 생각에는 더 많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보는데요. 2020년~2024년까지 5년간 산재를 신청한 건은 947건이었는데 이 중에 승인된 게 881건인 거예요. 그리고 881건 중 616건은 '사고 산재'나머지 94건은 '질병 산재' 그리고 출퇴근 산재가 171건이었어요. 산업재해 중에서도 사고 재해가 굉장히 많았다는 뜻이거든요. 제 생각에는 산재 인정된 것만 이만큼이라서 알려지지 않은 산재는 더 많을 수도 있죠."
- 혹시 다른 기업과 비교가 가능한가요?
"근데 제빵만 전문하는 기업은 많지 않아요. 그래도 비교를 해보자면, 예를 들어 이런 통계는 있어요. 식약처에서 제과·제빵 업계 생산실적 통계를 내요. 2024년도 생산실적 상위 20개 기업 중 6개 기업이 SPC 계열사에요. 파리크라상이 1위고요. 2위 롯데웰푸드, 3위 CJ푸드빌 순이고요. SPC삼립이(6위), SPL(8위), 샤니(9위), 비알코리아(15위), 호남샤니(18위) 등 SPC 계열사가 상위권에 포진해 있죠. 20개 기업 중 SPC의 생산액 점유율은 33.9%인데요. 전체 4조 4천억가량의 제과제빵 생산액 중 1조 5천억가량이 SPC 계열사 실적이죠. 산재 사고 비중은 이보다 높은 40.5%나 돼요."
- 허영인 SPC 그룹 회장이 2022년 사망 사고 후 대국민 사과했잖아요. 근데 그 후에 한 건 보여주기만인가요?
"당시 허영인 회장이 약속했던 게 '다시는 사망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2025년 말까지 총 천억 원을 투자해서 그룹 전반의 안전 경영시스템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이번 저희 다큐에도 나오지만 그 천억 원을 어디에다가 썼는지 알 수가 없어요. SPC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금까지 한 835억 원 정도를 투자했다고 해요. 하지만 그게 세부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투자한 건지는 공개가 되어 있지 않아요. 저희 보도 보시면 아시겠지만 만약 그걸 제대로 투자했다면 기계에 사람이 접근할 때 자동으로 멈추는 장치인 인터락이라는 기계가 한 대당 500만 원밖에 안 든다는데 안 했을 리가 없잖아요.
이에 대해 SPC는 냉각 컨베이어에 인터락을 설치하는 게 법적 의무 사항이 아니었기 때문에 하지 않았다고 말해요. 그러니까 법적으로 의무가 되는 것들만 투자한 건지는 알 수가 없으나, 현재까지 그 천억 원을 디테일하게 어디에 어떻게 투자를 한 건지 공개되지 않아 알 수가 없고요."
책임자는 나몰라라
- 노동자 대표가 산업 재해에 대해 노동자 탓을 하는 게 이해되지 않아요.
"저도 진짜 그 부분이 가장 충격적이었어요. 우리가 생각하기로는 이런 사망사건 발생하면, 노동조합이 제대로 목소리 내고 시위도 할 것 같잖아요. 근데 지금 조용하죠. SPC삼립의 노동조합이 성명서 한 장을 안 냈어요. SPC삼립 노동조합은 한국노총 산하 전국식품노련 소속입니다. 상급단체인 한국노총 전국식품노련도 기자회견 한 번 하지를 않았어요.
이런 역사는 좀 오래된 거 같아요. 제가 취재하다가 과거 기사를 찾아보니 1987년, 삼립식품(SPC그룹의 전신) 시절, 노동자들이 '어용노조 퇴진,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농성했다는 동아일보 보도도 있더라고요. 당시는 당연히 민주노총이 생기기 전이었으니까, 한국노총 소속 노동조합이었고요. 지금도 대부분 SPC 계열사는 한국노총 소속 노조만 있고, 일부 계열사에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복수 노조로 존재해요. 하지만, 조합원 숫자가 워낙 소수이다 보니 제대로 노조 활동하기 힘든 구조이죠. 회사가 민주노총 소속 노조를 탄압하기도 하고요."
- 허영인 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소 안 됐다고 하던데 이유가 뭘까요?
"지금 중대재해처벌법에는 안전·보건 조치를 위반한 '사업주' 또는 '경영 책임자'가 책임을 지게 되어 있어요. 여기서 말하는 경영 책임자라 함은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요. 실질적인 책임자로 볼 것이냐, 형식적인 책임자로 볼 것이냐죠. 그동안 검사들은 허영인 회장은 실질적으로 그룹 계열사의 임원을 맡고 있지 않기 때문에, 경영 책임자가 아니라고 해석 해왔어요. 그래서 2022년 SPL 사고 당시 책임자로 보지 않고, 기소 안 한 거죠."
- 허영인 회장은 그룹 회장 아닌가요?
"회장인데 본인 스스로 자신은 자문만 하고,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며 책임을 회피했죠. 수사당국도 허영인 회장이 그룹의 회장이고 대주주이지만 SPC 계열사 법인의 등기이사로 올라가 있지가 않다는 이유로, 경영 책임자로 보지 않았고요. 근데 이 계열사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권한이 이미 허영인 회장에 있다는 것은 노조 파괴 혐의 공소장, 그리고 앞선 여러 가지 SPC와 관련된 판결문에도 나와 있거든요.
그리고 계열사 대표이사들은 금방금방 바뀌잖아요. 대표이사는 이사회에서 선임하지만, 그 이사회 임원 선임 권한은 주주총회에 있죠. 그런데 SPC 계열사 지분 대부분은 허영인 회장 일가 소유에요. 이런 구조 속에서 계열사 이사들이 허 회장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실권을 가지고 기업을 운영할 수 있을까요? 이런 부분들을 고려해서 중대재해처벌법 수사 당국인 고용노동부와 검찰이 수사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대표이사들만 입건하고 수사하면, 근본적인 중대재해 예방이 될까요?"
- 중대재해처벌법 취지가 오너를 처벌해야 된다는 거 아닌가요?
"중대재해처벌법에 '오너'라고 명확하게 되어있진 않아요.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에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한 사업주 또는 경영 책임자 등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돼있어요. 여기서 말하는 경영 책임자는 같은 법 2조에 이렇게 정의돼 있어요.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죠. 여기서 말하는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자'를 누구로 볼 것이냐에 따라 처벌 대상이 달라지는 거죠. 그래서 SPC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오랫동안 싸워 온 권영국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이미 오너를 처벌할 수 있게끔 되어 있다. 근데 수사당국이 법 적용을 제대로 안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해요.
일례로 2022년 1월 발생한 삼표산업 중대재해 관련해선, 검찰이 삼표그룹 회장을 경영 책임자로 보고 기소했어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회장을 기소한 첫 사례에요. 그러니까 이게 어떤 때는 회장이 기소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안 되기도 하고 검사의 시각과 의지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중대재해처벌법을 실효성 있는 방향으로 조금 더 명료하게 고칠 필요성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해요."
- 그러면 법만 바꾸면 될까요?
"그렇지는 않은 거 같아요. 법을 아무리 촘촘하게 만들어도 각종 꼼수로 법망을 피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으니까요. 실질적으로 허영인 회장이 사과했을 때가 언제인지 생각해 보면 불매 운동이 엄청 크게 일어났을 때예요. 소비자들이 우리는 좀 더 윤리적인 기업에 다 소비를 하겠다고 하는, 사회적 운동도 함께 가야 기업이 바뀔 거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허영인 회장은 그럴 때 사과했거든요. 그럴 때 천억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지금 보세요. 2022년만큼 그렇게 소비자들의 분노가 높지 않아요. 만약 분노가 엄청 높았거나, 불매운동이 거셌다면 허영인 회장이 이렇게 침묵할 수 있었을까라고 생각해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가장 크게 느낀 건 2025년도에 현재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구나죠, 이런 근무 방식이 합법적이라는 라는 게 너무 놀라웠고, 슬프기도 했어요. 제가 대선 직전에 끼임 사고 2건을 보고 취재를 시작했다고 했잖아요. 다큐 만들고 얼마 후 SPC 계열사에 과로사 사망자도 3명 있었다는 후속보도를 했는데, 그날이 7월 16일이었어요. 그런데 같은 날 한솔제지라는 기업의 공장에서도 30대 노동자가 파지 교반기 안에 추락해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어요.
한솔제지도 제지업계 매출 1등 기업이잖아요. 그런데 노동자가 기본적인 안전장치도 없어서 추락해 숨져야 하는, 정말 70~80년대 후진적인 노동환경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거예요. 이런 뉴스들 보면, 지금 내란을 지나 정권이 바뀌고 새 세상이 됐다고 하는데 정말 새 세상이라고 할 수가 있을까란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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