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84제곱미터> 포스터.
넷플릭스
하여 아파트와 관련된 콘텐츠는 글과 영상을 불문하고 2010년대 이후 꾸준히 만들어졌다. 집값 폭등, 영끌족, 거주 갈등, 층간 소음 등의 소재로 말이다. 피상적으로나마 다루더라도 그 자체로 너무나도 현실적인 소재들이라 많은 이의 공감을 얻었다. 김태준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 84제곱미터 >도 그 일환이다.
김태준 감독은 전작이자 데뷔작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로도 넷플릭스와 협업했는데, 첨예한 사회적 문제와 맞닿아 있는 젊은 층 위주의 이야기를 감각적으로 다뤘다. 두 번째 작품도 그 장기를 십분 발휘했다. 심리적인 면을 건드리기에 자못 피로도가 있지만 끝까지 보게 되는 힘이 있다. 그런가 하면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릴 게 분명하다.
영끌 내 집 마련, 집값 폭락, 층간 소음까지
2021년, 30대 직장인 노우성은 대출은 물론 적금과 주식, 심지어 엄마의 마늘밭까지 판 돈을 끌어모아 꿈에 그리던 서울 '내 집' 마련에 성공한다. 고공행진 중이던 집값 앞에서 '더 이상 늦으면 안 된다', '서울 집값은 무조건 우상향이니 일단 사놓으면 장땡이다'라는 마음가짐이었다. 그런데 2024년, 집값은 거듭 내려가고 금리는 거듭 올라간다. 월급으로는 이자도 못 갚는다.
와중에 층간 소음으로 죽을 맛이다. 새벽 4시 반만 되면 들려오기 시작한다. 잠에서 깨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일상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니 행동에 옮겨야 했다. 그러던 찰나 아래층에서 찾아온다. 소음 때문에 죽을 맛이란다. 우성은 억울해서 죽을 맛이다. 위층을 찾아간다, 아니란다. 한 층 더 위층을 찾아간다, 아니란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84제곱미터>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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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대기층 펜트하우스의 입주민 대표가 도움을 주고자 한다. 그녀는 우성을 억울하게 만든 1301호 집주인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1501호와도 안면을 튼다. 그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층간 소음으로 괴로워하는 것 같다. 한편 우성은 월급만으로 대출금 이자 갚기도 빠듯해 투잡을 뛰고 있는데 하염없이 지쳐만 간다. 그렇다고 집을 팔 수도 없는 것이, 지금은 너무 폭락한 상태이고 팔고 나면 오를 수도 있지 않겠나.
결국 우성은 회사 동료의 솔깃한 제안을 듣고 실행에 옮기기로 한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층간 소음 문제는 잘 해결할 수 있을까?
나름의 미덕, 붕괴되는 영화, 끌리는 스타일까지
84제곱미터는 이른바 국민 평형으로 불린다. 대한민국의 아파트 거주민 중 대다수가 살고 있다. 하여 이 작품의 지향점을 손쉽게 캐치할 수 있다. 한국 평균에 도달하기 위한 한 젊은이의 눈물겨운 사투랄까. 그런데 정작 집을 장만하고 나서 문제들이 우후죽순 생겨난다. 그로선 뭘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일방적으로 피해만 볼 뿐이다.
노우성이라는 젊은이의 행동이 이해된다. 충분히 그럴 수 있고 그럴 만도 하다. 그런데 공감은 못하겠다.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전체적으로 피로도가 높다. 안 그래도 감독의 스타일상 현란하게 어둡고 화려하게 불쾌한 느낌이 강한데 주인공까지 답답해버리니 전체적인 분위기가 빠르게 식어 간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84제곱미터>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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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전반부는 나름의 미덕이 있다. 사회적 문제들을 버무려 고발하고 풍자하는 블랙 코미디에 범죄 미스터리 스릴러를 가미하기까지 하니, 뭐라도 많이 차려놓은 것 같다. 하지만 후반부에 돌입하면 마치 다른 감독이 연출한 것처럼 줏대 없이 붕 떠버린다. 이야기는 산으로 가고 주제의식은 실종되고 캐릭터는 붕괴된다. 끝까지 보기가 힘들 만큼.
와중에 끝까지 배신하지(?) 않는 건 배우들의 연기다. 강하늘, 염혜란, 서현우 삼각 편대가 영화를 공고히 지탱하고 또 이끈다. 특히 시청하고 있기가 힘든 후반부는 오롯이 그들의 몫이다. 아이러니하게 영화가 무너질수록 그들의 연기는 빛을 발한다. 감독으로선 넷플릭스 월드와이드 순위에서 높이 위치하며 흥행에 나름 성공했다는 것에서 충분히 위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왠지 김태준 감독의 다음 작품도 볼 것 같다. 끌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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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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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족부터 층간 소음까지... 첨예한 사회 문제 다루고도 호불호 갈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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