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이야기'는 남녀가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는 과정을 그린 창작 가극이다.
오포스
'부부이야기'에 등장하는 남녀 주인공은 한 번도 서로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이는 이들이 특정한 누군가가 아닌 지금, 이곳의 청년의 현실이라는 걸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봉 교수는 "캐릭터 자체를 전면에 내세우는 작품은 아니다. 그보다는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매우 보편적인 인물이 우리의 삶이 대변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봉 교수 스스로는 캐릭터를 촘촘하게 구성했다. 과거 1년씩 총 3번의 연애를 한 남자와 한 사람과 3년여의 연애를 한 여자로 설정한 식이다. 그는 "이번 작품은 초연인데, 앞으로 여러 버전으로 곡과 이야기가 변주되어도 좋을 것 같다"면서 "누가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부부의 이야기는 재창조될 수 있다. 이 작품이 다른 무대에서 또 살아남으며 현실을 대변하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작품을 준비하며 현실을 깊이 들여다본 그는 최근 무슨 고민을 하고 있을까. 정년을 1년여 남겼다는 그에게 관심 있는 주제를 물었더니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우리 언어에 대해 많이 생각합니다. 한국인들이 언제부턴가 장모음 구별을 안 하기 시작했어요. 사실 수고롭고 고생스러워요. 모든 사람이 정확하게 발음하기 어려우니까요. 그런데 모국어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니까 모른 척할 수는 없죠. 심지어 리포터나 아나운서도 장단음을 틀리게 발음 하더라고요.
이게 왜 중요하냐고요? 우리 언어는 입안에서 많은 발화가 이뤄져 노동력이 좀 들어가는 편이에요. 이런 노력 없으면 의미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고요. 또 거기서 오해가 발생할 수 있죠. 언어를 오래 고민하는 대신 상대방에게 툭툭 던지는 말을 많이 사용하게 되고요. 언어가 더 단순해지면서 우리의 대화는 거칠어지는 거 아닐까요."
그는 현실 언어가 '품위'나 '배려'를 많이 잃어가고 있다고 보는 듯했다. 서로를 향한 예의이자 상식을 갖춘 겸손한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 봉 교수는 "지금은 말이 너무 험하고 빠르다. 개인적으로 좀 느린 세상을 꿈꾼다"고 말했다.
이날, 90여 분에 걸친 리허설이 마무리됐다. 전체 연출된 공연을 보는 건 봉 교수도 처음이다. 무대 위 등장한 젊은 부부의 또래가 이 공연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이들에게 전할 말이 있을까 물었더니 "그럴 자격이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다만 그는 "연애, 결혼, 저출산 등 청춘의 문제에 아무런 해법을 말할 수 없어서 무거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이 가극이 해결책을 주는 것도 아니다"라며 "하지만 이 시대를 포착해서 선율과 언어, 그리고 연기로 남길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명의 배우와 하나의 피아노로 이 시대 현실 남녀의 삶을 다룬 가극 '부부이야기'는 오는 13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오페라를 만들어 온 장서문이 연출을 맡았고 성악가 이상은과 베이스 바리톤 한혜열이 각각 남녀 주인공으로 분했다. 피아니스트 임효선은 극 내내 피아노로 관계의 긴장감을 높이기도 하고 현실의 답답함을 풀어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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