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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이 되어야 했던 소년들의 '사랑', 더 이상 숨지 않기를

[리뷰]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

25.07.11 15:29최종업데이트25.07.1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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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이 10주년 공연으로 돌아왔다. 2015년 초연 이후 7번째 시즌 공연이다. 이 공연은 2017년 공연을 제외하고 모든 공연이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올라왔다. 이번 공연도 마찬가지로, 오는 9월 14일까지 공연된다.

<베어 더 뮤지컬>은 흔히 마니아층을 부르는 '연뮤덕'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만큼 상징적인 공연이다. 제작사 쇼플레이는 한국 초연 10주년을 기념해 지난 5월 9일부터 11일까지 블루스퀘어 SOL트래블홀에서 기념 콘서트를 열었다. 기념 콘서트에는 이전 시즌에 출연했던 배우들까지 모두 모여 공연의 10주년을 축하했다.

내가 처음 <베어 더 뮤지컬>을 관람한 건 2020년, 4번째 시즌이었다. 지금까지 여러 시즌, 몇 번을 봐 왔음에도 흥미로운 공연 중 하나다. 보통 뮤지컬 공연은 시즌을 거듭하면서 달라지는 내용이나 메시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베어 더 뮤지컬>은 넘버나 대본 측면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이 극을 바라보는 내가 달라졌다.

작품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있어서 어떤 사람이 되느냐, 어떤 가치관을 지니게 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동안 <베어 더 뮤지컬>이 지켜온 가치와, 달라진 내 생각은 어떤 점이었을까. 그리고 지금까지도 계속 공연되고, 관객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년들의 비밀, 그들이 '비밀'을 지켜야 했던 이유는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 장면 시연 공연 종료 후 'You&I'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무대 중앙에 피터 역의 진호, 제이슨 역의 김수호가 연기하고 있다.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 장면 시연공연 종료 후 'You&I'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무대 중앙에 피터 역의 진호, 제이슨 역의 김수호가 연기하고 있다.한별

<베어 더 뮤지컬>은 가톨릭계 성 세실리아 학교가 배경이다. 공연을 시작하는 1막 첫 넘버 '애피파니(Epiphany)'는 방학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온 학생들이 기도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학교에서 피터는 '학교 킹카' 제이슨과 남몰래 사랑을 나누는 연인이다. 같은 반 학생들 사이에서 같은 기숙사 방을 쓰는 두 사람은 그들만의 사랑을 '비밀'로 삼는다.

유쾌한 분위기로 진행되지만 단순히 게이 청소년의 사랑 이야기가 전부가 아니다. 교리와 규범에 엄격한 가톨릭 학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의 방황과 어른들의 무관심을 꼬집는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어리다는 이유로 그들의 감정을 완전히 이해하지 않고 지도하려고만 든다.

중후반부로 진행될수록 두 사람만의 비밀은 아슬아슬해진다. 그러다 피터가 레이브 파티를 기점으로 비밀을 밝히고 싶어 하자 제이슨은 반대한다. 이때부터 갈등이 시작되며 제이슨을 좋아하는 아이비, 아이비를 좋아하는 맷 등 여러 인물이 얽히며 두 사람의 관계는 꼬이기 시작한다. 커밍아웃의 문제로 다툰 두 사람은 결국 이별을 택한다.

혼란스러운 와중 제이슨은 아이비와 밤을 보내고, 아이비가 임신하게 되며 상황은 파국에 치닫는다. 우연한 계기로 피터와 제이슨의 관계를 알던 맷은 아웃팅을 해버리며 제이슨은 방황하게 된다. 신부님에게 고해성사를 해 보지만 참고 견디라는 말을 듣게 되고 버틸 수 없었던 제이슨은 결국 약물을 통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러나 제이슨의 최후는 그의 온전한 선택이 아니다. 도움을 청할 때 받아주지 않던 어른들 사이에서 방황하다 벌어진 일이다. 공연 내 등장하는 어른들 중 샨텔 수녀만이 자신의 마음으로 혼란스러워하는 피터를 향해 "답을 모두 아는 이는 이 세상에 없단다. 다른 이를 위해 자신으로부터 숨는다면 그건 엄청난 실수야"라며 위로한다. 이는 공연을 통해 배우들이 관객에게 전하는 위로이기도 하다.

극의 마지막 넘버인 '노 보이스(No Voice)'에서 학생들은 신을 향해 묻는다. 정해진 교리와 규범 속에서 갇혀 있던 그들이 학교 졸업을 통해 원하던 삶으로 나아갈 수 있었을까. 결말을 받아들이는 건 관객의 몫이다. 어떤 이야기로 상상하듯 그들이 친구를 잃은 아픔을 이겨낼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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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에서, 당신이 <베어 더 뮤지컬>을 봐야 하는 이유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 커튼콜 <베어 더 뮤지컬> 공연이 끝나고 전 출연진이 커튼콜을 하고 있다.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 커튼콜<베어 더 뮤지컬> 공연이 끝나고 전 출연진이 커튼콜을 하고 있다.한별

한때 신인 등용문으로 불렸던 만큼 <베어 더 뮤지컬>에는 신인 배우가 많다. 피터, 제이슨, 아이비, 맷, 나디아 등 주요 인물들뿐 아니라 학급 친구들을 맡는 배우들이 <베어 더 뮤지컬>로 배우 생활을 시작하기도 한다. 이들이 공연의 의미를 알고 감정을 쌓을수록 관객들은 모두를 이해하게 된다. 현재 공연계에서 많은 제작사들이 스타 마케팅을 펼치는 만큼, 이 공연에 등장하는 새로운 얼굴들이 반갑다.

처음 이 공연을 봤을 때의 감정을 기억한다. 혼란스러웠다. 피터와 제이슨을 동정해야 하는지, 아웃팅 이후 피터와 제이슨을 멀리하던 아이들의 태도를 지적해야 할지 거듭 고민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임신한 채로 남겨진 아이비가 가장 곤란해 보였다. 아마 '20대 여성'으로 공연을 관람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내가 이 공연을 수차례 관람한 것은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주변 어디든 성 소수자가 존재할 수 있는 만큼 피터와 제이슨을 함부로 동정하거나 비난하고 싶지 않았다. 여러 번 보자 더 잘 보였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던 제이슨과 이별의 아픔에 한 단계 성숙해진 피터의 애도가 보였다. 분노에 차 아웃팅을 하긴 했지만 그 행동을 후회하며 반성하는 맷의 반성도 보였고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어도 어떻게든 살아갈 의지를 찾는 아이비가 눈에 들어왔다.

혹자는 <베어 더 뮤지컬>을 낡은 극이라고 평가한다. 여성 인물들의 옷과 공연 중 등장하는 대사들이 사회를 따라오지 못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정말 지금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베어 더 뮤지컬> 속 혐오가 존재하지 않을까? 공연 속 인물들은 이야기를 재현할 뿐이다. 공연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는 관객의 몫이다.

우리는 공연 속 누구도 비난할 수 없다. 공연의 배경과 인물들의 삶을 이해한다면 쉽게 말할 수 없다. 비밀을 지켜야 했던 제이슨과 비밀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피터 모두 잘못이 아니다. 그들을 감추려 했던 학교와 부모들이 변해야 한다. 가까이하지 못했던 사실로 인해 친구와 형제를 잃은 아이들의 슬픔은 공연 속에만 있기를, 현실 속의 '비밀'이 더 이상 약점이나 수치로 여겨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https://blog.naver.com/burn_like_a_star에도 실립니다. 필자 블로그와 인스타그램(@a.star_see)에 취재 후기와 함께 공유됩니다.
베어더뮤지컬 쇼플레이 두산아트센터연강홀 10주년공연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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