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3> 스틸샷<오징어게임3> 스틸샷
<오징어게임3> 스틸샷
기훈의 무너진 신념 탓에 "아직도 사람을 믿냐?"라는 인호(이병헌)의 질문도 힘을 받지 못한다. 이 질문은 <오징어 게임> 시리즈를 관통하는 테마이기도 하다. 시즌1 최종화에서 '길에 쓰러진 노숙자를 돕는 사람이 나타난다, 아니다'를 두고 기훈과 오일남(오영수)은 최후의 게임을 한다. 승리는 기훈. 최종 우승자가 된 기훈은 딸을 보러 가는 공항에서 프론트맨의 전화를 듣고 발걸음을 돌린다. 끔찍한 참상이 벌어질 걸 '아는 놈이 기어들어오냐'는 대답 역시도 기훈이 사람을 믿는다는 걸 증명하기 위함이다.
문제는 최종장인 시즌3의 게임들이 사실 시즌1부터 가져온 질문을 제대로 답하기 어렵다는 구조로 짜여있다는 점이다. 지치지 않고 도망 다닐 수 있는 체력, 쉬지 않고 사냥감을 찾아내 칼로 찌를 수 있는 비정함. 여러 차례 줄을 뛰어넘고 좁은 발판에서 균형을 잃지 않는 신체 능력. 나보다 약한 이를 지목하고 그럴싸한 이유로 린치를 가하는 정치력. 시즌1의 침으로 달고나를 녹이거나, 불리한 상황을 뒤집을 전략이 있던 줄다리기, 구슬치기와는 다른 게임들이 시즌3에 배치됐다.
게임의 빈틈을 찾아내거나 협동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게 아니라 반드시 한 명을 죽이거나 타고난 신체 조건으로 버티고, 게임 능력과 상관없는 정치 놀음에 내던져진 상황에서는 인간의 추악함이 도드라질 뿐이다. 이전 오징어게임의 우승자로 성기훈을 본인과 동일시했던 프론트맨의 제안이 '너도 어쩔 수 없다'라는 냉소와 함께 조그마한 희망의 뉘앙스를 남기는 했지만 극단적 상황으로 몰아붙이는 게임 환경을 꾸며놓고 '사람을 믿느냐'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꼴이다.
오징어게임을 멈추는 방법
▲<오징어게임3> 스틸샷<오징어게임3> 스틸샷
<오징어게임3> 스틸샷
반복되는 바람에 김이 새기는 하지만 게임의 진행 여부를 투표로 결정하는 건 새로운 시즌의 재미요소로, 다수결이 언제나 옳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라운드마다 충격적인 장면들로 시각화한다. <오징어 게임>은 빚쟁이들의 모임인 탓에 물질만능주의로 일원화되긴 했으나, 개인의 욕망을 하나의 의제로 취합하고 세력화하는 정치의 중요성은 데스 게임 중이라고 바뀌지 않는다. '아직도 사람을 믿냐'는 질문 자체가 던져질 수 없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개개인의 양심이나 선의에 기댈 것이 아니라 비극적인 선택을 벗어날 수 있는 환경이 사람을 믿을 기본 요소다.
저 사람을 죽여야만, 갓 태어난 아기를 절벽 밑으로 던져야만 내가 살 수 있다는 가혹한 조건 아래에서는 본성과 상관없이 백억남(송영창)처럼 이기적인 선택만 하거나, 진기명기(임시완) 같은 비정한 행동을 할 확률이 높아진다. 오징어게임 멈추게 하는 것은 '사람을 믿냐'는 말에 '그렇다'라고 대답할 게 아니라, 질문을 폐기하는 일이 아니었을까. 기훈의 쿠데타는 실패했지만 조직된 시민들의 힘이 개인의 잘못된 판단을 보완하고 조금 더 나은 환경을 만든다는 사실까지 변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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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사람을 믿냐"... '오겜' 성기훈이 이걸 알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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