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든 궤적스틸컷
반짝다큐페스티발
휠체어 앉은 장애인 감독의 일상
이 오프닝은 얼마나 파괴적인가. 모르긴 몰라도 키오스크를 쓰며 나와 다른 처지의 사람을, 우리의 편안이 불편으로 다가올 이들을 고려해본 적 없는 관객에겐 당혹스런 충격을 안길 게 분명하다. 충격, 말 그대로 부딪쳐 흔드는 오프닝은 그대로 장애인을 대하는 우리 세계의 태도를 관객으로 하여금 다시 돌아보도록 이끈다.
가만 보면 버스며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에서도 높이가 다른 손잡이가 나온 게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그 전엔 모든 손잡이가 같은 높이였다. 누구는 영영 닿을 수 없는 높이였다. 우리는 우리와 다른 처지의 사람들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는가. 이러한 물음을 관객 각자가 묻도록 하는 것, 이건 그대로 영화 <우리가 만든 궤적>이 의도한 바다. 장애인들이 살고 있는 세계, 휠체어에 앉아 닿을 수 있는 높이가 불편으로 이어지는 세상, 그는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가 만든 궤적의 결과인 것이다.
영화 <우리가 만든 궤적>은 백진이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다. 휠체어에 탄 장애인으로 그녀가 살아온 삶을, 마주한 불편과 일어난 감정을, 슬픔과 우울, 분노와 같은 부정적 것들부터 즐거움과 고마움, 뿌듯함에 이르는 긍정적 요소들까지 그대로 보여준다. 감독 본인의 목소리로 제가 지나온 길을 이야기하는 과정이 오로지 제 삶을 넘어 장애를 가진 이들과 그와 관계 맺는 이들, 나아가 온 세상에 전하는 마땅한 소리로써 다가선다.
▲우리가 만든 궤적스틸컷
반짝다큐페스티발
마주한 적 없는 세계를 본다는 것
러닝타임 12분의 짧은 영화가 관객으로 하여금 전에는 미처 마주한 적 없는 세계를 보인다는 게 놀랍다. 다른 이의 삶, 실재하는 세계를 가져와 관객에게 들이대는 것, 그것이 반다페와 같은 다큐영화제가 의도하고 실현해내는 의미일 것이다.
다른 어느 작품 못잖게 그 의미에 충실한 이 영화가 반다페를 찾아온 것은 또한 마땅한 귀결이기도 하다. 적어도 장애를 고려하고 그 앞에 놓인 문턱을 부수어내는 데 있어 이 영화제는 한국에서 기록할 만한 수고를 감당해온 때문이다. 이를테면 영화제 전 과정에 있어 '배리어프리(Barrier Free)', 문자 그대로 장벽으로부터의 해방을 시도한 것이 그렇다. 전 작품에 자막을 달고, 진행하는 관객과의 대화 및 개막식과 폐막식 행사, 포럼 등에 수어와 문자통역을 진행한 건 내가 알기로 한국에선 반다페가 최초다. 이 같은 노력이 올해 반다페에 장애를 다룬 작품이 유달리 많이 찾아온 이유이기도 할 터다.
<우리가 만든 궤적>은 백진이 감독을 둘러싼 이들이 장애를 대하는 법을 알게 되는 모습을 담아내고, 장애인인 감독 자신이 장애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를 겪는 모습을 함께 보여준다. 또한 영화를 봄으로써 관객 또한 그와 같은 변화를 일부나마 겪을 수 있도록 도우니 영화의 가치가 여기에 있다 하겠다.
▲반짝다큐페스티발포스터
반짝다큐페스티발
"작가는 화가 많아야 한다"
영화가 상영된 뒤 관객과의 대화 자리에서 백진이 감독은 "전에는 제가 항상 어디에서 속하지 못하고 배제되어있다는 느낌을 늘 받았던 거 같다"면서 "체육 시간에 참여하지 못하고 수학여행에도 참여하지 못하는 일들이 거의 20년 동안 계속됐으니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렇다고 장애인 친구들이 있는 무리에 가도 대화나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아서 홀로 동떨어진 이방인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녀는 이어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 제 장애를 말 안하다가 입학 당일에 휠체어 끌고 갔다"면서 "그때 만난 사람들이 저를 비장애인처럼 아무렇지 않게 대해줬는데 그게 저한테는 살면서 가장 잊을 수 없는 기억이었고, 이 사람들은 나를 인간 백진이로 봐주고 있는데 나만 휠체어에 갇힌 것처럼 살아선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백 감독은 예술을 창작하도록 이끄는 요소로써의 화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백 감독은 "저는 영화도 하지만 문학을 하는 사람이라 화는 당연히 많아야 된다 생각하고 화가 많아야 문학이 잘 나온다 생각한다"면서 "일상생활에서의 화를 다스리는 방법은 체념인데, '이제껏 이렇게 살아왔는데 지금 화내서 뭐해' 하고 살아왔고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영상으로 담아서 소리를 지르고 영상으로도 화가 안 다스려지면 글로 쓰게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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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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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도 못할 걸요, 휠체어 탄 사람의 불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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