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하준 배우
넷플릭스
-오랫동안 <오징어 게임>이란 장기 프로젝트에 출연했다. 데뷔 10주년의 반 가까이 함께 한 작품을 이제 떠나보내게 됐는데.
"벌써 데뷔한 지 10년이라니...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의미가 크고 감회도 새롭다. 5년 정도 '오징어 게임'의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했다. 정말 마지막이라고 하니 시원섭섭하다. 시즌1의 영상을 보면서 울컥해서 시리즈의 애정을 재확인했다. 배운 것도 많고 바뀐 것도 많다. 5년 동안 시즌3 동안 '오징어 게임'에만 묶여 있었던 건 아니다. 한 작품만 했다면 연기적인 시선의 폭이 좁아졌을 거다. 그 작품이 막상 나왔을 때 굳어지는 이미지가 생긴다는 단점도 있겠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의 성공으로 대본의 폭도 넓어지고 해외 일정으로 바쁜 삶도 보냈다. 해외에서 많이 알아봐 주시는 게 놀랍지만 일상은 변한 거 없이 똑같다. 앞으로 배우로 걸어갈 방향성과 동기부여가 되었던 작품이다. 시즌 내내 나왔다고 해서 메인 주인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저도 여러 캐릭터 중 한 명이고, 큰 프로젝트에 참여한 일원으로서 상징적인 작품을 잘 마무리하게 되어 기쁘다."
-준호는 성기훈, 프론트맨과 더불어 시즌의 고정 캐릭터다. 시즌2에서 형만 찾다가 끝나버려 아쉬어떻게 생각하나.
"준호가 워낙 사랑받기도 했고 활약도 많아서 각자의 결말을 품었을 걸로 안다. 호불호 평가는 당연히 이해된다. 아쉽다는 평이 뭔지 저도 알고 있다. (웃음) 저로서는 감독님의 뚝심과 주제, 메시지를 유지하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해서 처음부터 욕심은 없었다. 준호를 통해서 감독님이 표현하고자 한 현실 사회의 모습을 그릴 수 있어서 좋았다. 작품의 타당성을 이해하고 역할을 진정성 있게 이해하는 게 배우의 몫이라고 본다."
-황동혁 감독은 준호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던지려고 했을까.
"감독님이 '시즌1 때보다 좋지 못한 세상이다'라는 말에 동의했다. 준호는 경찰의 도움을 받아서 형과 섬을 찾고 싶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절대적으로 신뢰했던 박선장(오달수)도 사실 스파이였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어쩔 수 없는 헛발질만 한 거다. 준호의 허탈함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 같다고 느꼈다. 작품이 희망차고 권선징악적인 내용은 아니었지만. 과연 살기 좋은 세상인가?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세상인가 따져봤을 때는 '아니다'라는 생각이 든다. 갈등과 혐오가 난무하는 세상이지 않나. 감독님이 그려 낸 사회상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준호는 형을 미친 듯이 찾아다녔지만 결국 어떠한 대답도 얻지 못했다. 형의 존재감과 관계성을 생각해 본 적 있나.
"준호는 부모의 사랑보다 형에 대한 동경과 애착이 크다. 형이 부모님처럼 키우다시피 했고, 경찰이 된 것도 형을 따랐던 거다. 시즌2에서 기훈이 얼굴을 봤냐고 물었을 때, 대답하지 않은 것도 본인이 직접 찾아만 했던 이유에서였다. 혹시라도 형이 외압에 의해 일했거나 이용당한 피해자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진실을 듣고 싶었을 거다. 기훈이 먼저 알게 되면 복수심에 죽일 수도 있으니, 직접 찾아내서 밝혀내고 벌한 건 벌하자 싶었던 게 아닐지 싶다."
-하지만 형은 말도 없이 돈과 아이를 맡기고 사라졌다. 어쩌면 준호가 우승한 거나 다름없다. 이후에도 계속 형을 찾았을까.
"준호라면 그 안에서 형을 빼내야 한다는 생각을 끝까지 버리지 못했을 거고, 멀리 돌아서라도 찾아갔을 거다. (웃음) 굳이 456억을 왜 준호에게 주었을까 생각해 봤다. 준호는 게임의 룰을 잘 아는 인물이고 마지막에 살아남은 아이도 직접 봤다. 수많은 죽음을 통해 살아남은 아이, 상금이 죽은 사람들의 목숨값인 걸 인지한 인물이다. 프론트맨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면 준호가 허투루 쓰지 않을 거라 판단했을 거다. 정의롭고 믿음직한 사람에게 준 게 아닐까. 하지만 준호라면 그 돈은 못 썼을 것 같고, 아빠보다는 삼촌정도(?) 선을 지키며 잘 키웠을 거 같다."
-마지막에 살아남은 아이가 주는 메시지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기성세대의 희생으로 생존한 아이는 미래세대를 상징한다. 우승 상금은 정의로운 사람에게 맡겨 아이를 밝고 건강하게 키운다는 희망의 메시지로도 읽힌다. 시즌2부터 시작된 오엑스 게임이 인상 깊었는데 잔류할지 떠날지 선택의 갈림길에서 분열과 혐오가 난무하는 장면이 가슴 아팠다. 그것이야말로 적나라한 전 세계의 아픔이라 생각했다. 만약 나라면 극한의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인간의 본성은 무엇일지. 수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해준 작품이다. 어둡고 슬픈 결말 같아 보여도 이면에는 희망의 메시지도 있다. 모두가 희망을 떠올리며 평화로운 세상이 되길 바란다."
-황준호와의 실제 싱크로율은 어떤가.
"강직하고 우직한 성격이 비슷한 것 같다. 어릴 때부터 고집도 있고 불의를 보면 못 참기도 했다. 주변에서 준호랑 실제 성격이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들었다.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법 관련 일을 해보고 싶었는데, 아주 잠깐이지만 검사를 꿈꿨다. 범죄자를 응징할 수 있는 기소권이 있지 않나. (웃음) 기회가 된다면 검사 역할을 맡아 간접적으로 꿈을 이뤘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시즌3까지 열심히 달려온 준호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준호는 내내 발버둥 치는데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해서 짠하고 불쌍하며 외로운 친구다. 그런 황준호를 보면 가슴 아픈데 응원도 해주고 싶다. 살아 있는 정의였던 황준호에게 고생 많이 했다고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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