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코리아스틸컷
반짝다큐페스티발
영화는 이후로도 거침없이 걸음을 옮겨간다. 친구들과 함께한 세월호 침몰참사 진상규명 촉구 집회와 희망이라곤 없어 보이는 열아홉 우울한 청춘의 풍경, 6년 간 머물렀던 학교와의 이별, 대학생이 되어 전국대학독립영화제 등 영화제에 제가 찍은 영화를 출품하고 록밴드 공연에 나다니는 장면, 장애를 가진 오빠와의 관계 등의 모습이 좌르륵 이어진다. 특별한 목적 없는 어수선한 사건의 연속이 아닌가 싶어질 즈음, <위드코리아>를 논쟁작으로 만든 대목이 모습을 드러낸다. 영화의 첫머리에 등장했던 광장, 그중에서도 보수집회다.
바쁨을 핑계로 세상사에 무관심한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다는 강채연 감독은 '이재명 구속'을 외치는 보수집회를 찾아 단상에 올라서는 "애국청년 일어나라"는 구호를 외친다. 마치 기록 활동가마냥 카메라를 들고서 보수집회의 중심에서 풍경을 기록하고, 그중에서도 '호랑이 아저씨'라 불리는 이와 각별한 관계를 맺는다. 애국하는 마음을 알고 싶었다는 강채연 감독이 보수집회를 나다니며 마주한 것이 무언지를 <위드코리아>는 얼마쯤 드러낸다. 그곳을 찾는 이들의 민낯을, 표정을, 사연을 아주 약간은 살펴내는 것이다.
과연 <위드코리아>는 선정을 두고, 또 그 작품성을 놓고 논쟁이 이어질 만한 영화다. 작품 내내 드러나는 무력감과 분노가 무엇으로부터 비롯되었는지, 혹은 무엇을 향하는 것인지를 강채연 감독의 카메라는 좀처럼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고 헤매는 듯 보인다. 비속어가 난무하는 순간들, 제가 출품한 영화제에 작품이 상영되거나 상영되지 못한 것을 두고서 작은 영화제의 격을 모욕하는 발언, 또 이해할 수 없는 저의 감정선을 담아낸 결정 등은 보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도록 한다. 심지어 알맹이도, 메시지도 빠진 보수집회 촬영분은 강채연 감독 개인의 삶과 어떻게 관계 맺는 것인지를 짐작하기 어렵다.
▲반짝다큐페스티발포스터
반짝다큐페스티발
무관심한 개인이 되고 싶지 않아서
다만 영화 상영 뒤 관객과의 대화에서 나온 강채연 감독의 설명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다. 강채연 감독은 "고등학생 때 다큐를 찍었는데, 학교를 욕하는 다큐였다"며 "푸티지를 그대로 성인이 되어 가져오게 됐는데, 제가 사랑하는 사람만 (영화 속에) 담는 건 예의가 없는 것 같아서 (삶 가운데 겪은 많은 사람들을) 조금씩 조금씩 여러 명을 담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수년에 이르는 삶의 브이로그 쯤으로 보였던 작품이 급작스레 보수집회로 연결되는 건 왜일까. 강채연 감독은 이에 대한 답 또한 내놓았다. 강 감독은 "'알면 사랑하고 모르면 혐오한다'는 문장으로 영화를 시작했는데, 제가 제일 좋아하는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신 문장"이라며 "그 말을 가슴속에 새기면서 살아가는데, 내가 과연 실제로 그렇게 사는가 하면 아니어서 솔직히 말하면 내가 제일 혐오하는 사람들에게 가까이 가봐야겠다 싶어서 보수집회에 참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요컨대 영화는 제가 싫어했던 세상으로부터 무관심한 개인이 되지 않고자 노력한 감독이 그 타개책으로 선택한 다가섬의 기록이다. 감독이 혐오했던 보수집회 참가자에게 다가서 그들을 알려 노력한 시도다. 바깥에서 보기엔 그 노력과 시도가 서툴고 어수룩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또 이룩한 성취에 비하여 감독 자신의 감정표현이 과하게 여겨질 수 있겠다. 영화 내내 가득한 화와 짜증, 저 스스로도 목적지며 현재 위치를 알지 못하고 표류하는 모습이 지극히 아마추어적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위드코리아>가 잃지 않는 것은 노력과 시도라는 가치다. 제게, 또 제 주변에 카메라를 들고 어찌됐든 영화로 만들어내는 노력과 시도가 <위드코리아>를 작품으로 빚어냈다. 이것이야말로 반다페의 어느 운영위원이 이 작품을 끝끝내 고집한 이유일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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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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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최대의 문제작, 그녀는 왜 태극기집회 단상에 올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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