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의 몸짓들스틸컷
반짝다큐페스티발
그러나 가만 보면 나이든 노인에게 다가서 그림을 그리고 색을 칠하라고, 다시 그로부터 달력을 제작하고 영화를 만드는 이들의 수고로움이 없다면 안나의 몸짓들은 오늘과 같지 않았을 테다. 빌렘 플루서의 현상학적 논의에서처럼 세계를 변화시키고 타인을 위하는 움직임이 없었다면 안나는 영화에서보다 덜 자유로웠을 게 틀림없다.
심찬미 감독은 영화 상영 뒤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를 통하여 영화를 제작하게 된 이유를 전했다. 그녀는 "서울 등 도시에서는 노인세대 분들이 다양한 커뮤니티를 즐기고 춤도 배우러 가고 그림을 배우는 활동도 많이 하는데, 지방으로 갈수록 접근이 어려워지더라"며 "지방 노인세대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던 중에 노인을 대상으로 활동하는 예술가들을 알게 되었는데, 직접 지역으로 들어가 활동을 하고 좋은 선례를 남기면 지방 곳곳의 노인문제가 조금은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안나의 몸짓들>은 본래 장편으로 기획됐다. 영화는 심 감독이 언급한 지방 노인세대 문화소외 문제에 맞서는 여러 예술가들의 작업 가운데서 한 에피소드를 추려 뽑아올린 단편이다. 심 감독은 "지금 다큐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인데, 시간제한도 있어서 편집을 연습해보고 싶었다"면서 "<안나의 몸짓들>에서는 빌렘 플루서의 <몸짓들>을 보며 영감을 받은 것도 있어서 몸짓, 그러니까 그림을 통해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가 연결되고 통합되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고 소개했다.
한 관객이 수많은 노인 중 안나를 택한 이유와 만남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대해 심찬미 감독은 "저희가 하는 그림그리기 교육에 특별히 열심히 참여해주시는 몇몇 어르신이 있다"면서 "안나가 그 분들 중 한분이었는데, 다 같이 안나의 집에 밥을 먹으러 놀러갔다가 갑자기 그림을 그리겠다고 해서 그림을 그리고 만든 달력을 보는 장면을 아카이빙으로 찍은 것이고, 나중에 보니 참 의미가 있었던 것"이라고 전했다.
심 감독은 이어 "안나가 그림을 그릴 때 정말 재밌어하는데, 새롭게 배우는 배움이 자유롭다고 느껴졌다"며 "이 작품이 35분정도나 됐는데 좋은 몇몇 장면들이 있었지만 안나의 몸짓이 아니었기 때문에 힘들게 덜어내고 15분으로 최종본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반짝다큐페스티발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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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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