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여름에게스틸컷
반짝다큐페스티발
피해 당사자가 사라진 뒤를 고민하며
상영 뒤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서 명소희 감독은 "영화를 처음 만들 때 위안부 할머니들이 한 분 한 분 돌아가실 때마다 '언젠가는 다 돌아가시게 될 텐데 그 다음에 우리는 할머니들의 역사를 어떻게 이야기하고 어떻게 기억해야할까'를 고민했다"면서 "모두가 다 떠나고도 지난 이야기를 다큐로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나를 경유해서 다시 말하기'라는 방식을 선택했고 내 목소리를 통해서 그들을 이야기하는 게 의미 있지 않을까 결론을 내려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명 감독은 마주한 적 없는 대상을 찍는 과정의 낯섦에 대해서도 전했다. 그녀는 "그동안 제게 다큐는 어떻게 진실을 담을 것인가도 중요했지만 현실을 얼마나 왜곡하지 않아야 하는가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작업을 하면서는 '현실을 왜곡하고 왜곡하지 않고'보다도 어떻게 진실에 다가갈 것인가, 어떻게 적극적으로 상상하고 기존의 틀을 깨나갈 것인가 이런 것들이 더 중요했다"며 "그 사람들의 삶을 한 번도 보진 않았지만 열심히 상상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소양로와 미군 기지촌, 일본군 위안부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장소를 달리하는 세 여성의 이야기가 명 감독이란 매개를 통해 한 작품을 이루는 영화다. 개별적 사연을 관통하는 공통점 있는 폭력성을 드러내는 게 영화의 주요한 부분이었을 테다. 세 개의 개별적 사연을 하나로 묶어내는 힘이야말로 이 영화의 성패를 가를 지점인 이유다.
이와 관련해 명 감독은 "세 여성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특수성에서 시작해서 영화가 끝났을 때는 서로의 이야기가 엮여 있는 게 목표였다"며 "결국에 왜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를 대물림하고,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를 흡수할 수밖에 없는가를 말하고 싶었는데 보는 입장에서 그 이야기가 섞이고 전염되었다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춘천부터 서울과 오키나와라는 서로 다른 공간에 대해서도 명 감독은 "결국 도시 공간의 구분도 나중에는 모호해져 구분 자체가 의미가 없어지도록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면서 "주제를 하나의 큰 문장으로 만들라고 한다면 '그래도 살아간다'는 게 남는 하나의 진실일 것 같다"고 강조했다.
▲반짝다큐페스티발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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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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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창촌, 기지촌, 위안부까지... 역사가 주목하지 않는 기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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