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은 은퇴 시즌에 챔프전 우승과 정규리그,챔프전 MVP를 휩쓸며 화려하게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한국배구연맹
사실 김연경을 빼놓고 2000년대 중반부터 2020년대까지의 한국 여자배구를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여자배구에서 김연경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축구로 치면 21세기 들어 유럽의 변방으로 밀려난 노르웨이에서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 FC) 같은 세계적인 스트라이커가 탄생한 것과 비슷하다. 자국 대표팀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만 보면 오히려 김연경이 홀란보다 더 위라고 할 수 있다.
김연경은 2005년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에 입단하자마자 4번의 시즌 동안 세 번이나 팀의 우승을 이끌었고 세 번의 정규리그 MVP와 챔프전 MVP로 선정되며 20대 초반 V리그를 완전히 평정했다. 2009년 JT 마블러스로 임대 이적한 김연경은 일본에서도 팀의 창단 첫 우승을 견인하며 베스트6와 MVP에 선정되는 등 최고의 선수로 활약하다가 2011년 튀르키예의 페네르바흐체 SK로 이적했다.
김연경은 세계 각지의 최고 선수들이 모인 튀르키예 리그에서도 두 번의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우승, CEV컵 우승, 튀르키예컵 우승, 슈퍼컵 우승 트로피를 각 한 번씩 들어 올리며 세계 최고의 아웃사이드히터로 군림했다. 특히 튀르키예 리그 진출 첫 시즌이었던 2011-2012 시즌에는 챔피언스리그에서 득점과 공격성공률, 서브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오르며 '배구계 메시'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대표팀에서도 김연경의 활약은 독보적이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으로 한국의 4강 신화를 견인하며 대회 MVP에 선정된 김연경은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도 한국을 8강으로 이끌었다. 김연경은 대표팀 은퇴 무대였던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팀의 주장으로 동료들을 이끌며 한국이 일본과 튀르키예 등 배구강국들을 꺾고 9년 만에 올림픽 4강에 오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20년 11년 만에 V리그에 복귀한 김연경은 세 시즌 연속으로 정규리그 MVP에 선정됐지만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좌절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김연경은 은퇴를 앞둔 2024-2025 시즌 챔프전에서 정관장 레드스파크스를 3승2패로 꺾고 흥국생명의 챔프전 우승을 이끌었다. 은퇴 시즌에 챔프전 우승과 정규리그, 챔프전 MVP를 모두 휩쓴, 그야말로 '배구여제'다운 완벽한 마무리였다.
여자배구 알리는 노력한 김연경
▲김연경은 현역 시절에도 여러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여자배구를 알리는데 노력했다.
SBS 화면 캡처
현역 시절 해당 종목에서 상징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선수들은 은퇴 후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종목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다. LPGA 25승에 빛나는 '골프여왕' 박세리는 현역 은퇴 후 2016 리우 올림픽에서 여자골프 대표팀의 감독으로 박인비의 금메달 획득을 지원했다. 2004 아테네 올림픽 탁구 남자단식 금메달리스트 유승민은 행정가로 변신해 지난 2월 제24대 대한체육회장에 선임됐다.
현역 시절부터 해당 종목의 상징적인 선수로 엄청난 부담을 떠안았던 대표적인 선수는 바로 '피겨여왕' 김연아였다. 김연아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후 휴식기였던 2011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SBS의 예능 프로그램 <김연아의 키스 앤 크라이>에 출연했다. 연예인들이 중심이 된 출연자들이 3개월간 경연을 벌여 우승자에게 김연아와 함께 아이스쇼 무대에 서는 혜택을 주는 프로그램이었다.
'김연아가 직접 심사하는 연예인들의 피겨 스케이팅 서비이벌'이라는 발상은 꽤나 신선했지만 사실 피겨 스케이팅은 몇 달의 연습으로 높은 수준의 경기를 보여주기 매우 힘들다. 특히 김연아가 '신동'에서 '여왕'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본 피겨 스케이팅 팬들에게 연예인들의 연기가 만족스러울 리 없었다. 하지만 김연아는 피겨 스케이팅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프로그램 출연을 결정했다.
사실 일반인들이 단기간에 익히기 어렵다는 점에서는 배구 역시 피겨 스케이팅 못지않다. 프로배구에서 쉽게 보이는 서브와 리시브, 토스, 스파이크로 연결되는 과정은 상당히 섬세한 감각과 기술, 반복훈련이 필요하다. 실제로 동호인들이 출전하는 생활체육 배구대회에서는 정상적인 랠리가 이뤄지지 않아 점프도 하지 않고 스파이크를 때리거나 상대 코트에 공을 넘기기에 급급한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따라서 MBC에서 하반기에 방영하는 배구예능 역시 연예인 또는 일반인이 '생활체육'으로 배구에 도전하는 방식이 아닌 실업팀 선수와 은퇴 선수, 배구 유망주들의 프로 도전기를 다룰 예정이다. 현역 시절에도 <나 혼자 산다>와 <집사부일체>, <라디오스타>, <런닝맨>, <놀면 뭐하니?> 등 많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여자배구를 알렸던 김연경은 은퇴하자마자 '배구 감독'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프로 지망생들 지도할 '감독' 김연경
▲김연경은 MBC에서 하반기에 방영예정인 배구예능 프로그램에서 감독으로 변신할 예정이다.
MBC
사실 그동안 방송가에서는 많은 스포츠 예능이 편성됐지만 현재 성공적으로 방송을 이어가고 있는 프로그램은 SBS의 <골 때리는 그녀들>과 JTBC의 < 뭉쳐야 찬다4 >, MBN의 <뛰어야 산다> 정도뿐이다. 배구는 그 동안 <우리동네 예체능>과 <집사부일체> 등 몇몇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적은 있지만 배구 전문예능은 MBC에서 하반기에 방송되는 김연경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사실상 처음이다.
김연경은 현역 시절부터 코트 안팎에서 많은 영향력을 미쳤던 한국 배구 역사상 최고의 슈퍼스타다. 현재도 흥국생명과 대한민국 대표팀의 어드바이저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는 김연경은 배구재단이나 유소년 클럽을 설립해 후임을 양성하고 대회를 개최하며 편하게 은퇴 후 생활을 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김연경은 시청자들에게 여자배구를 알리고 후배들의 프로 도전을 돕기 위해 배구예능 출연을 선택했다.
김연경은 현역 시절에도 경기 중이나 작전타임 시 감독 대신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거나 분발을 촉구하는 리더십을 많이 보여주곤 했다. 비록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김연경이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어떤 카리스마를 보여줄 지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김연경 감독'이 지도하는 선수 중에서 프로 입성에 성공하는 선수가 탄생한다면 김연경의 배구예능을 보는 시청자들의 보람도 함께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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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김연경의 첫 선택, '배구 여제'의 행보가 기대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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