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래곤 길들이기> 장면
유니버설 픽쳐스
히컵은 카리스마 넘치는 전형적인 리더는 아니다. 호통을 치거나 강하게 끌고 가는 리더도 아니다. 오히려 조금 자신감 없이 보이기도 하고, 강력해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는 공감과 신뢰를 바탕으로 주변을 조금씩 변화시킨다. 드래곤들과의 공존을 통해, 마을은 더 이상 위협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 오히려 더 강한 공동체로 성장하게 된다. 혼자만이 아니라 주변 모두에게 그 방법을 공유함으로써 평화의 영역은 더욱 넓어지게 된다.
히컵의 지도력은 현대적이고 감정적인 방식의 리더십이다. 현실에서 말하자면, 누구보다 강하게 지시하는 정치인보다, 의견을 듣고 조율하고 이해하며 함께 가려는 사람과 더 가깝다. 히컵은 자신의 약함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오히려 그 약함을 통해 모두를 하나로 묶는 힘을 가진다. 강한 리더보다 더 큰 울림을 주는 인물이다.
그렇게 히컵은 지도자의 힘이 카리스마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건 오늘날 우리가 가장 갈망하는 리더의 모습이기도 하다. 특히나 엄청난 위기가 다가왔을 때, 절대 악처럼 보이는 존재가 등장했을 때, 인간과 드래곤의 장점을 합쳐서 이겨내게 만드는 것이 바로 히컵의 지도력이었다.
가장 성공적인 실사영화
<드래곤 길들이기>는 2010년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으로 첫 선을 보였던 이야기를, 원작 감독 딘 데블로이스가 그대로 실사화한 작품이다. 원작의 감성과 메시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현실감과 생동감을 더했다. 특히 드래곤이 날아다니는 장면의 입체감은 4DX나 IMAX로 볼 때 훨씬 더 극대화된다. 투슬리스의 생생한 표정과 움직임은 고양이와 강아지의 특성을 결합해 구현됐는데, 반려동물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더 깊게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히컵과 투슬리스의 관계를 통해 말하는 메시지인 '낯선 존재를 향한 두려움을 넘어서는 용기,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방식의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 시대를 초월한 감동을 준다. 실사화의 함정인 어색한 연기나 어설픈 CG를 완벽히 비켜간 작품이다. 디즈니식 PC주의가 살짝 묻어나긴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을 해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간다. 자세히 신경쓰지 않으면 그냥 스쳐지나갈 수 있게 설정돼 있다. 여러 인종이 공존하는 이유를 설정상 설득력 있게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디즈니의 실사화는 원작의 정서를 훼손하거나, 서사 구조를 무리하게 바꾸면서 팬들의 비판을 받은 경우가 많았다. 특히 정치적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거나, 캐릭터의 성격이나 외모를 과하게 변경하면서 이야기의 감정선이 무너진 경우도 있었다.
<드래곤 길들이기>는 다르다. 원작의 구조와 감정을 충실히 따라가면서도, 실사화로 옮길 때 필요한 감각적인 변화는 세심하게 조율했다. 실사화라는 형식이 기존 애니 원작이 가진 이야기의 밀도를 좀 더 증폭시킨다는 느낌이다. 어색한 변형 없이도 현대적인 감각을 담아낸다는 점에서, 디즈니 실사화보다 더 균형감 있고, 감정적으로도 더 진실한 작품이다.
결국 <드래곤 길들이기>는 '실사화는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가장 설득력 있게 답하는 영화다. 이야기의 본질은 그대로 두되, 감각은 훨씬 확장시키고, 감정은 더욱 깊어지게 만든다. 아이와 함께 보기에도 좋고, 어른들이 혼자 보기에도 충분히 울림이 있는 작품이다. 꼭 특별관에서, 바람이 불고 소리가 터지는 그 감각으로, 히컵과 투슬리스의 비행을 함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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