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부천시청 내 판타스틱큐브에서 열린 29회 부천국제영화제 기자회견
성하훈
장르영화의 축제인 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부천영화제)가 AI 영화의 비중을 한층 강화하며 앞으로 한국 AI 영화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올해 개막작을 AI 영화로 선정했고, 이미 교육을 시작한 AI 영상 교육센터를 통해 향후 5년간 부천을 중심으로 AI 필름 메이커 1만 명을 육성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부천영화제 성격 자체를 AI 영화 육성에 맞추는 모습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개막작은 피오트르 베니에비츠 감독 <그를 찾아서>
부천영화제가 10일 경기 부천시청 내 판타스틱큐브와 오후 서울 백범김구기념관 대회의실에서 오전과 오후로 나눠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영화제의 기조와 상영작을 공개했다. 내년 30회를 앞둔 가운데, 올해는 41개국 222편 영화가 상영된다.
개막작은 피오트르 비니에비츠 감독의 <그를 찾아서>가 선정됐다. 독일의 영화감독 베르너 헤어조크가 "400-500년 후에도 컴퓨터는 내 영화만큼 훌륭한 영화를 만들 수 없을 것이다"라고 남긴 말에서 시작되는데, 피오트르 감독은 어쩌면 AI 기술과 가장 대척점에 있을 헤어조크 감독의 영화 시나리오를 AI에 학습시켰고, AI가 창작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이 영화를 완성했다.
영화는 가상의 독일 도시에서 발생한 클레리의 미스터리한 죽음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헤어조크'를 연상케 하는 인물이 내레이션을 맡아 이야기를 이끄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린다. 인터뷰, 허구, 실제 배우의 연기 등을 혼합해 장르의 경계를 해체하면서, AI 시대의 예술 창작의 의미와 윤리, 그리고 인간 고유성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부천영화제 는 설명했다.
신철 집행위원장은 "베르너 헤어초크 감독은 독일 뉴저먼시네마의 기수로 꼴통, 악마 등 각양각색의 부정적인 별명을 가지고 있는 감독"이라며 "피오트르 비니에비츠 감독이 찾아가 AI 영화를 제안해 허락을 받은 후 헤어초크 감독의 그간 인터뷰, 시나리오 등 여러 가지 자료를 학습시켜 만든 영화"라고 덧붙였다.
폐막작은 한제이 감독 <단골식당>으로 오랜만에 한국영화가 선정됐다. 시장통 식당을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장르며, 따뜻한 작품이라고 영화제 측은 전했다.
지난해 시작된 '부천초이스 : AI 경쟁'은 올해 출품작 수가 350편이 넘을 만큼 크게 증가했다. 김관희 프로그래머는 "지난해 110편 정도였는데 올해는 350편 넘게 출품이 됐고, 그만큼 많은 관심이 느껴졌다"면서 "기술적 능력이 많이 발전했고 감독들이 내러티브를 향상시키는 능력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출품작을 보면 지난해는 우리 감독들의 실력이 조금 월등하다고 느끼는 정도였는데, 지금은 해외 감독들의 실력이 거의 비등하게 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배우 특별전 주역은 이병헌
▲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기자회견이 10일 오전 부천시청 내 판타스틱큐브에서 열렸다.
부천영화제 제공
주요 상영작으로는 국내영화를 대상으로 한 경쟁인 '코리아판타스틱 : 장편'에서 '칸 판타스틱7' 선정작인 <시스터 후드>가 관객과 처음으로 만난다. '칸 판타스틱7'은 2019년 칸영화제 필름마켓에서 장르영화 활성화를 위해 만든 프로그램으로 7개 영화제가 함께하고 있다.
지난해 부천영화제 산업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완성된 <교생실습>도 최초로 공개된다. 홍콩 서극 감독의 신작인 <사조영웅전 : 협치대차>도 관객들이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고전영화로는 1968년 한국 최초의 시네마스코프 애니메이선 박영일 감독 <손오공>, 1941년 제작된 아시아 최초의 애니메이션 <철선공주>, 미국 호러영화의 기념비적 작품인 <텍사스 전기톱 학살>과 함께 2004년 제작된 베트남 전쟁을 소재로 한 공수창 감독 <알 포인트>도 선보인다.
매해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를 조명하는 배우 특별전의 주역은 이병헌 배우가 선정됐다. '더 마스터: 이병헌'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특별전은 기념 책자 발간을 비롯해 토크, 전시, 무대 인사 등이 준비됐다. <공동경비구역>(2000), <번지 점프를 하다>(2001), <광해, 왕이된 남자>(2012), 내부자들(2015), <콘크리트 유토피아>(2023) 등 이병헌 배우 연기의 진수를 보여주는 10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한국영화의 굵직한 족적을 남기고 있는 제작사 '외유내강' 설립 20주년을 축하하는 특별전도 마련됐다. <짝패>(2006), <엑시트>(2019), <모가디슈>(2021)가 상영되고 토크 프로그램을 통해 외유내강의 발자취를 들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밖에 따뜻한 미장센과 감각적 연출로 유명한 김태용 감독의 장편 <꼭두 이야기>와 단편영화 <그녀의 전설> 등 6편의 영화를 스크린으로 만나보는 자리도 준비했다.
"윤석열차'로 '블랙리스트'처럼 돼... 어려움 겪은 것 회복돼야"
▲10일 오전 부천시청 내 판타스틱큐브에서 열린 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기자회견에 참석한 신철 집행위원장, 장미희 조직위원장, 조용익 부천시장
성하훈
올해 부천영화제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열리는 첫 국제영화제라는 의미도 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조용익 부천시장은 "부천영화제가 '문화 강국 부천'을 만들어 가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해주고 있다"면서 "이재명 대통령께서 후보 때도 말씀했고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주요 국정 과제 중에 하나로 '문화 강국'을 말씀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조 시장은 "지난 정부에서 '윤석열차' 사건으로 부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다. 사실상 '블랙리스트'처럼 돼서 어려움을 겪었던 부분들이 이제는 회복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부천이 문화도시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다시 해나가야 될 때가 됐다"고 했다.
'윤석열차' 사건은 2022년 10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관한 부천만화축제에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인 풍자카툰 '윤석열차'가 전시된 일을 말한다. 당시 후원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정치적 주제의 작품이라며 진흥원에 경고 조치를 내려 표현의 자유 논란이 일었다. 이후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2024년 국고보조금 예산이 전년 대비 48%(56억1000만 원) 줄어 지자체와 문화계에서 '보복성 삭감'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부천영화제는 오는 7월 3일 개막해 7월 13일까지 부천시청과 인근 CGV 소풍, 롯데시네마 부천 등의 상영관에서 개최된다. 개막식은 부천아트센터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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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국제영화제, '윤석열차' 언급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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