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적이던 대학생 바버라 리를 영입하는 셜리 치점영화 <셜리 치점> 스틸컷
넷플릭스
그렇다면 경선 패배 이후 치점은 조용히 잊히는 길을 걸었을까? 역시 아니다. 영화는 경선 패배 이후 치점이 하원의원 7선에 거듭나는 정치적 커리어를 달성하면서 군사비용 감축과 복지 증진에 치중했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흑인 민권 운동과 여성 인권 운동에 나섰음을 분명히 한다. 영화가 치점의 가장 잘 알려진 순간인 경선 기간에만 집중할지언정, 그가 선거 기간에만 얼굴을 비추었다가 사라지는 '반짝 후보'가 아니었다고 밝히는 것이다.
대부분 경쟁력이 부족한 군소후보들은 '이름을 알리기 위해' 출마한다고 여겨진다. 큰 규모의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일종의 명예로 여기는 정치적·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다. 물론 치점의 출마에서도 알 수 있듯, '선거판'에 얼굴을 비추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후보들이 오로지 대선 출마만을 위해 달려 왔다고 판단하는 것은 오히려 그들의 투쟁을 과소평가하는 발상일지도 모른다.
재야에서 뛰어 오던 인권 운동가들에게 '대선'은 그보다 큰 싸움의 일부일 뿐이다. 셜리 치점은 평등권 강화를 위한 투쟁에 대통령 후보 경선을 이용했고, 패배했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어 미국 민주당에 선명한 자유주의 좌파 색채를 더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군소 진보정당은 더욱 선명한 노동 정책과 차별금지법 제정 등 민주당이 선뜻 건드리지 못했던 의제를 제시하며 당선되지 못할 선거에 나선다. 이들의 출마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다소 무모하다고 보일 수도 있는 투쟁의 필요성을 알리는 도구다.
비대한 정치 세력이 '말하지 못하는 것'을 대중 앞에서 말하는 것, 그리고 다시 잊혀진 시민들의 곁으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 군소후보들의 출마 이유가 아닐까. <셜리 치점>의 엔딩은 대선에 얼굴을 내밀었다가 '사라진' 후보들의 투쟁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관객에게 선거전 바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호소한다. 21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금, '대체 왜 출마했는지 모를' 군소·진보 후보들의 무모한 도전이 가지는 의의가 궁금하다면 넷플릭스에서 <셜리 치점>을 감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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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프 픽션 신봉자. 이야기가 가지는 힘을 믿고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