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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삶 맞바꾼 쌍둥이 자매, 취약함 드러내자 달라진 사람들

[드라마 인물 탐구생활 123] tvN <미지의 서울> 속 인물들의 취약성과 연결

25.06.10 09:49최종업데이트25.06.1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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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인물들의 심리를 탐구해 봅니다. 그때 그 장면 궁금했던 인물들의 심리를 펼쳐보면, 어느새 우리 자신의 마음도 더 잘 보이게 될 것입니다.[기자말]
쌍둥이 자매가 서로의 삶을 맞바꾸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 쌍둥이 동생 미지(박보영)는 언니 미래(박보영)를 대신해 회사 생활을 한다. 그러다 회사 일로 부지 매입을 위해 설득하던 로사(양미경)가 마음을 열어주던 순간, 이렇게 독백한다.

'왜지? 잘 보이려고 애쓸 때는 꿈쩍도 않던 마음이 왜 지금 이런 순간에 열린 거지?' (3회)

이런 경험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종종 찾아온다. 좋게 보이려고 애쓸 땐 도무지 가까워지지 않다가, 어느 순간 긴장이 풀려 실수를 하거나 마음을 놓아버렸을 때 누군가와 확 가까워지는 그런 경험 말이다. 도대체 왜 이런 걸까?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는 순간은 언제일까?

저마다의 '취약함'을 안고 살아가는 <미지의 서울> 인물들이 서로 연결되는 모습을 통해 사람의 마음이 열리는 순간을 탐구해보았다.

 인생을 바꿔살게 된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를 다룬 <미지의 서울> 포스터
인생을 바꿔살게 된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를 다룬 <미지의 서울> 포스터tvN

취약함을 꽁꽁 숨기다

미래와 미지는 쌍둥이 자매다. 일란성 쌍둥이 중에서도 매우 닮아, 엄마 옥희(장영남)조차 둘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하지만 둘은 성격도 취향도 완전히 다르다. 또한, 서로 다른 취약함을 안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병치레가 잦았던 미래는 아픈 것 자체를 자신의 약점이라고 생각한다. 미래는 약점을 들키는 걸 무척이나 싫어한다. 교통사고로 장애를 가진 호수(박진영)가 옆집으로 이사왔을 때도 호수의 사연에 대해 궁금해하는 미지에게 "(장애에 대해) 모르는 게 나아. 누가 내 약점 안다고 생각하면 기분 더럽잖아" (1회)라고 말할 정도로 말이다.

반면 미지는 공부 잘하는 미래에 비해 엄마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 그러다 달리기에서 재능을 발견한 후 '빛나는' 시기를 보낸다. 하지만, 부상으로 더 이상 뛰지 못하게 되고 미지는 '빛나지 못하는'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해 3년을 방안에 갇혀 지낸다.

이런 미지, 미래의 엄마 옥희는 옆집에 사는 동창인 분홍(김선영)과 자존심 싸움을 한다. 분홍이 교감으로 있는 학교에서 주방일을 하는 자신을 초라하다 여기는 옥희는 분홍에게는 더욱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한다. 반면, 분홍은 타인을 잘 배려하는 듯하지만 이 배려의 이면엔 '교감' 지위가 숨어 있다. 또한, 종종 변호사가 된 아들 호수를 내세워 자신을 드러내려 한다.

한편, 호수는 어릴 적 교통사고를 당해 후유증을 가지고 살지만, 변호사가 된다. 그리고 대형 로펌에 들어가 지체 장애를 가진 선배 충구(임철수)를 따른다. 하지만, 충구는 자신을 존경한다며 함께 일하려는 호수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네 강점 때문에 곁에 두려 했는데 너는 내 약점 때문에 옆에 있는 거구나. 근데 나 그거 질색이거든." (3회)

왜 취약함을 드러내기가 힘들까

이렇게 <미지의 서울> 속 인물들은 저마다 '취약한 면'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되도록 이를 감추고 강하고 좋은 모습으로 타인 앞에 서려 한다. 하지만, 이럴 때 이들은 곁에 있는 사람들과 멀어진다.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하는 미래는 외로워 보이고, 미지는 짙은 우울로 고립된 시기를 보내며, 옥희는 분홍과 자주 갈등한다. 충구는 진심으로 연결되고 싶어하는 호수에게 상처를 주고 결별하게 된다. 이처럼 종종 사람들은 '강해보이려 할 때' 그러니까 자신의 취약함을 감추려 들 때 타인과 진심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더욱 고립된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자신의 '취약성'을 감추고, '강하고 좋은 모습'으로만 관계를 맺고 싶어한다.

 미지는 로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선물공세를 펼치지만 로사의 마음은 꿈쩍도 않는다.
미지는 로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선물공세를 펼치지만 로사의 마음은 꿈쩍도 않는다.tvN

심리학자 브레네 브라운은 저서 <마음 가면>에서 이것이 바로 '수치심'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브라운은 수치심을 '우리의 어떤 결함을 우리가 사랑과 소속감을 느낄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여기는 매우 고통스러운 감정 혹은 경험'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타인과 비교하고 평가하며 그 원인을 개인에게서 찾는 '네가 부족해서 그래' 문화가 팽배해 있다고 말한다. 이런 문화 때문에 사람들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약점이나 나약한 모습을 꽁꽁 숨기다 관계에서 멀어진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다양한 사례와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자신의 취약성을 수용하고 이를 개방할 때 더 잘 연결된다고 주장하며 이렇게 설명한다.

'취약성을 끌어안고 솔직해진다는 것은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으로 대게는 쌍방향으로 이뤄진다.'

취약함이 서로를 연결한다

<미지의 서울>의 인물들은 정말 그랬다. 브라운의 연구처럼, 강하고 좋은 모습으로 만나려는 심리적 방어가 풀릴 때 진정으로 마음이 연결된다.

미지는 로사를 설득하기 위해 매일 찾아가 선물을 주고, 청소까지 대신해주지만 로사는 이런 미지를 소금을 뿌리며 야박하게만 대한다. 그래도 꾹 참고 로사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던 미지는 어느 날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화를 내며 "사람답게 대해달라"고 소리를 지른다. 분명, 감정에 휩쓸린 '취약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로사는 미지의 이런 솔직함에 오히려 마음을 열고 '사람답게 대해주기'로 마음먹는다(2회). 또한 미지가 쩔쩔매여 자신의 손을 누르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회사 사람들과 만나기로 마음 먹는다. 로사의 마음을 연 것은 '잘 대해주는' 미지가 아니라 솔직하고 취약한 미지의 모습이었다(3회).

분홍과 옥희도 취약한 모습을 드러내면서 서로 연결된다. 옥희는 3회 자신의 어머니 돌봄을 위해 휴가를 써야 한다며 분홍에게 보고한다. 이에 분홍은 흔쾌히 허락하며 "후회하지 말고 엄마한테 돌려드려"라고 하지만, 옥희는 "네가 뭘 알아? 모녀가 다 너희 집 같은 줄 아니?"라며 자존심 상해한다. 취약한 모습을 들킨 듯한 옥희의 방어 때문에 관계가 멀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후 분홍은 옥희에게 전복죽을 건네며 "우리 어머니 돌아가셨거든? 접때는 내가 후회돼서 한 소리야"라고 사과한다. 그렇게 분홍이 자신의 아픔을 내비치자, 옥희는 무척 미안해 하며 옥희의 마음을 받아준다. 종종 티격태격하는 옥희와 분홍은 이렇게 서로의 취약함을 드러내면서 좀 더 가까워진다(3회).

미래가 미지 대신 일하게 된 딸기밭 주인 세진(류경수)도 그렇다. 미래에게 "왜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냐"며 큰소리를 치던 세진은 3회 "(제가) 섣불리 판단하고 뒤늦게 후회하는 타입. 저번에는 말 함부로 해서 죄송했습니다. 화낸 일에 대해 솔직히 사과한다. 그전까지 세진과 데면데면 했던 미래는 이날 밥 먹자는 세진의 제안에 처음으로 응한다.

 세진이 자신의 약점을 개방하며 사과한 날, 미래도 세진에게 마음을 연다.
세진이 자신의 약점을 개방하며 사과한 날, 미래도 세진에게 마음을 연다.tvN

이처럼 우리는 취약함을 드러내고 진심을 보여줄 때 서로 연결된다. 그러니 취약해지면 관계가 단절될까 봐 지레 겁먹게 만드는 수치심 따위는 내려놓아도 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선 나와 타인을 다음과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면 어떨까 싶다. 미지의 할머니 월순(차미경)은 미지가 달리기를 하지 못하는 '아무것도 아닌' 자신이 쓰레기 같다고 하자 이렇게 말해준다.

"사슴이 사자 피해 도망치면 쓰레기냐? 소라게가 잡아 먹힐까 봐 숨으면 겁쟁이야? 다 살려고 싸우는 거잖아. 미지도 살려고 숨은 거야. 암만 모냥 빠지고 추해도 살자고 하는 짓은 다 용감한 거야." (4회)

취약함을 지닌 우리들은 저마다 살기 위해 애를 쓴다. 그 모습을 수치스러워하지 말고, 용감한 것으로 바라본다면, 나와 타인의 약함에 더 관대해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럴 때 각자가 지닌 취약함을 개방하며 보다 진실하게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취약함을 보듬는 이런 연결이 많아질 때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편견과 차별로부터도 멀어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송주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s://blog.naver.com/serene_joo)와 브런치(https://brunch.co.kr/@serenity153)에도 실립니다.
미지의서울 박보영 취약성 연결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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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상담심리사. 심리학, 여성주의, 비거니즘의 시선으로 일상과 문화를 바라봅니다.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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