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덕환 배우
씨엘엔컴퍼니
-결혼 후 배우로서도 시야도 확장되는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다.
"예전에는 배우니까 관찰한답시고 지하철이나 버스 타고 다니면서 얻은 정보를 연기에 녹였다. 정보를 토대로 저 혼자 상상하고 판단을 내려버린 거다. 배우는 술도 잘 마셔야 한다는 배우병에 걸려서 술자리도 많이 했었다. 선배가 새벽에 불러도 거절을 못 하고 다 나갔다. 그때 거기서 한마디 얻는 게 영감을 줄지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결혼하고서는 술도 끊었다.
이제는 진짜를 배우게 되었다. 작품 이야기만 하는 사람을 만나다가, 아내 친구나 부부를 만나면서 실생활 이야기를 듣게 된 거다. 저의 에너지를 나눌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즐겁고 행복하다. 예전의 저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인데 결혼 후에 인간이 된 거다. (웃음) 아내에게 요리해 주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줄 기대, 아내의 출장 중 느껴보는 허전함과 외로움, 혼자도 좋지만 함께 하는 소중함을 생각했다. 결혼하고서는 사람 공부, 인간을 바라보는 이해력이 포괄적으로 변했다. 나를 싫어한다면 좋아하게 만들려고 애쓰지 않고 오히려 내려놓게 되었다. 옥죄지 않으니까 편해졌다."
-살면서 만나게 되는 '인연'에 대해 말하는 드라마답게 '목사' 캐릭터를 만난 것도 인연인 게 아닐까.
"어릴 때부터 일찍 주인공을 하다 보니 현장 분위기를 이끌어 가야 하는 사람이란 부담에 힘들었다. 상대방의 태도를 의심하다 보니,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커진 거다. 자존심도 세고 승부욕도 커서 뭐든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치열하게 살았다. 그럴수록 눈치도 많이 보고 긴장감도 컸다.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는 순간에도 내내 연기를 하고 있었고 집에 가면 허탈했다. 우러나온 행동이 아닌 만들어진 행동이었던 거다. <신의 퀴즈> 할 때도 칠판 가득 공식을 채우는 장면도 다 외워서 할 정도로 철저했다. 그래야 스태프도 그런 나를 보고 자극받는다는 허망한 생각을 했던 거다. 하지만 그건 다 저를 괴롭히는 일이었다. 기술적 연기, 외적인 이미지만 포장하게 되는 거였다. (이번 작품은) 연기라는 게 스트레스가 아니라, 놀면서도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던 소중한 작품이다."
-무대와 매체를 넘나들고 연출까지 겸하는 배우로서 '연기'란 무엇이라 생각하나.
"예전에 신구 선생님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봤다. 그 연세에 무대에서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시더라. 반성을 많이 했다. 배우라면 지금 할 수 있는 최대치를 찾아서 보여주는 게 연기라는 생각을 했다. 톰 크루즈도 여전히 액션을 선보이니까 멋있는 거다. 그게 배우로서 가져야 기본적인 소양이다. 자신의 시간을 정확하게 아는 것, 지금 내 시간이 소중하다는 걸 알고 기록으로 남기는 게 연기라고 생각한다."
-아역부터 시작한 오랜 경력자다. 본인의 아역 시절은 어땠나.
"저의 아역은 어려웠고 무서웠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너무 싫다. 현장에서 이름으로 불린 적 없었고 야 너 하면서, 소품 취급 당하던 시절이었다. 눈물을 흘려야 하는 장면에서 다른 친구가 뺨을 맞자, 저도 못 울면 맞을 수 있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지금은 아역도 엄연히 '배우'로 인정받고 다들 예뻐해 주고 인간적으로 대해주잖나. 부모님도 많이 알고 계시고 학교생활이 중요하다는 것도 아는 만큼 많이 변했다. 많은 선배님들이 바꾸어 주셨다."
-마지막 질문이다. 드라마처럼 환생한다면 배우란 직업을 또 택할 건가.
"아마 또 하지 않을까. (웃음) 어릴 때 하필이면 소극장에서 놀았을까. 그때만 생각하면 신기하다. 어머니 말로는 숫기가 너무 없어서 어른들이 귀엽다고 만지려고 하면 토할 정도였다고 한다. 고민 끝에 안양의 소극장에 보내셨고 몇 시간 후에 찾으러 오니까 신기하게 형들이랑 놀고 있다고 하더라. 그때 연기를 시켜야겠다고 결심하셨다고 들었다. 첫 연극 <벌거숭이 임금님>으로 데뷔하게 된 거다. 그때 한 마디 대사가 전부였다. '저 임금님 벌거벗었대요'라는 제 인생 첫 대사였는데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필연이든 우연이든 해야 하는 게 운명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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