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의 기억스틸컷
JIFF
원제 버리고 택한 의역, 다소 아쉬워
이 영화를 두고 올해 코리안시네마 섹션에 초청된 <목인>의 이명륜 감독에게 연출자가 갖는 시각은 어떤지 물었다.
이명륜 감독은 "영화는 브라질에서 어떤 연유로 계엄령이 발생하게 되었는지, 영화의 시점이 어떤 정치적, 역사적 상황인지 자세히 보여주지 않고서, 그 역사의 길 한복판에 놓여있는 가족들의 감정에 집중한다"며 "전체적인 흐름을 끌고 가는 인물은 엄마 에우니시 파이바로, 아빠 루벤스 파이바가 군 기관에 체포돼 실종된 뒤 무너져가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혼자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어린아이들도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의 가정이 무너져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서 "엄마가 혼자 강인하게 버텨내려 해도, 어쩔 수 없이 아이들에게 슬픔과 고통이 전가되는데, 이 지점에서 관객들은 한 인물이 아닌 가정 전체가 무너져 간다는 걸 피부로 몸소 느끼고 씁쓸함과 슬픔의 감정을 갖는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흥미로운 건 이들이 아빠의 부재와 함께 자신들이 살았던 행복한 집을 벗어나 상파울루로 이사 가는 부분인데, 자신들이 살았던 집과 해변을 떠나는 이들의 눈빛에는 도망간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뿐더러 실제로도 이후의 시간을 강인하게 버텨내고 새로운 대가족을 만들어내기까지 한다"면서 "영화의 후반부에 나오는 그들의 모습이 더 단단하고 올곧게 보인단 점이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명륜 감독은 영화제가 제목을 의역한 점에 대해선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감히 예상해 보자면 이미 세상에 사라진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아직까지 전해져 온다는 의미에서, 또 그들의 강인했던 영이 아직까지 그 자리에 있다는 의미에서 제목이 지어지지 않았을까 싶다"며 "원제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의역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는데, 영화가 끝나고 제목을 곱씹으며 한국 관객들도 개인만의 감상을 더할 수 있는 좋은 제목이라 여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러모로 <계엄령의 기억>은 민주주의와 그 적, 나아가 위협받는 공화정의 오늘로부터 구할 수 있는 희망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원제인 '아임 스틸 히어', 그 모든 압제와 탄압에도 불구하고 내가 자리를 비키지 않았다는 영화의 외침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 하였던가. 끝끝내 비켜서지 않고 민주주의와 공화정, 시민사회와 나의 세계를 지탱하려는 시민들의 수고로움이 고마워지는 순간이다.
▲전주국제영화제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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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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