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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호텔 조식이 어때서, 선우용여의 삶을 응원합니다

[리뷰] 순자엄마·박막례·밀라논나·선우용여가 보여준 즐거운 노년

25.05.11 11:40최종업데이트25.05.1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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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자손들의 부양을 받으며 넉넉하게 누리는 사람들을 복 많은 어르신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이제는 베이비 붐 세대 자녀들조차 정년을 맞이했다. 늙은 자식 세대가 더 늙은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초고속으로 늘어나는 노령 인구에 대한 사회적 부담에 전혀 다른 사회적 경험을 가진 한국 현대사의 특징적 상황이 더욱 세대 간 공감대를 어렵게 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노인은 커다란 섬처럼, 우리 안의 '타자'로 여겨지는 경우도 상당하다.

인기 유튜버 된 어르신들

 유튜브 <밀라논나> 중 한 장면
유튜브 <밀라논나> 중 한 장면밀라논나

이런 상황에서 각광 받는 몇몇 '어르신'이 있다. 순자 엄마, 박막례 할머니, 밀라논나가 대표적인데, 이들은 각각 66세, 74세, 79세 등의 나이에 인기 유튜버가 됐다.

이들의 특징이 뭘까? 1960년생 125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순자엄마'의 유튜브를 보자. 아들 쫑구, 남편, 며느리와 함께 가족 사이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영상으로 담은 유튜브에서 순자엄마는 '쌍욕'을 속 시원하게 선보인다. 자신이 직접 키운 농산물을 먹어보는 영상을 찍는데 뒤에서 닭이 자꾸 운다. 그 소리가 신경 쓰이는 순자엄마. 다음 장면 큰 솥에 무언가 끓고 있다. 바로 조금 전 뒤에서 울던 닭이 그 솥 안에 들어 있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백숙이 된 닭을 꺼내던 순자 엄마, 그만 바닥에 떨어뜨린다. 이어 "X됐다"고 한다. 일이 어그러진 순간 나온 한마디, '하이퍼리얼리즘'의 끝판왕 아닌가.

욕쟁이 할머니 집을 스스로 찾아가듯이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영상에 눈물을 흘리며 웃는다. 유튜버 '박막례'도 빼놓을 수 없다. 치매에 걸리지 않고 재미있게 살고 싶다는 말이 담긴 그의 영상이 10만을 넘어 100만을 돌파했다. 그렇게 박막례는 인기 유튜버가 됐다. 찰진 전라도 사투리로 '왜 남의 장단에 맞추려고 하냐, 북 치고 장구 치고 니 하고싶은 대로 해라. 그러다 보면 니 장단에 맞추고 싶은 사람들이 와서 춤춘다"는 말로 젊은이들을 열광하게 만들기도 했다. 박막례 레시피가 회자될 만큼 음식과 관련해 그녀의 레시피가 인기를 끌었다. 패션 잡지 화보를 찍고 책을 내는 등 실버 크리에이터의 면모를 뽐내고 있다.

반면, 이탈리아의 도시 밀라노와 이탈리아어 할머니를 뜻하는 말을 합친 뜻인 '밀라논나' 장명숙씨는 밀라노의 첫 한국인 유학생 출신이다. 무대 의상 디자이너, 교수 등을 역임한 그녀는 멋지고 품위 있게 나이 드는 모습으로 시선을 끌었다. 젊은 시절부터 이탈리아를 오가며 사업을 했던 그녀는 그래서 여전히 먹거리, 패션 등의 분야는 물론 인생 상담에 이르기까지 젊은이들이 기꺼이 훈수를 청한다. 전혀 다른 매력의 밀라논나, 박막례의 영상이 인기 있는 이유를 들자면, 여전히 자신만의 당당한 모습을 지니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최고령 유튜버, 선우용여

 유튜브 <순풍 선우용여> 중 한 장면
유튜브 <순풍 선우용여> 중 한 장면순풍선우용여

이렇게 노년에 이르러서도 유튜버로 활약하는 이들 사이에 새로이 도전장을 내민 이가 있다. 나이로 치자면 가장 많다는 여든하나, 연기 생활만 60여 년에 달하는 <순풍 산부인과>의 선우용여다.

4월 24일 음대 알바생들이 연주하는 우아한 바이올린 음악을 배경으로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선우용여를 비롯해 희극인우 이경실, 조혜련 등이 아침 햇살을 한 잔씩 놓고 마주 앉았다. 그 앞에는 뷔페 접시에 층층이 전, 순대, 편육이 세팅되어 있다.

"우리 모두 다 선우용여 선생님의 목소리를 흉내 낼 수 있다"는 조혜련의 말에 "이것들아 시끄러워"라며 <순풍 산부인과>에서의 대사를 찰지게 선보인 선유용여. 그녀는 "비록 여든하나이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이제부터 도둑질, 나쁜 짓만 빼고 모든 것을 다해보겠다"고 밝혔다.

이어 tbc 공채 1기 1등으로 뽑힌 이력부터 시작해서 결혼으로 이어지는 드라마틱한 인생 여정을 진솔한 태도로 돌아봤다. 남편의 빚을 갚기 위해 연기를 직업으로 삼았다는 이야기, 아이들과 함께 지내기 위해 미국으로 가서 식당을 하며 비로소 연기를 제대로 배웠다는 것도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영상에는 아침 일찍 스스로 차를 몰고 조식 뷔페를 찾아간 선우용여의 모습도 담겼다. 그는 홀로 챙겨 먹는 끼니는 먹는 것보다 버리는 것이 더 많아 뷔페를 가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이가 들어 겉치레에는 돈 천을 들이는 것을 아끼지 않으면서 정작 자신의 끼니를 허투루 하는 경우가 많다"며 "돈 이고 지고 갈 거 아니지 않냐"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사람들 사이에서 즐길 수 있는 건강하고 맛난 한 끼의 조식 뷔페가 좋다"라며 "나이든 이들이 함께할 수 있는 이런 공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 번째 영상에서 제작진은 선우용여의 집을 찾았다. 거실은 온통 스스로 그린 그림과 작품들로 가득했다. 한때 뇌경색으로 고생했던 그녀는 빠른 발견으로 회복했고, 이후 매일 운동으로 하루를 연다. 또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불경과 싱잉볼도 놓치지 않았다.

유튜브 <순풍 선우용여>는 선우용여라는 연예인을 넘어 여든이라는 나이에 자신의 삶을 스스로 꾸려가는 어르신의 건강한 삶을 잘 보여준다.

여든 이후의 삶, 과연 그 시간을 어떻게 채워갈지 건지 보여주는 유튜브다. 선우용여뿐 아니라 박막례, 밀라논나, 순자엄마까지. 이들이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건, 70이 됐건 80이 됐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이 아니라 여전히 스스로 자신의 삶이라는 여정에서 '현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13만 명 구독자의 <순풍 선우용여>의 각 영상은 최소 89만 회부터 최대 278만 회까지 인기가 상당하다(9일 기준). 즐거운 노년의 삶을 보여준 그녀가 앞으로도 건강하고 재밌게 살기를 바란다.

 유튜브 <순풍 선우용여> 중 한 장면
유튜브 <순풍 선우용여> 중 한 장면순풍 선우용여

선우용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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