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이러스> 스틸컷
㈜바이포엠스튜디오
사랑은 엄연한 타이밍의 문제다. 상대방을 향한 호감 표시는 적재적소에 쓰여야 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는 하나, 일방적 고백을 밀어붙이는 수필의 구애는 공격, 폭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좋아한다며 무조건 들이대는 상황은 자칫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다행히 충동 행동, 호르몬 과다, 감정 과잉은 다 '감염 증상'이란 이균의 말로 무마된다. 상대를 바꿔가며 다양하게 펼쳐지는 블랙 코미디와 불편함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지켜보는 게 관전 포인트다.
이색적인 설정은 고양이를 숙주로 삼는 실존 기생충 '톡소플라스마 곤디'에서 착안했다. 톡소 바이러스는 비말과 혈액, 배변을 통해 감염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타인에게 강한 호감을 느끼며, 땀이 많아지고 환청과 환각에 빠져 사리 분별이 쉽지 않다. 몸에 붉은 반점이 생길 경우 24시간이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토록 심각한 상황이지만 질병에 걸린 사람들은 그저 행복하다. 무미건조한 일상에 찾아온 변화는 모두를 성장하게 만들어 준다. 택선은 이유 없이 설레고 기분 좋아지는 증상이 바이러스 때문인지, 정말 사랑에 빠진 건지 알 수 없는 행동으로 웃음을 준다. 열린 결말의 여운은 열병이 지나간 후 항체가 생긴 소중한 기억으로 남게 된다. 태어나 처음 맞아보는 긍정적인 기분, 살아 있음을 확인한 생동감을 잃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
▲영화 <바이러스> 스틸컷
㈜바이포엠스튜디오
부작용 없는 우울증 치료제의 연구에 매진한 이균의 노력은 인류가 바라는 염원 중 하나다. 그가 발견한 톡소 바이러스와 감염된 인간, 슈퍼 항체의 등장은 한편의 우당탕탕 소동극을 만든다. 수많은 인류의 사망 이후 질병을 정복한 역사가 반복되어 온 것처럼 훗날 이균의 성공이 현실이 될 희망찬 날을 기다려 본다.
간혹 '평소와 다르게 왜 이러지?' 싶다면 <바이러스>가 떠오를 것 같다. 인류 탄생과 함께한 사랑을 소재로 배두나, 김윤석, 손석구의 안정적인 연기와 날 것의 연기를 펼친 장기하의 케미가 의외의 시너지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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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이내 사망할 수도 있는데... 바이러스에 걸려 행복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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