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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외국 영화에 관세 부과... 할리우드 "재앙 될 것"

미 영화 업계 "보복 관세 우려... 영화 제작 더 줄어들 것"

25.05.07 12:03최종업데이트25.05.0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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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국 영화 관세 부과 방침에 대한 할리우드 반응을 보도하는 로이터통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국 영화 관세 부과 방침에 대한 할리우드 반응을 보도하는 로이터통신로이터통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영화를 보호하겠다며 외국 영화에 '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으나, 할리우드에서는 오히려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영화산업이 매우 빠르게 소멸하고 있다"라며 "외국에서 제작된 모든 영화에 100% 관세를 즉각 부과하도록 승인했다"라고 알렸다.

그는 다른 나라들이 미국 영화 제작자와 스튜디오를 미국 밖으로 유인하기 위해 온갖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이를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고 규정하고 "우리는 다시 미국에서 제작되는 영화를 원한다"라고 강조했다.

"관세 부과하면 제작 비용만 늘어나... 재앙될 것"

그러나 미국 영화산업 전문가들은 관세를 부과하면 비용 상승에 따른 제작 편수 감소, 영화 티켓 가격 인상 등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한 영화계 관계자는 "(관세 부과는) 영화 제작이 사실상 중단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너무 충격을 받았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그럴 권한이 없을뿐더러 시행한다고 해도 너무 복잡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할리우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영화 제작을 미국으로 다시 가져오길 원했지만, 이런 방식은 아니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는 블록버스터 영화는 대부분의 수익을 해외 시장에서 올린다"라며 "할리우드 영화사 경영진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상대국이 보복 관세에 나설 경우 타격을 입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서던캘리포니아대 경영대의 마크 영 교수는 미국 ABC 방송에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는 미국 영화사들이 해외에서 영화를 제작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제작 비용만 더 늘어나고, 이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높아진 제작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영화사들이 블록버스터 영화에 더 의존하게 될 것이고, 중·소 규모 예산 영화의 제작 편수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트럼프 관세... "더 혼란"

 외국 영화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을 알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소셜미디어
외국 영화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을 알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소셜미디어트루스소셜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인 지침 없이 덜컥 관세 부과 방침부터 발표하며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극장 개봉 영화뿐 아니라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영화에도 관세가 적용되는지, <007 시리즈>나 <미션 임파서블>처럼 미국과 외국에서 공동 제작한 영화에 단계적으로 관세를 부과할지, 아니면 전액 또는 일부 면제할지 여부도 불분명하다"라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혼란스러운 관세 정책은 소비자와 기업을 난처하게 만들면서 행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 뜨렸다"라며 "영화에 대한 관세는 고도로 통합된 자동차 산업에 대한 관세 부과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미국 대형 영화사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미국 바깥에서 촬영을 꾸준히 늘려왔다. 외국 정부도 할리우드 영화 촬영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마인크래프트 무비>는 캐나다에서 촬영했고, 곧 개봉할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은 영국과 몰타, 노르웨이,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촬영했다. 또한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을 촬영하는 조건으로 영국으로부터 8천900만 파운드의 혜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할리우드 매체 <데드라인>은 "대부분의 영화와 TV 드라마는 전 세계에서 온 인력과 다국적 기업이 복잡하게 얽힌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영화에 관세를 부과한다고 해서 미국 영화산업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제작 편수가 더 줄어들어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가 원하는건 관세 아니라 세제 혜택"

 톰 크루즈가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에서 액션 연기를 하는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톰 크루즈가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에서 액션 연기를 하는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파라마운트 픽처스

영국 BBC 방송은 "미국 영화사가 외국에서 영화를 촬영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단순히 비용 문제 때문 만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어떤 영화는 이국적이고 흥미로운 배경 때문에 외국에서 촬영하는 경우도 있다"라며 "영화 '미션 임파서블'에서 톰 크루즈가 두바이 초고층 빌딩 부르즈 칼리파에 오르는 장면을 누가 잊을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예상과 달리 논란이 커지자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외국 영화 관세에 대한 최종 결정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라며 "우리는 할리우드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미국의 국가 및 경제 안보를 보호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영화산업 관계자들과 만날 것"이라며 "나는 그들이 (관세 부과에) 만족하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미국 영화산업은 다른 나라와 무능한 (민주당 소속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의해 파괴됐다"라면서 "이는 거대한 산업이며, 미국에서 시작됐지만 미국을 버리고 떠났기에 우리는 그것을 되찾을 것"이라고 기존 주장을 거듭했다.

다른 나라들도 할리우드 영화 촬영 유치에 계속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호주 예술부 토니 버크 장관은 "우리가 호주 영화 산업의 권리를 위해 나서야 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라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는 "뉴질랜드는 세계에서 영화 제작에 가장 적합한 장소"라며 "해외 영화 제작사들을 계속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할리우드리포터>는 "외국 영화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는 해답보다 질문이 더 많다"라며 "모든 사람이 고민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결국 소비자에게 비용이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미국 영화사 고위 간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에는 동의하지만, 관세는 이 산업에서 어렵게 살아남은 목숨까지 질식하게 만들고, 영화 제작 편수는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관세가 아니라 세제 혜택"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여러 주 정부가 세제 혜택을 확대하도록 독려하길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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