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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직업 만족도 100점 만점에 90점, 이유는요..."

[인터뷰] MBC 김준상 아나운서를 만나다

25.05.02 17:00최종업데이트25.05.0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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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적 목표에 달성하는 순간, 마치 인생의 결승선에 도달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 쉽다. 특히 우리는 어릴 적부터 꿈을 '직업'으로 적어내기에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10년 차 MBC 김준상 아나운서는 "아나운서는 '이루는' 직업이 아니라 '자라는' 직업"이라며, 매일을 성장의 기회로 삼고 있었다. 지난 4월 23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김준상 아나운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김 아나운서와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뉴스 원고 읽는데 심장이 뛰더라고요"

 < MBC뉴스 >를 진행하고 있는 김준상 아나운서
< MBC뉴스 >를 진행하고 있는 김준상 아나운서본인 제공

- 아나운서를 한다고 부모님께 처음 말씀드렸을 때,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부모님은 황당해하셨어요. 한 번도 아나운서를 꿈꿨다거나 준비한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한다고 말씀드리니까 '되겠어?'라는 심정이었던 것 같아요."

- 아나운서를 꿈꾸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생명공학 전공이 저랑 안 맞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목표 의식이 없었고 주변 동기들이 다 의사 된다고 해서 저도 의전원(의학전문대학원)을 준비했었는데, 그렇게 공부하니까 힘들더라고요. 생각만 해도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시험을 준비해 대기실에서 준비생들이 열심히 소리 내며 뉴스 원고를 읽는 모습을 봤습니다. 제 심장이 뛰더라고요. 적막 가득한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제 모습과 비교돼서, 그 사람들이 더 멋지게 느껴졌어요. 생각해 보니 저도 얘기하는 거 좋아하고, 발표를 잘한다는 말도 많이 들어서 아나운서를 할 수 있다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죠."

- 워낙 경쟁률이 높아서 준비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이게 정말 힘든 건, 언제 공채(공개 채용)가 뜰 지 모른다는 거예요. 또 정량적인 시험이 아니잖아요. 100점 만점에 몇 점이면 합격하는 게 아니니까 끊임없이 더 매력적인 사람이 되어야 해요. 정답이 없는 시험인 거죠. 오죽하면 '언론고시'라는 말이 생겼으니까요. 1등을 해야 한다는 시험 조건도 정말 어려웠던 것 같아요. 살면서 1등을 해본 적은 없었거든요. 저 때는 남자 아나운서 준비생이 700~800명 정도 됐는데, 최종 면접까지 올라가면 마주치는 5~6명 정도의 준비생들이 있었어요. 그들 중에 하나둘씩 합격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안 되는 걸까?' 하고 좌절했던 적도 있었죠."

- <김준상>이라는 채널명으로 유튜브를 운영 중이신 걸로 알고 있어요. 지금도 활발히 활동 중이신가요?
"잠깐 멈추고 더 좋은 채널을 만들려고 기획 중이에요. 지금은 노력에 비해 사람들 반응이 많지 않더라고요. 작년 여름쯤에 부계정을 하나 만들어서, 일본 문화를 일어로 직접 소개하는 영상도 찍어서 올리고 했는데 그것도 반응이 크게 없었어요.(웃음) 끊임없이 다양한 모습을 시청자들께 보여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앞으로도 계속 유튜브에 도전할 거예요. <이츠라이브> 같은 큰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건 처음이었어요. 개인적으로 노래를 좋아해서 이런 기회가 온 게 좋기도 했지만, 새로운 시청자들을 만날 생각에 더 설렜어요. 아나운서 일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예요. 새 방송에 들어가면 당연히 떨리지만, 이 긴장은 '즐거운 떨림'이거든요."

- MBC 아나운서국 유튜브 <뉴스안하니>의 제작 담당이신데, 성장에 도움이 됐나요?
"확실히 직접 영상을 편집하니까 어떤 멘트를 해야 재미있고, 영상에서 살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어요. 아마 이걸 안 했으면 출연자로서의 역량도 늘지 않았을 거예요. 저는 타고났다기보단 성장형 방송인이거든요. 이런 과정에서 하는 많은 고민과 성찰이 저를 성장시켜요."

"촬영 전 10시간 준비한 적도 있어요"

 <우리말 나들이>에서 김준상 아나운서는 유쾌한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말 나들이>에서 김준상 아나운서는 유쾌한 모습을 보여준다.본인 제공

- 직접 대본도 작성하시나요?
"< 10분 토론 > 같은 유튜브 방송은 작가님이 써주시는 기본적인 대본이 있기는 해요. 하지만 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니, 제게 맞게 수정하고 새로운 질문들을 추가하기도 하죠. 최근에 나왔던 아편전쟁 편에서도 대본이 역사만 주로 다루는 것처럼 되어있었는데, 저는 지금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관세 전쟁이 현대판 아편 전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걸 대본에 녹였죠."

- 그럼 방송 준비 시간이 길겠네요.
"진짜 열심히 했을 때 촬영 전에 한 10시간을 준비한 적도 있어요. 혼자서 조사하는 건 작가님 못지않게 많이 해요. 제가 좋아하는 분야라서 확실히 준비하는 게 많아요. 그날마다 스포츠 기사 중에 재미있는 걸 보면, 제작진이 있는 단톡방에 올려서 같이 공유해요. 작가님이 제가 전문 분야니까 직접 작성해달라고 부탁하시기도 해요.(웃음)"

그는 '스포츠를 사랑하는 아나운서'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게, 이미 여러 개의 스포츠 전문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직접 기획하고 준비하는 콘텐츠도 그만큼 풍성하다. 또 라디오에서는 점점 신이 난 그의 모습에 다른 MC들이 농담 삼아 말리기도 한다. 그만큼 방송에 진심이다.

- 그럼 실제로 제작자의 역할이 더 크겠네요?
"정말로요. 특히 라디오라는 매체는 출연자여도 제작자 마인드가 있어야 해요. 직접 만든 이야기를 하는 것과, 남이 해준 걸 옮기는 건 분명한 차이가 있거든요. 물론 다른 분이 작성해 준 대본도 연기로 읽을 수야 있겠죠. 근데 라디오는 청취자가 화면을 보는 게 아니고 음성으로만 들으니까 진짜 내가 준비한 것과, 준비해 준 걸 읽는 건 미세하더라도 느낌이 다를 거로 생각해요.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기획하고, 조사해요. 공교롭게도 지금 하는 방송들이 다 대본 플레이가 아니어서 좀 힘든 점도 있어요. 근데 이런 환경이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데 최적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의 성장이 곧 업무의 성장이고, 또 조직의 성장으로 직결돼요. 이런 직업이 많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스스로 성장하기만 하면 인생이나 직장에서 걱정거리가 없으니까. 실제로 이전에 회사원이었을 때는 제가 회사를 위해 소모한다는 느낌이 강했거든요. 그런 면에서 방송에 종사하는 모든 직군, 특히 아나운서는 정말 재미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 지금 직업 만족도가 높아 보여요.
"100점 만점에 90점이죠. 아나운서가 연애하는 데 좋은 직업은 아닌 것 같아서 10점은 감점을 주고 싶네요.(웃음)"

- '얼굴이 잘 알려진 직장인'이라 불편한 점이 있을 것 같아요.
"그건 성격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직장인 월급을 받는데 얼굴이 알려져 있으면 당연히 불편한 점도 있죠. 근데 저는 성격이 워낙 넉살도 있고 알아봐 주시는 걸 즐기는 편이어서 개인적으로 장점이 더 많다고 생각해요."

- 팬카페도 있던데, 팬들과 직접 만날 계획이 있나요?
"팬카페는 아무래도 온라인으로만 소통하는 거니까 아쉬워요. 그래서 올해 안에 제가 쓴 책을 출간한다면 북콘서트를 열어서 사람들하고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고, 사연을 받아서 같이 읽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요. 제가 또 피아노 치면서 노래하는 걸 좋아하니까 한강에서 작게 버스킹도 해볼까 생각 중이에요. 미디어에 노출되는 직업을 가진 사람한테 팬은 정말 소중한 존재거든요. 근데 연예인이랑 아나운서의 큰 차이점은 이 팬덤을 만드는 환경이에요. 저희는 팬 사인회나 이런 걸 못 하니까, 만날 기회가 적죠. 그래서 대화할 수 있는 장을 만들면 저의 성장에도 좋고, 팬들도 직접 만날 수 있으니까 서로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주변 사람 5명의 평균이 나 자신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동료와 선배들이 열심히 하니까, 저도 자연스럽게 성장하려고 노력하게 돼요. 이미 방송에서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분들인데도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닦거든요. 그런 모습들이 서로에게 좋은 자극이 되고, 계속 노력할 수 있는 동기가 되는 것 같아요."

- 사람들이 어떤 아나운서로 기억했으면 하나요?
"길에서 만나면 기분 좋은 사람. 자연스럽게 얘기할 수 있는 좋은 친구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요."

- 마지막으로 '아준생(아나운서 준비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나 이거 아니면 불행해'라는 생각으로 준비하는 게 아니라, 그 속에서 스스로 성장하는 걸 느끼고, 성취감을 얻는 것에 재미를 느꼈으면 해요. 합격하지 않았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 이전보다 나아진 내 모습을 보며 모든 시간을 의미 있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일본 <후지TV> 아나운서 사무실에 방문한 김준상 아나운서
일본 <후지TV> 아나운서 사무실에 방문한 김준상 아나운서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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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을 누비며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는 열정 가득한 기자. 깊이 있는 취재로 세상에 울림을 주는 기사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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