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밤'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에서 '거룩한 밤' 팀은 은서에게서 퇴마를 성공할 수 있을까. 당연하다. 엑소시즘의 달성으로 영화가 막을 내릴 것이라는 사실을 관객은 미리 예상한다. 배신당한 킬러가 등장하는 영화에서 복수가 성공할지를 의심한다기보다 얼마나 흥미롭게 화려한 액션과 함께 복수를 그려낼까를 궁금해하는 것과 비슷하다.
영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에서 '거룩한 밤' 팀은 퇴마에 돌입하고 사력을 다한 끝에 악마의 이름을 알아내며 은서를 구해낸다. 관객은 익숙한 퇴마 장면을 볼 수 있을 것이며, 마찬가지로 이름에 집착하는 퇴마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앞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퇴마의 핵심이 과연 이름의 파악일까. 신약성서에서 예수가 귀신 들린 사람에게서 귀신을 몰아대며 이름을 물은 사례를 들어, 이름의 파악이 퇴마의 핵심이라고 주장하기는 한다. 그러나 "내 이름이 '레기온'이다"는 귀신의 대답에서 '레기온'은 로마의 군대 편제 단위를 뜻하는 말이다. 고유명사라기보다 보통명사로 악마의 이름보다는 악마의 숫자가 많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게 타당하다. 레기온은 수천 명으로 구성된 군단으로 보면 된다.
사실 퇴마에서 중요한 것은 악마의 이름보다는 퇴마자의 권위이다. 예수가 귀신 들린 자들에게서 귀신을 몰아내지만 거라사의 레기온 말고는 '이름'의 기록이 없고, 그 레기온도 이름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다른 예수의 퇴마에서는 퇴마자의 권위에 의지하지 귀신의 이름에 개의치 않는다.
이름 집착은 후대로 가며 강해진 것으로 보이며, 특히 마녀재판에서 유용했다. <말레우스 말레피카룸>의 인용문처럼 이름을 물어 악마의 이름을 대답하면 이론 없이 악마이고, 이름을 대답하지 못하면 악마가 술수는 쓰는 것이기에, 어쨌든 재판에 넘겨진 사람이 빠져나갈 일은 없다.
이름 찾기에 집착한 영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에서도 권위 있는 퇴마사가 나온다. 샤론이 신통한 무당이자 귀순한 악마로 나와 퇴마 의식을 집전한다. 따지고 들면 이런 종류의 영화에서 주인공은 샤론이어야 한다. 한데 알려졌듯 주인공은 바우 역의 마동석이다. 이 영화는 이름 찾기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마동석에 집착한다. 천만 배우 마동석의 인기에 기대 오컬트 영화를 만들다 보니, 퇴마 액션물이 되고 말았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 영화는 무리수로 점철되는데, 출발점은 마동석의 캐스팅이다. 마동석의 인기를 우려먹으려면 차별화한 액션물을 만들거나, 아니면 마동석에게 샤론 역을 맡기는 정공법을 택해야 했는데, 제작진이 마동석의 주먹이란 흥행 요소를 끝내 포기하지 못한 듯하다. 악마라는 게 영적 존재이니 아무리 근육이 강하다고 육의 주먹질로 쫓아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중세 마녀재판처럼 답을 정해놓고 영화를 만들었으니, 임대희 감독이 액션에 있어 "리얼리티적인 부분과 판타지적인 부분의 경계를 어떤 식으로 만들어 갈지 꾸준하게 고민했다"는 말이 십분 이해되며 퇴마 의식과 병행해 주먹질을 여기저기 배치할 수밖에 없었겠다.
세상을 어지럽히는 악마의 무리와 개별적 퇴마 대상의 연계가 애매하고 겉돌았다. 전체적인 구성을 염두에 두었으리라는 점을 짐작하지만, 초점이 흐려졌다. 마동석을 내세운, 액션이 아니라 퇴마에 집중한 색다른 엑소시스트 영화를 만드는 건 이모저모 감안할 때 무리였을 것이란 생각에 제작진의 입장이 이해되긴 한다. 그렇다고 <거룩한 밤>이 '거북한 밤'이 된 것까지 이해하는 건 아니다.
마동석의 이름을 묻지 말고, 악마의 이름을 제대로 물었어야 하는 영화였다. 그래도 마동석의 주먹 덕택에 흥행하면 그건 제작진의 복이고. 30일 개봉.
안치용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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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영화 등 예술을 평론하고, 다음 세상을 사유한다.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과 세계문학과 인문학 고전을 함께 읽고 대화한다. 나이 들어 신학을 공부했다. 사회적으로는 지속가능성과 사회책임 의제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ESG연구소장.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영화평론가협회/국제영화비평가연맹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