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괴괴 성형수> 스틸 이미지
조경훈
당신이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유
현실은 이들의 기대와는 딴판이다. 지난 '씨네만세'에서 다뤘듯, 기존의 법과 제도는 미국 업체가 개발한 AI가 특정 작품의 스타일로 이미지를 생성하는 데 사실상 무방비다. 새로 등장한 기술과 현상에 법이론조차 정비돼 있지 않다. 가히 전 세계적 변화 가운데, 그것도 미국 핵심 산업의 기수격인 업체에 대하여 파격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현실적 가능성도 크지 않다. 이 같은 고민이 업계 종사자들에게서 고스란히 묻어져 나온다(관련기사:
두렵고 부럽다? '지브리 프사' 열풍, 한국 애니의 현실 https://omn.kr/2d6zw )
"인공지능의 학습 데이터가 불투명하고 소수 기업에 정보가 집중되는 것, 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차별화되는 것, 정보가 이전보다 권력화 되고 있는 것, 모델의 기본 사고 언어가 '영어'라 언어가 다른 국가 사람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질에 큰 차이가 있는 문제, 환경문제까지 장기적으로 더 큰 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르겠다. 여전히 고민 중이지만 어렵다." -이혜정 감독
"지금도 누군가의 작업물을 베끼는 사람은 흔하게 있다. 그러나 AI의 결과물은 압도적으로 많다는 데 문제가 있다. 저작권에 대한 강한 제재가 필요했지만 이미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 막을 방법은 없다고 본다." -이성환 감독
"기술 발전의 흐름은 막을 수 없다. 흐름에 같이 반응하고 생존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만 보호 제도를 만든다면 세계적 흐름에 뒤처질 여지도 있다. 미국과 유럽의 보호제도 흐름을 따라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장형윤,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마왕의 딸 이리샤> 감독
"시대적 흐름이라 감수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타인의 그림 스타일을 상업적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누구의 스타일을 AI로 사용했는지 명시했으면 한다." -홍대영, <슈퍼문> 감독
"생성형AI 기술은 현재 특정 저작권이 있는 이미지가 AI모델 학습에 활용되었다는 걸 기술적으로 증명할 수 없다. 증명할 수 없는 영역을 법적으로 규정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지구 온난화처럼 어쩔 수 없는 전지구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이 조건 내에서 생존과 성장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조경훈 대표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는 '공동의 미래를 구축(Building a Common Future)'하는 걸 제 근본적 지향이자 핵심목표 중 하나라 공표해 왔다. 인류가 합의한 공동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하여 창작물을 보호할 필요가 있음을 명확히 했다. 26일 세계 지식재산권의 날(World IP Day)은 그 이념을 공유하고 확산키 위한 날로, 기구는 올해 중점 논의 부문인 음악 분야에서 생성형AI의 활용과 규제, 공존과 관련한 폭넓은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비단 음악뿐 아니라 영화와 문학, 미술 등 다양한 분야 관계자들이 이목을 집중하는 건 생성형AI가 각 분야에 미치고 있는 영향이 매우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때문이다. 모든 분야에서 창작의 본질과 인간의 역량은 시험대에 올랐다. 소비자가 AI가 만든 창작물을 소비하지 않고 인간의 것을 원하리라는 믿음이 지브리 사태로 일거에 깨어져 나갔다. AI가 인간의 역량을 완전히 초월할 그날에도 인간 창작자의 자리는 있을 것인가. 100년, 10년, 아니 당장 내년까지도 인간만의 특별함은 남아 있을 것인가.
이 글을 읽는 당신께서 창작자가 아닌 그저 수용자인 독자라 해도, 나는 부디 이를 고민해 주시길 청한다. AI가 모든 부문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시대가 도래한대도 인간에게 존엄이 남을 수 있다면, 바로 그와 같은 태도 안에 자리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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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