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문틈에 끼인 할머니의 우산.
김민솔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던 어느 날, 이런 일이 있었다. 내릴 역을 깜빡 잊은 할머니께서 지하철 문틈 사이로 급하게 우산을 비집어 넣지만 결국 내리지 못하셨다. 우산을 힘껏 잡아당겼지만 단단히 끼어버린 우산은 빠지지 않았다.
비닐우산 하나 때문에 할머니의 지하철에서 내린 이후 일정이 엉켜버린 듯했다. 이번 역에서 문이 열리지 않자, '다음 역까지 기다려볼까'하며 다시 자리에 앉으셨다. 그러나 문은 또 반대편에서 열렸다. 할머니는 우산을 꺼낼 수 없었고, 빈손으로 하차했다.
인생은 정말이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붙잡고 싶던 사람도, 원하는 직장도, 할머니의 우산도 놓친다. 나를 떠나는 모든 것들에 미련이 철철 넘친다.
그런데 그리움이 지나치면 독이 된다. '그렇구나' 하며 떠나보내는 태도가 필요하다. 어긋남이 쌓여 새로운 이야기가 되고, 그리움이 모여 추억이 됐다. 그러니까, 인생은 그래서 재밌는 거 아닐까 생각한다. 내리려던 역에서 못 내렸더라도 걱정할 필요 없다. 다음 역에서 문은 반드시 다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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