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세브란스: 단절> 스틸컷
애플tv+
끔찍한 미래를 암시하는 캐릭터도
<세브란스: 단절>의 시즌1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열띤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작품이 '단절' 기술에 대한 부정적인 뉘앙스를 적극적으로 드러냈음에도 단절 기술이 현실에서 상용화되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향성을 의식하기라도 했는지, <세브란스: 단절>의 시즌2는 '단절' 기술이 그려낼 수 있는 끔찍한 미래를 암시하는 데 전보다도 더 힘을 쏟는다.
이러한 암시는 또다른 여성 캐릭터인 '젬마(디첸 라크맨 분)'를 통해 섬뜩하게 드러나는데, 시즌1에서 회사의 상담사였다는 것만 알려졌던 이 인물이 사실 남자 주인공 '마크'의 죽은 줄 알았던 아내임이 드러난다. 회사의 지하에 갇혀 단절 기술과 관련된 갖은 실험을 당하고 있던 것이다. 작중 젬마는 20개에 달하는 인격으로 분리된 모습을 보여주는데, 방에 따라 인격이 바뀌는 시스템 아래서 자신도 모르는 여러 삶을 이어간다. 한 방에서는 모르는 남성과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한편, 다른 방에서는 일부러 주어지는 신체적 고통만을 느끼기도 한다.
작중 젬마는 <세브란스: 단절>의 다른 여성 캐릭터에 비하면 비교적 '전통적인' 역할이다. 거대 악에 납치되어 주인공 일행이 가져올 구원을 기다린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이러한 구도는 식상함을 가져오기보다는, 단절 기술이 지니는 무시무시함을 효과적으로 선보이는 기능을 수행한다. 자신은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 동안 몸의 자율성을 타자(기업)에게 넘겼을 때, 그 타자가 자신이 약속한 일(기업 업무)만 시킬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젬마라는 캐릭터는 이러한 질문을 통해 시청자가 단절 기술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일말의 희망마저 포기하게 만든다.
이처럼, <세브란스: 단절>의 시즌2는 전보다 한결 풍부해진 여성 캐릭터의 열연을 통해 기존의 주제를 보강하고 극적인 재미까지 끌어낸다. 이야기의 끝부분에서 '헬레나'의 삶을 사는 대신 '헬리'의 삶을 살기로 택하고 기업 건물에 남는 것을 택한 헬리의 이야기는 어디로 향하게 될까. 가망이 없어 보이면서도 응원할 수밖에 없는 코벨의 저항은 회사를 무너뜨릴 수 있을까. 끝내 탈출에 성공한 젬마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본작은 이야기를 성공적으로 끝맺으면서도 이러한 의문을 남기며, 제작이 확정된 시즌3에 대한 기대감을 고취시킨다. 기발한 SF적 상상력을 여성 캐릭터들의 열연으로 극대화하는 드라마를 감상하고 싶다면, 애플tv+를 통해 <세브란스: 단절>의 시즌2를 감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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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프 픽션 신봉자. 이야기가 가지는 힘을 믿고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