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외국인 선수 만콕 마티앙이 압도적 높이를 앞세워 소속팀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역사적인 창단 PO 첫 승이라는 선물을 안겼다.
강혁 감독이 이끄는 한국가스공사는 4월 12일 경기도 수원kt아레나에서 열린 2024-2025 KCC 프로농구 6강 PO(5전 3승제) 1차전 원정 경기에서 kt를 67-64로 제압했다.
KT는 4강 PO에 직행하는 2위 자리를 놓고 막판 치열하게 경쟁하다가 끝내 4위(33승 21패)로 내려오며 봄농구를 6강 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하게 됐다. 여기에 하위시드인 가스공사에게 지며 더욱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
반면 한국가스공사는 정규리그 5위(28승 26패)로 PO에 오르며 창단 최다순위-최다승을 달성한 데 이어, 봄농구에서는 2021년 인천 전자랜드를 인수한 이후 무려 4시즌만에 감격적인 PO 첫 승을 신고하는 기쁨을 누렸다.
가스공사는 창단 첫해인 2021-22시즌 6위를 기록하며 첫 봄농구 무대를 밟았으나 6강플레이오프에서 안양 KGC 인삼공사(현 정관장)에게 3전 전패로 1승도 거두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최근 두 시즌간은 각각 9위와 7위에 그치며 플레이오프와 인연이 없었다.
가스공사는 올 시즌 KT와 정규리그 6차례 맞대결에서 4승 2패로 앞섰다. 그러나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1옵션 에이스인 앤드류 니콜슨이 허리 부상으로 PO 복귀시점으로 불투명하고, 우슈 은도예마저 부상과 개인사로 인하여 팀을 떠나게 되면서, 전력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진에 구멍이 뚫리는 불운이 겹쳤다. 일각에서는 KT의 싱거운 시리즈 완승을 예상하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가스공사는 새 외국인 선수 마티앙이 데뷔전부터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모두의 예상을 깨고 1차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마티앙은 이날 가스공사 팀 전체가 걷어낸 리바운드(39개)의 절반이 훌쩍 넘는 21개를 홀로 책임졌고, 14점 2스틸 2블록슛까지 더하며 더블-더블을 달성했다.
KT는 정규리그에서 평균 41.6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매 전체 10개구단중 1위에 오른 팀이다. 강력한 높이를 바탕으로 실점도 73.7점만 내주며 1위 창원 LG(73.6점)에 단 0.1점차 뒤진 2위였다.
하지만 마티앙의 높이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KT는 전반에 15-26으로 가스공사에 압도적인 리바운드 열세를 보였다. 마티앙은 이날 기록한 21개의 리바운드중, 공격 리바운드만 8개를 걷어올리며 가스공사의 공격 점유율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또한 수비에서도 KT 외국인 선수인 레이션 헤먼즈(4점 7리바운드 )와 조던 모건(9점 9리바운드)을효과적으로 견제했다. KT는 이날 허훈(17점)을 제외하면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선수가 전무했고, 필드골 성공률은 고작 34.3%에 그쳤다.
KT는 정규시즌에도 야투 성공률은 40.9%로 리그 최하위에 그친 바 있다. 부족한 슛 성공률을 리바운드를 통한 점유율 만회하는 게 KT의 경기 스타일인데, 기존에 상대해본 적 없던 마티앙의 '높이'는 KT가 전혀 대비하지 못한 변수였다.
KT는 마티앙이 후반 체력안배와 파울 트러블 문제로 잠시 벤치로 들어간 후에야 리바운드 주도권을 회복할 수 있었다. 이날 전체 리바운드는 격차는 39-36로 기록상 가스공사의 근소한 우위였지만, 마티앙이 코트에 있을 때의 격차는 더 확연했다. 가스공사는 마티앙의 골밑 장악을 바탕으로 정성우(20점 4어시스트)와 벨란겔(13점 5어시스트)의 돌파도 더 빛을 발할 수 있었다.
마티앙은 호주와 남수단 국적을 지닌 204cm의 정통센터다. 미국 루이빌 대학교를 졸업하고 2017년 NBA 드래프트에 지원했으나 지명받지 못했고, 이후 호주와 해외리그를 오가며 선수생활을 이어왔다. 한국에 오기전에는 중국 CBA 닝보 로켓츠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마티앙은 6강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유슈 은도예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됐다. 경력도 그리 화려하지 않은 데다 수비형 센터로 평가받은 만큼 기대치가 높지 않았지만, 급하게 대체자를 구해야했던 가스공사로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하지만 마티앙은 첫 경기부터 예상을 뛰어넘는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일약 임시대체 '땜빵'요원에서 가스공사의 '히든카드'로 급부상했다. 첫 상대가 KT라는 점도 가스공사로서는 행운이었다. 리바운드와 수비에 특화된 마티앙의 플레이스타일이 KT의 장점이던 높이를 무력화시키면서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셈이었다.
강혁 가스공사 감독은 이날 경기 후 '마티앙 효과'에 대하여 "마티앙이 면담에서 수비와 리바운드에 자신있다고 하더라. 마티앙이 뒤에서 버텨주고 있으니까, 가드들이 적극적으로 더 앞에 나가서 압박을 시도할 수 있다. 팀에 합류하자마자 국내 선수들과 잘 어울리고 호흡도 좋았던 게 오늘 경기에서 나타난 것 같다"고 호평했다.
실제로 가스공사는 이날 무려 11개의 스틸을 기록할 만큼 KT를 앞선에서부터 끈질기게 괴롭히며 수비전으로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다. 마티앙은 정규시즌 초반 가스공사가 빛을 발휘했던 특유의 '압박농구'에 더 어울리는 높이와 활동량을 겸비했다는 평가다.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한 마티앙의 존재감이 이번 봄농구에서 가스공사의 돌풍으로 이어지는 선봉장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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