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악연>은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 인간 관계의 복잡성과 용서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넷플릭스
단순한 반전을 넘어선 진정한 질문
'악연'의 진가는 4화 이후부터 드러난다. 초반부가 악인들의 혼란스러운 대립을 보여주는 오락성 드라마였다면, 4화부터는 다른 고민을 던져준다. 의사 이주연은 2004년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을 연상시키는 끔찍한 사건의 피해자로,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악몽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운명의 장난처럼 그녀의 병원에 화재 사고로 심한 화상을 입은 박재영이 환자로 실려 온다. 박재영은 다름 아닌 과거 성폭행 사건의 주범이었다. 이주연의 가슴속에는 복수심이 타오른다. 메스로 그의 목을 찌르는 상상까지 하지만, 의사로서의 양심과 인간적인 갈등 속에서 그녀는 우선 박재영에게 사과를 요구한다.
그러나 그녀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박재영의 무심한 태도에 다시 한번 상처입은 이주연은 결국 진통제를 바꿔치기하여 그를 실신시키고 죽이려는 계획을 세운다. 복수의 일보 직전, 남자친구 윤정민이 나타나 "그런 놈 때문에 당신의 인생을 망가뜨릴 필요는 없다"며 그녀를 말린다. 고통스러운 내적 갈등 끝에 이주연은 살인을 포기하고 그 자리를 떠난다.
사실은 환자 박재영은 김범준이었다. 그가 신분세탁을 위해 자신의 정체를 위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주연은 다른 주인공들처럼 악연의 고리에 사로잡혀 또 다른 악인이 될 뻔했던 순간에 서 있었다.
이 지점에서 '악연'은 단순히 흥미로운 반전과 스릴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악연의 사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조명한다. 이주연의 이야기가 특히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녀는 자신의 복수심이 또 다른 비극을 낳을 수 있음을 깨닫는다. 박재영을 용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피해자에서 생존자로 살아남기 위해 그녀는 과거에서 벗어나는 선택을 한다.
'악연'은 우리에게 악연의 고리 속에서도 선택의 순간이 있음을 보여준다. 복수와 증오의 길을 따라갈 것인가, 아니면 그 고리를 끊어내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것인가? 드라마는 마지막에 이주연이 새하얀 눈길에 새로운 발자국을 디디며 걸어가는 장면을 통해, 후자의 길이 더 큰 용기를 필요로 하지만 진정한 해방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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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및 사회적경제 연구자, 청소년 교육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