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하이퍼나이프> 스틸컷
디즈니+
리미티드 시리즈의 힘
<하이퍼나이프>가 지니는 또다른 힘은 '선택과 집중'에 있다. OTT 오리지널 콘텐츠로서 대중 앞에 나서기를 선택한 본작은, 전통적인 텔레비전 드라마가 아닌 '리미티드 시리즈'의 형식을 띤다. 총 8화에 달하는 짧고 담백한 분량으로 이야기를 질질 끌지 않도록 한 것이다. '시즌 갱신'을 염두에 두고 만든 클리프행어(cliffhanger: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도록 스토리를 제대로 끝맺지 않는 작법)식 엔딩을 내지도 않았고, 대부분의 드라마처럼 10부작이 넘는 구조를 택하지도 않았다. 덕분에 <하이퍼나이프>는 담백한 완결성을 지닌 작품이 된다.
이야기의 지나친 확장을 막기 위해, <하이퍼나이프> 속 조연 인물들의 서사 역시 절단에 가까운 방식으로 빠르게 주어진다. 주연이 아닌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에피소드를 내세우기도 하는 전통적인 드라마의 구조에서 벗어나, 몇 개의 회상 신을 통해 조연의 인물성을 살리면서도 그들이 중심 이야기를 잡아먹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러한 리미티드 시리즈의 특성은 '집에서 길게 보는 영화'라는 평이 생겨날 정도로 시청자의 집중력을 끌어내는 데 한몫한다. '숏폼 콘텐츠'의 열풍으로 인해 더 빠르고 짜릿한 이야기를 원하는 시청자들을 감안하여 응축적인 서사를 풀어내는 것이다. 청소년의 극우·인셀화 세태를 날카롭게 지적했다는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의 시간> 역시 이러한 방식을 택했는데, 전체 에피소드 수가 4개의 불과했다는 사실을 감안해 보면 짧고 휘몰아치는 몰입도에 모든 것을 걸었다고 판단할 수 있어 보인다.
이처럼 <하이퍼나이프>는 익숙한 구도의 애증 이야기에 신선한 장르적 색채를 덧입혀 신선한 이야기를 구축해 냈고, 리미티드 시리즈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짧은 시간 안에 '몰아보기'가 가능한 몰입도 있는 서사를 풀어냈다. 또한, 지상파가 아닌 OTT 오리지널 작품으로 노선을 확정해 과감하고 폭력적인 연출을 풀어낼 수 있는 청소년 관람 불가 시청 등급을 받아낸 것도 <하이퍼나이프>가 내건 승부수로 볼 수 있겠다. 한국 드라마의 흔한 '로맨스화 현상' 없이도 장르적 흡인력을 지닌 짧고도 강력한 작품을 원한다면, 디즈니+에서 <하이퍼나이프>를 감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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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프 픽션 신봉자. 이야기가 가지는 힘을 믿고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