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안양 정관장과 원주 DB의 치열한 '6위 경쟁'이 결국 시즌 최종일까지 가서 결판을 가리게 됐다. 운명의 장난처럼 두 팀은 플레이오프의 마지막 티켓을 놓고 외나무 다리 맞대결에서 맞붙는다.
김주성 감독이 이끄는 DB는 4월 6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4~25시즌 정규리그 홈경기에서 부산KCC에 84-76으로 승리했다.
만일 이날 패배했다면 그대로 플레이오프 탈락이 확정될뻔 했던 DB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이선 알바노가 팀내 최다인 22점 11어시스트 5리바운드를 올린 것을 비롯하여 5명의 선수가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주축 선수들이 대거 부상으로 이탈한 KCC를 제압했다.
DB는 최종전을 남겨두고 23승 30패(.434)를 기록하며 6위 정관장(24승 29패, .430)를 1게임차로 추격했다. 두 팀은 정규리그 최종일인 오는 8일 원주에서 시즌 마지막 맞대결이 예정되어 있다.
양팀간 상대 전적에서는 DB가 정관장에 3승 2패로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DB가 최종전에서 정관장을 이긴다면 시즌 성적은 동률이 되지만, 상대 전적에서 4승 2패로 앞서게 되어 대역전극으로 6강행 막차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 반대로 정관장이 승리하면 두 팀의 승차가 2게임으로 벌어져 DB가 탈락한다.
NBA(미국 프로농구)에서는 2020년부터 '플레이 인 토너먼트'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정규시즌 막바지에 순위 경쟁의 긴장감이 느슨해지는 것을 방지하고, 보다 많은 팀에게 플레이오프 진출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하여 시작된 제도다. 시즌 7-10위팀들끼리 단판 승부로 맞붙어 승리한 팀들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7.8번 시드의 주인공을 가린다. 첫 도입 당시에는 찬반 양론이 갈렸지만, 현재는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DB와 정관장의 끝장승부는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한국판 플레이 인 토너먼트'와 같은 상황이 됐다. 단 1경기로 봄농구의 마지막 주인공과 구경꾼이 갈리게 되었다는 점에서 사실상 또다른 플레이오프다.
정관장은 작년 12월 중순까지만 해도 10연패 수렁에 빠졌고 순위가 최하위까지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1월부터 KCC-DB와 연쇄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하여 주축 선수들을 교체하고 로스터를 재정비하면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정관장은 4라운드 막판 5연승, 6라운드 초반 6연승을 각각 질주하며 봄농구에 대한 희망을 밝혔다.
정관장과 트레이드를 단행했던 DB와 KCC가 이렇다 할 효과를 누리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지금까지 '트레이드의 승자는 정관장'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디펜딩챔피언 KCC는 이미 플레이오프 탈락이 확정됐고, DB도 트레이드 이후 5할 이하의 승률을 밑돌며 오히려 순위가 더 하락했다.
DB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를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지만, 올시즌에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조직력 난조 등 갖은 악재 속에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알바노와 국내 선수들이 잔부상과 체력부담 속에서도 막바지 투혼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희망이다.
두 팀의 최종전은 묘하게 여러 선수들이 엮인 '친정팀 더비'라는 인연으로도 연결되어있다. 정관장과 DB는 지난 1월 주축 선수인 김종규와 정효근을 맞바꾸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이어 2월에는 후속 트레이드로 최성원과 김영현이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또한 DB가 시즌중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한 오마리 스펠맨은 정관장 시절 통합 우승 주역이었으나 지난 시즌에 중도 퇴출되었던 사연이 있으며, 정관장의 조니 오브라이언트는 2021-22시즌 DB 소속으로 뛰었다.
최종전은 그야말로 예측불허의 승부가 될 전망이다. DB가 홈어드밴티지를 안고 있지만, 정강이 부상으로 최종전 출전이 불투명한 스펠맨을 비롯하여 여러 선수들이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4일 고양 소노전부터 이틀 단위로 3경기를 내리 치르느라, 5일 SK전 이후 DB보다 하루 더 휴식을 위한 정관장보다 체력적 부담도 더 크다. 시즌 내내 불성실 논란이 끊이지 않는 DB의 1옵션 외국인 선수 오누아쿠가 얼마나 집중력있는 플레이를 펼쳐주느냐 관건이다.
정관장은 최근 아시아쿼터 하비 고메즈와 2옵션 외국인 조니 오브라이언트가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고메즈는 최근 7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터뜨렸고, 오브라이언트는 5일 SK전에서 무려 25점 17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했다.
다만 정관장도 주축 선수인 변준형과 배병준이 부상으로 최종전 출장이 불투명하고 박지훈이 체력부담으로 기복있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서 국내 선수들의 활약 여부가 중대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어느 팀이건 한 경기에 모든 운명이 걸린 끝장 승부에서 최후에 웃는 자는 누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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