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서 생긴 일
SBS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은 고만고만하던 TV 로맨스 드라마 시장에 과감하게 비극을 고수하면서 많은 시청자의 마음에 오래 남는 시리즈가 됐다. 영화 <한공주>에서 한강에서 헤엄치다가 이내 시야에서 벗어나는 소녀는 관객의 마음을 끊어지도록 아프게 한다. 고전으로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이 있고, 한국에는 애틋하고 절절한 사랑이 천상에 가서야 이루어지는 <운영전>이 있다.
한때 처절하고 밀도 높았던 한국 영화들의 결말은 세계 영화사에 남을 정도로 훌륭하다. <올드 보이>는 오대수의 선택에 마음이 아프고 잊을 수 없는 영화가 된다. <살인의 추억>의 결말은 현실성과 주제를 강하게 남긴다. 원작 연극 <날 보러와요>의 의도도 담아내면서 '봉준호 스타일'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또한, 영화 <이탈리언 잡>(1969)의 열린 결말은 기발하면서도 유쾌하다. <이탈리언 잡>의 자신감 넘치는 영국식 코미디는 <록 스톡 앤 투 스모킹 배럴스>로 이어지며 결말까지 물려받았다. 아래 링크의 계정에서 <이탈리안 잡>의 결말도 볼 수 있으나, 영화 전체를 꼭 보기를 바란다.
다만, 후속편이나 다음 시즌을 위해 딱히 계획도 없는데 무작정 결말을 열어두면 김이 빠진다. 다 계획이 있어야 하고 그 결말은 작품에 어울려야 한다.
그래도, 해피엔딩
비극으로 끝나는 이야기는 오래 기억된다. 독자와 관객이 받는 여운이 크기 때문이다. 그만큼 창작자에게 큰 부담이며 책임이고 용기다. 그럴수록 작가는 작품의 존재 이유를 더 깊이 생각하고 매달리게 된다. 작가가 원하는 결말을 선택할 수 없을 때도 있다. 영향력이 큰 이야기일수록 결말은 더 신중하게 결정된다. 규모가 큰 매체, 영향력이 큰 작가의 스토리는 더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고 더 많은 사람에게 기억되기 때문이다. 스파이더맨 삼촌의 말처럼,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우리는 모두 각자에게 할당된 삶의 무게를 지고 있다. 종류는 달라도 그 무게는 비슷비슷하다. 현실은 시궁창이고 권선징악은 아주 드물기에, 잠시 짐을 덜어주는 이야기라면 해피엔딩은 꽤 괜찮은 위안이 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이야기 따라 삼만리 여행하는 편집자. 출판사 호하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