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화'한 마음은 '못 되게' 굴던 인물들마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했다.
넷플릭스
살아가면서 우리는 늘 좋은 말만 간직하게 되는 건 아니다. 주변엔 모진 말을 쏟아내는 이들이 꼭 있다. 금명만 해도 그렇다. 금명은 애순과 관식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들 때마다 "짜증 나"라고 말한다. 애순과 관식은 이런 금명을 너그러이 바라본다. 도가 넘을 땐 화를 내기도 하고, 서운하다며 툴툴대기도 하지만 애순의 말에 크게 다치지 않는다.
이는 애순과 관식이 '정신화 능력'을 발휘해 금명을 바라봤기 때문일 것이다. '정신화'란 다른 사람의 마음에 나름의 이유가 있음을 이해하고 그 너머의 마음을 존중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애순과 관식은 금명의 '짜증'에 담긴 '고마움과 미안함이 뒤범벅된 마음'을 읽어냈기에 보듬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정신화'한 마음은 '못 되게' 굴던 인물들마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했다. 애순의 시어머니 계옥(오민애)은 젊은 애순을 사사건건 구박한다. 애순은 이를 마음에 담아두기보다 적당히 받아치면서 넘기는데 이는 계옥의 마음 깊은 곳엔 애정이 있음을 알아차렸기 때문일 것이다. 정말로 계옥은 애순이 동명을 잃었을 때, 애순을 탓하지 않고 '살아 있나' 들여다봐 준다. 이 속마음을 알아준 애순 덕에 계옥은 애순에게 "구박해서 쏘리고 살아줘서 땡큐"라고 고백할 수 있었을 것이다(15회).
'학 씨' 아저씨 상길(최대훈)도 마찬가지다. 상길은 가족들에게 폭군처럼 군림한다. 이를 참아낸 아내 영란(장혜진)은 마침내 이혼을 선언하고, 상길은 혼자가 된다. 그런데 현숙(이수경)은 혼자가 된 상길을 바라보며 "아빠가 쫄보라 그랬던 것 같아. 우리가 진짜 다 떠날까 봐서 그냥 좀 쫄았던 것"이라며 상길의 내면을 읽어낸다. 관식도 겉으로는 큰소리를 치지만 외롭고 겁에 질린 상길의 마음을 알아차리고는 가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한다. 그로 인해 상길은 조금 덜 외롭게 늙어간다.
"좋기도 좋고 싫기도 싫은가 보다." (7회)
애순이 계장이 되고 잔치를 열었을 때, 툴툴거리며 전을 부치는 계옥을 보고 영란이 한 말이다. 나는 이 대사가 <폭싹 속았수다>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삶은 좋기만 하고 싫기만 한 게 아니라 언제나 좋은 것과 싫은 것이 섞여 있다. 아무리 고해 같아도 작은 호의들에 행복해지고, 많은 이별을 하면서도 소중했던 이들의 모습을 기억하며 살아갈 힘을 얻는다. 우리를 괴롭히는 사람들의 마음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늘 나쁜 것만은 아닐 테다. 드라마가 알려준 이런 것들을 기억한다면 우리도 애순처럼 '수만 날이 봄'인 삶을 살아낼 수 있지 않을까.
'삶은 고해다.' 하지만, <폭싹 속았수다>를 정주행한 지금 이 문장을 조금 수정하고 싶다.
'삶은 달콤한 고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2
글쓰는 상담심리사. 심리학, 여성주의, 비거니즘의 시선으로 일상과 문화를 바라봅니다.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