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콘클라베>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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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클라베>는 종교적 색채가 짙은 영화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욕망'의 본질을 파고드는 정치 드라마이기도 하다. 작품 속에서 교황의 자리를 둘러싼 경쟁은, 우리가 흔히 보는 선거나 권력 다툼과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초반에는 벨리니 추기경, 트랑블레 추기경, 베니테스 추기경이 각각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을 구축하며 표 싸움을 벌이고, 중반 이후로는 로렌스 추기경, 아데예미 추기경 등 새로운 인물이 부상하면서 또 다른 경쟁 구도가 펼쳐진다.
추기경들은 각각 과반수 표를 얻기 위해 조용히, 그러나 치열하게 회합을 갖는다. 영화는 이들의 직접적인 음모나 협잡을 노골적으로 보여주기보다는, 투표 현장에서 드러나는 순간적인 감정의 변화와 '패가 확정되었을 때' 드러나는 폭발적 반응을 통해 '욕망'을 노출한다. 마치 언제나 성정을 깔끔하게 유지하던 인물이라도, 교황직에 대한 가능성이 사라지는 순간 크게 분노하거나 절망의 눈물을 흘리는 식이다. 이처럼 '깨끗해 보이는 옷깃'이 벗겨지는 찰나에, 관객들은 그들의 진짜 욕망을 마주하게 된다.
심지어 "나는 절대로 교황이 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던 로렌스마저, 어떤 계기를 통해 "결국 나라도 나서야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모든 후보들이 다들 치명적 약점을 드러내는 상황에서, 스스로 "그래도 내가 해야겠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에게도 '리더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피어오른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그의 욕망은 다시 꺾이는데, 영화는 이 장면을 통해 '욕망의 변주'를 탁월하게 묘사한다. 한순간 거세게 활활 타오르다가도, 새로운 진실이 밝혀지면 힘을 잃고 수그러드는 욕망의 속성을 추기경들의 면면에 겹쳐놓은 것이다.
'투표'의 의미와 위험성
영화 <콘클라베>가 남기는 메시지는 현대 사회에서 '투표'가 가진 의미와 위험성을 다시금 상기시킨다는 점이다. 우리는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뽑지만, 때때로 그 시스템 안에는 극단적인 성향의 인물이 부상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존재한다. 영화 속 베니테스 추기경의 강경한 주장들은 "오히려 이런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외치는 지지자들에게는 매력적으로 들릴 수 있다.
극단적 리더십이 가져오는 결과는 종종 '시원함'을 넘어서 파국에 가까운 불행을 낳는다. <콘클라베>는 그 과정을 추기경들의 입을 통해 은유적으로 보여주면서, 과연 우리는 어떤 리더를 뽑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콘클라베의 핵심은 '과반수를 얻을 때까지' 무수히 많은 투표가 반복된다는 점이다. 영화에서도 이 투표 장면이 여러 차례 나온다. 누가 얼마를 얻었는지, 앞으로 몇 표만 더 얻으면 당선되는지 등 단순한 숫자 계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철저한 심리전이 펼쳐진다. 그리고 외부로부터 전해지는 '후보자들의 비밀과 비리'는 극에 다시 한번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이 비리가 폭로되는 시점과 방식이 무척 흥미로운데, 마치 로렌스 추기경이 '나는 수사관이 아니다'라고 스스로 부인하면서도, 결국은 수사관처럼 행동하게 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폭로와 반전이 거듭될 때마다, 관객은 특정 후보가 몰락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형태로 권력 구조가 재편될 것인지 가슴 졸이게 된다.
단순히 종교나 정치에만 국한되지 않고, 이 영화는 '인간 군상'을 응시하는 스릴러로서의 매력도 충분히 갖췄다. 절제된 배경 음악과 화려하지 않은 세트 속에서도 인물들의 대사와 표정만으로 스릴과 긴장감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력 덕분이다. 랄프 파인즈는 특유의 차분하고 지적인 분위기로 로렌스 추기경을 완성했으며, 스탠리 투치는 정의감 넘치는 벨리니 역을 진중하면서도 우아하게 풀어낸다.
존 리스고 역시 트랑블레 추기경의 불안정함을 노련하게 표현해, "이 사람에게 교황직을 맡겨도 괜찮을까?"라는 의문을 관객에게 자연스레 던진다. 특히 감독의 연출은 고요한 회의 장면 하나조차 손에 땀을 쥐게 만들 정도로 힘이 있어서, 방대한 대화극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결국 <콘클라베>는 종교 영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치·드라마·반전이 잘 버무려진 수작 스릴러다. 유력 후보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벌어지는 밀실 협상, 의도치 않게 수면 위로 드러나는 비리, 그리고 순수하게 교황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본심이 교차하며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무엇보다 "어떤 리더가 자격이 있을까?"라는 근본적 물음이,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를 따라다닌다.
이 작품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명확하다. 투표와 선출이라는 우리가 익숙하게 마주하는 제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가끔은 극단적 노선이 달콤하게 들릴 수 있지만, 그 끝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는 사실을, 종교라는 막강한 권력 시스템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묵직한 주제를 밀도 있게 다루면서도 스릴러의 재미를 놓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콘클라베>는 영화 팬들에게 꼭 봐야 할 작품이 될 것이다.
'리더'의 자격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 그리고 밀도 높은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 싶다면, 주저 없이 극장으로 달려가길 권한다. 분명 본편을 다 본 뒤에도, 누가 정말 '옳은 리더'였을지 오랫동안 생각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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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영화와 시리즈 속 감정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단순한 이야기보다, 우리의 삶과 감정을 비추는 거울처럼 바라봅니다.
브런치에 영화 감성 리뷰와 에세이를 연재하고 있으며,
영화 속 감정을 담은 첫 에세이집 《그럴 때, 나는 그를 떠올렸다》를 출간했습니다.
레빗구미라는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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