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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보다가 졸았는데... '밥 딜런'다운 음악 여정 담았네

[리뷰]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

25.02.28 14:34최종업데이트25.02.2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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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 중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 중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2018년 7월 열린 '밥 딜런'의 내한 공연에 다녀왔다. 내 인생 가장 재미없는 공연이었다. 공연을 보다가 10분 정도 졸았다. 그는 'Blowin' In The Wind', 'Don't Think Twice It's Alright', 'Ballad Of A Thin Man' 등의 명곡을 부르긴 했지만, 그 사실조차 알아차리기 어려웠다. 변주를 거듭했고, 멜로디도 크게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다. 그런 노래를 듣고 싶어서 공연장에 간 관객은 없다. 역사의 거인과 한 공간에 있다는 것을 체감이라도 하고 싶었는데, 전광판이 설치되지 않아 그의 표정을 볼 수도 없었다.

밥 딜런은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이다. 실존주의적이고 사회적인 그의 가사는 동시대 음악가인 비틀스부터 U2, 브루스 스프링스틴 등 수많은 아티스트에게 영향을 미쳤다. 2016년에는 대중음악가 역사상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는 역사를 썼다. '귀를 위한 시'라는 한림원의 찬사는 모든 미사여구를 대체한다.

동시에 딜런은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난해한 인물이다. 특유의 작사가 청년들을 관통하면서, 딜런은 1960년대 반문화, 좌파 운동의 기수가 되었다. 본인은 이를 거부했다. 오토바이 사고를 당한 이후 대중의 눈앞에서 갑자기 사라졌다가,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는 공연을 펼쳤고, 때로는 근본주의 기독교에 귀의하기도 했다. 토드 헤인즈 감독의 <아임 낫 데어>(2007)는 이와 같은 밥 딜런의 입체성을 파고들었다. 히스 레저, 크리스천 베일, 케이트 블란쳇 등 무려 여섯 명의 배우가 한 인물을 연기한, 초유의 전기 영화였다.

60년 전 딜런과 친구들을 소환하며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그리고 십수 년이 지나 밥 딜런의 전기 영화가 다시 등장했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컴플리트 언노운>은 <아임 낫 데어>에 비해 비교적 쉬운 영화다. <컴플리트 언노운>은 밥 딜런의 한 편린에만 집중했다. 맨골드 감독은 1961년부터 1965년, 스무 살 밥 딜런이 포크 음악을 상징하는 스타가 되고,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 무대에 서기까지의 과정만을 그리고 있다. 새로운 모습을 파헤치기보다는, 팬들이 가장 잘 아는 시기의 딜런을 재현한다. 이러한 접근법은 딜런과 관객 간의 거리를 좁히는 선택이다.

이 영화로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티모시 샬라메의 연기는 영화에서 눈과 귀를 놓지 못하게 한다. 샬라메의 존재는 딜런을 모르는 관객들을 영화관으로 이끈 동력이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샬라메는 사라지고 밥 딜런의 존재가 두드러진다. 딜런 특유의 건들거리는, 리듬감이 있는 말투 역시 근사하게 재현했다.

노래 역시 티모시 샬라메가 직접 불렀다. 'Like A Rolling Stone', 'Blowin' In The Wind' 등 딜런의 명곡들을 직접 모창하면서 몰입감을 높인다. 5년 넘게 밥 딜런을 연구한 결과다. 덕분에 극 중에서 딜런이 노래하는 모습은 관객을 1960년대 미국의 라이브 클럽로 옮겨다 놓은 듯 생생하다. 병상에 누워있는 우상 우디 거스리 옆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따스함마저 선사한다.

음악 거장의 전기 영화지만, 그의 동료들이 주변화되지 않는 것이 <컴플리트 언노운>의 장점이다. 제임스 맨골드의 전작 <로건>에서 구세대(로건)가 신세대(로라)로 이어지는 구성이 존재했다면, 이 영화에는 피트 시거(에드워드 노튼 분)가 있다. 전설적인 포크 음악가이자 사회운동가인 피트 시거는 딜런의 행보를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른바 '뒷것'이 되기를 마다하지 않는 어른이다. 노래하는 딜런을 바라보며 그가 짓는 은은한 미소는 이 영화의 숨은 동력이다.

동시대 포크를 장식한 음악 동료이자 미묘한 감정을 주고받았던 조안 바에즈(모니카 바바로 분)와의 관계, 그리고 사회운동가인 실비(엘르 패닝 분)와의 연애, 쟈니 캐쉬(보이드 홀브룩)와의 우정 역시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예술가 딜런을 끊임없이 재구성한다. 영화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우디 거스리에 대한 존경심도 빼놓을 수 없다. 그 어떤 천재도 혼자서 역사를 쓰지는 않는다.

자유 의지를 의인화한다면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화는 1965년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에서 피날레를 장식한다. 포크 음악의 성지로 여겨졌던 페스티벌에서 보란 듯이 일렉트릭 기타를 들고 나타나 공연하던 그날이다. 일부 관객들은 그를 향해 '유다'라고 비난했고 온갖 잡동사니를 집어 던졌다. 상당수 포크 팬들에게 일렉트릭 기타와 로큰롤은 상업주의의 화신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마음 넉넉한 선배 피트 시거조차도 그의 기타를 자르고 싶어 했다. 딜런은 아랑곳하지 않고 노래를 부른다. 포크 록이 탄생한 날이었고, 딜런이 자신의 신화성을 더욱 굳히는 장면이었다. 제임스 맨골드의 연출은 이 장면의 몰입감을 극한으로 끌어 올린다. 그리고 중요한 사건이 모두 막을 내린 후 이어지는 한 장면은, 마치 새 시대를 만든 자가 옛 시대의 허름한 잔해를 보러 온 느낌마저 주어 의미심장하다.

"저 방의 200명한테 각자 원하는 내가 있어.
뭐든 그들이 원하지 않는 걸로 될 거야"

영화 안팎에서의 딜런은 그 무엇으로도 자신을 규정짓지 않으려 했다. 포크와 록의 구분, 장르의 순수성, 이념 같은 것은 그에게 장애물일 뿐이다. 뉴포트에서의 사태는 그 태도의 연장선이다. <컴플리트 언노운>은 딜런의 청년기 5년만 그렸을 뿐이지만,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이어졌을 자유 의지를 엿보는 데에는 모자람이 없다. <컴플리트 언노운>을 보고 나니, 밥 딜런 내한 공연 당시 느낀 당혹감도 나쁘지 않게 느껴진다. 어떤 사람은 삶 자체가 기대에 대한 배반이었을 테니. 밥 딜런은 지금도 자신이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르고 있다.

한편, '컴플리트 언노운'은 오는 3월 2일 열리는 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티모시 샬라메), 남우조연상(에드워드 노튼), 여우조연상(모니카 바바로), 각색상, 의상상, 음향상 등 총 8개 부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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