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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단비와 위성우의 쓴소리... 과연 여자농구 선수만 문제일까

[주장] 동기부여·인프라 구축 소홀했던 구조적 문제 돌아봐야

25.02.26 16:47최종업데이트25.02.2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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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구선수 김단비
농구선수 김단비한국여자농구연맹

2024-25시즌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MVP(최우수선수) 김단비와, 지도자상을 수상한 위성우 감독(이상 우리은행)이 연이어 '한국 여자농구의 현실'에 대해 우려의 쓴소리를 날렸다.

김단비는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에서 진행된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MVP를 수상한 직후 "요즘 선수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예전보다는 편한 걸 추구하는 부분이 있다"며 "정말 열심히 하려던 '헝그리 정신'이 조금 없어졌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신발언을 했다. 한국 여자농구 발전을 위해 구성원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자농구계 최고 명장으로 불리우는 위성우 감독도 비슷한 이야기를 언급했다. 위 감독은 지도자상 수상 소감에서 "예전에는 한국 여자농구에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며 여자농구를 알렸는데, 요즘은 많이 약해졌다. 지도자들도 열심히 하지만 한계를 많이 느낀다"면서 "선수들이 선배님들이 이뤄낸 길을 보면서 조금 더 열심히 노력해주면 한국 여자농구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 우뚝 설 날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단비와 위성우 감독은 왜 하필 자신들이 가장 빛날 수 있었던 축제 날에, 굳이 무거운 이야기를 꺼내야만 했을까. 현재 한국 여자농구의 가장 최정점에 있는 최고의 선수와 감독으로서, 누구보다 점점 무너지고 있는 여자농구의 현실 역시 잘 알고 있었기에 차마 외면할 수 없다는 책임감 때문이었다.

김단비는 이날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만장일치 MVP'를 포함해 '8관왕'을 휩쓸었다. 둘 다 지난 시즌 박지수(갈라타라사이)에 이어 여자농구 역대 2번째 기록이다.

김단비는 정규리그 29경기에 출전해 평균 득점(21.1점) 리바운드(10.9개) 블록(1.52개) 스틸(2.07개) 1위에 올랐다. 여기에 개인 기록을 수치로 환산한 공헌도 부문에서도 964.45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윤덕주상(최고 공헌도), 우수 수비선수상까지도 김단비의 몫이었다.

김단비 경쟁자 없는 프로 여자농구

물론 대단한 업적이고 선수 개인의 노력과 성과는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또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김단비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는 게 가능할 만큼 WKBL 내에 마땅한 '경쟁자'가 전혀 없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올시즌 김단비의 독주는 선수 개인의 실력 외에도 여러 가지 구조적인 요인이 맞물려 있었다. 일단 지난 시즌에 역시 WKBL에서 만장일치 MVP와 8관왕을 휩쓸었던 '절대강자' 박지수가 해외무대로 진출하며 큰 산이 사라졌다. 여기에 또다른 MVP급 선수인 박지현(마요르카 팔마) 역시 해외로 떠났다.

여기에 WKBL은 2020-21시즌부터 외국인 선수제도를 잠정 중단하고 있다. 당시 유행했던 코로나19 팬데믹과 국내 선수 보호를 명분으로 이루어진 결정이었지만, 지난 4년간 돌아온 결과는 박지수·김단비 등 기존 국내 스타들의 소수 독과점 현상만 심화한 데 불과했다. 올해부터 아시아쿼터가 시행됐지만 리그 판도를 바꾸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국내 4대 프로스포츠를 통틀어 외국인 선수제도를 운영하지 않는 리그는 WKBL이 유일하다.

올시즌에는 박지수도, 외국인 선수도 없는 WKBL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게된 젊은 국내 선수들이 성장해주기를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새로운 에이스급 선수들의 등장은 없었다. 1990년생으로 올해 35세의 노장이 된 김단비의 뒤를 이을만한 후계자나 경쟁자가 올해 WKBL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대항마로 꼽히던 김소니아(BNK), 강이슬(KB스타즈), 진안(하나은행) 등도 개인기록이나 팀성적 면에서 모두 김단비와 격차가 컸다.

몇몇 스타선수들에게만 의존하는 WKBL의 빈곤한 선수층과 세대교체 부재는, 자연히 리그의 하향평준화로 이어졌다. 지난 2023-24시즌 정규리그 9할 승률(27승 3패)을 달성했던 KB는, 에이스 박지수가 떠나자마자 한 시즌만에 4할 승률(12승 18패)로 반토막나며 성적이 급락했다. 평균 득점도 72.7점에서 59.3점(1위→4위 )로 10점 이상 하락했다.

KB만의 문제가 아니다. WKBL은 올시즌 들어 극심한 '저득점' 현상이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다. WKBL은 2021~2022시즌 71.3점이었던 정규리그 평균 득점이 마지막으로 70점대를 넘긴 이래, 2022~2023시즌 69.2점, 2023~2024시즌 66.4점을 거쳐 이번 시즌에는 60.5점까지 떨어지며 역대 최소 기록을 경신했다. 경기 템포가 빨라진 현대농구에서 불과 4년 사이에 리그 평균 득점이 무려 10점 가까이 감소한 것은, WKBL이 얼마나 시대 흐름에 뒤처져 있는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이다.

또한 올시즌 여자프로농구에서는 한 경기에서 팀당 50점, 양팀 합쳐 100점을 넘기는데도 허덕이는 경기가 속출했다. 심지어 정규리그 1위팀이라는 우리은행마저 1월 16일 인천 신한은행과의 홈경기에서 '1쿼터 0득점'이라는 한국농구 역사에 남을 희대의 불명예 신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명색이 프로라는 선수들이 오픈 찬스에서도 슛이 림에도 맞지않거나, 어이없는 실수도 공격권을 허무하게 헌납하는 모습은 농구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여자농구 구조적 문제 돌아봐야

현재 여자농구는 각 팀마다 스타 플레이어와 선수층이 부족한 상황에서 경기 수와 일정은 너무 타이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가뜩이나 아마추어에서 프로팀에 수급되는 선수 숫자가 너무 적은데다, 그나마 프로에 입성한 선수들도 고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프로에 진출하다보니 성인농구 적응 과정에서 경쟁과 압박감에 적응하지 못하고 쉽게 포기하거나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다.

그리고 이러한 리그의 침체는 자연히 국가대표팀이 나서는 국제경쟁력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한국 여자농구는 2014년 홈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남녀동반 금메달을 끝으로 국제무대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2020년대 들어서는 2023년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5위)에서 사상 최초로 4강 진출에 실패하는가 하면, 파리올림픽 본선 진출도 무산됐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준결승전에서 라이벌 일본에 58-81로 대패해 결승진출이 좌절되는 등, 이제는 아시아권에서도 일본, 중국과의 격차가 벌어지며 점점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한편으로 현재 이러한 여자농구의 위기 원인을 자칫 '선수들의 노력 탓'으로만 돌리는 듯한 발상은 위험할 수 있다. 물론 후배 농구인들의 분발을 촉구하는 김단비나 위성우 감독의 고언은 일리가 있지만, 단지 '헝그리 정신'만 없다고 탓하기에는 선수들을 위한 동기부여와 인프라를 마련하는 데 소홀했던 여자농구계의 구조적 문제가 더 크기 때문이다.

다른 프로스포츠나 해외 협회 등은 자국 유망주들의 성장과 출전기회 보장을 위해 이미 오래전부터 제도적·재정적으로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인 것이 성과로 이어졌다. 프로야구의 2군과 육성군 시스템, 프로축구의 유소년 제도 U-22 의무 출전 규정, 일본 농구의 적극적인 국제대회 참여와 연령대별 대표팀 육성 지원이 그 예다. 여자농구가 본받고 참고해야 할 대목이다. 김단비와 위 감독의 고언도, 선수들 개개인보다 이런 부분에 더 초점이 맞춰졌다면 더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리그가 단지 프로라는 외형적 구색만 갖추고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위한 구조적 뒷받침은 돼 있지 않으면서, 선수들에게만 '왜 더 노력하지 않느냐'고 타박하는 주장은 자칫 젊은 세대의 반발심만 살수 있고 절대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개인의 노력만이 아니라 리그 환경이 함께 변화해야 여자 농구에도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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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단비 위성우 우리은행 여자농구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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