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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연기 왜 해?" 질문에 '차주영'이 찾은 답

[리뷰]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25.02.20 16:09최종업데이트25.02.20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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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Everything happen for a reason) 그 말이 굉장히 잔인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런데 지나고 보면 그 모든 순간들이 이해가 되더라. 그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을 감당하기가 더 어려웠겠구나 싶다. 살아남고자 애쓴 순간들이 쌓인 끝에 이제야 좀 노하우가 생겼다. 내가 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생각으로 모든 일을 하고 있다. '그때'가 아니면 안 되는 것들이 있으니까."

<더 글로리>의 빌런 '스튜디어스 혜정이'에서 <원경>의 카리스마 있는 왕비 '원경왕후'까지, 데뷔 10여 년 만에 뒤늦게 배우 인생의 꽃을 피우기 시작한 차주영의 고백이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19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배우 차주영이 출연하여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전했다.

첫 주연 맡은 차주영

유퀴즈온더블럭 차주영
유퀴즈온더블럭차주영tvN

차주영은 최근 종영한 tvN 사극 <원경>에서 첫 주연을 맡아 훌륭한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처음 주연으로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차주영은 "과감하게 이런 역할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했지만, 한편으로 내가 담기에 너무 큰 역할을 맡았느냐는 걱정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운명의 인연처럼 차주영의 친할머니는, 바로 손녀가 연기한 원경왕후와 같은 여흥 민씨 가문이었다. 쉽지 않은 첫 사극 도전에 종종 어려움을 느낄 때면 차주영은 어릴 때 돌아가신 할머니를 떠올렸다. "기억 속 할머니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흉내 내려고 노력했다. 답이 나오지 않을 때마다 '할머니, 도와줘'라며 머릿속으로 되뇌며 연기했다"고 고백했다.

배우 차주영의 존재감을 처음으로 크게 알린 작품은 역시 <더 글로리>의 빌런인 '스튜어디스 최혜정'이다. 조연이고 악역이지만 차주영의 연기력 덕분에 혜정이라는 인물의 입체적인 면모가 더 생동감 있게 표현됐다는 평가다.

<더 글로리> 오디션은 무려 두 달 가까이 진행됐다. 매주 같은 대본으로 오디션을 치르면서 차주영은 부담감에 내심 "왜 나를 빨리 안 떨어뜨리시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신기하게 별다른 코멘트가 없었다. 그리고 다음 주에 또 와서 대본 리딩을 하는 거다. 아마 저를 처음부터 혜정 역에 염두에 두셨던 것 같은데, 인물을 얼마나 더 표현할 수 있는지 지켜보려고 했던 게 아닌가 싶다"고 회상했다.

슬슬 인내심이 한계치로 향하던 어느 날, <더 글로리> 안길호 감독이 너무나 밝은 얼굴로 "잘 지냈냐"고 건넸다. 욱한 감정이 치솟은 차주영은 자기도 모르게 "X같이 지냈어요"라고 비속어를 섞어 응수했다. 정작 감독은 오히려 그 모습에 보고 너무나 좋아했다. "원래 혜정이라는 캐릭터가 그래야 했던 거다"라며 차주영의 캐스팅이 확정됐다.

차주영은 <더 글로리>의 성공을 이미 예상했다. "플레이어(배우)이자 관객의 입장으로 봤을 때, 현장에서 모든 배우들이 사활을 걸고 절실하게 했다"면서 "감독님께 어떻게 <더 글로리>팀을 이렇게 꾸릴 생각을 했는지 여쭤봤을 때도 '절실함'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당시 배우들은 현장에서 사담 하나 나누지 않고 연기에만 집중했다. 차주영은 " (제 연기에) 확신이 안 섰다. 끝날 때까지도 확신이 안 들었다. 그저 뻔뻔하게 확신이 있는 척 현장에 가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면서 "그럴 때 감독님이 잘 잡아줬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지금도 송혜교, 임지현 등 <더 글로리>에서 공연했던 배우들과는 서로를 응원하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끈끈한 팬들

차갑고 도도해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차주영은 팬들과 남다른 소통과 유대관계로도 유명하다. 차주영의 열성팬이 운영하는 SNS를 통해 팬들을 항상 다정하게 챙기는 실제 차주영의 인간적인 모습들이 화제가 됐다. 촬영장에 온 팬을 직접 택시에 태워 보내는 따뜻한 '미담'부터 팬 활동으로 인한 과소비와 소득 문제까지 걱정하며 '쓴소리'를 날리는 영상들이 폭소를 자아냈다.

차주영은 "이런 사랑을 내가 느껴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팬들이 저희 부모님들보다 더 큰 사랑을 주시더라. 어떻게 이렇게 맹목적인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지 싶다"라며 "저는 인간관계가 좁고 깊은 편인데, 팬들은 '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큰 복이라고 여기고 있다. 팬들만 생각하면 울컥할 때가 많다"며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했다.

차주영은 일각에서 거론된 '금수저 설' '금융 재벌 설'등에 대해서 해명했다. 차주영의 부친과 친척들은 실제로 모두 금융계에 오랫동안 종사해 왔다.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차주영은 어릴 때는 무용을 배웠고, 부모님의 권유로 말레이시아-미국 등에서 해외유학을 통하여 경영학을 전공하면서 미래의 금융인으로 착실히 진로를 준비해 왔다.

그러던 어느 날 차주영은 문득 "늦기 전에 내 모습을 남길 수 있는 직업이 뭘까 생각했다. 어릴 때 TV를 보면서 그 세상으로 들어가 보고 싶었다. 공부는 나중에도 할 수 있으니 내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선택하기로 했다"며 배우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삶이 늘 제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갔다. 언젠가 혼자 사막으로 여행을 떠난 적이 있는데, 하늘과 모래가 전부였던 그 사막 위에 오직 나 하나였다. 그때 '이 세상에서는 나는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차주영이 얻은 교훈은 "굳이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있나"였다. 사막의 모래알 같은 존재인데 가볍게 생각하자고 다짐했다는 거다. '내가 내 인생을 어디에 배팅하지?'라고 했을 때 '연기'가 좋은 선택일 것 같았다"는 결론이었다.

처음에는 아버지의 반대가 매우 심했다. 차주영은 2016년 데뷔작인 <치즈인더트랩>의 촬영을 끝낸 뒤에야 사실을 알렸다. 당시 아버지는 "위약금 물어줄 테니까 당장 그만두라"고 호통을 쳤다.

차주영은 "저 아직 20대인데 아빠가 원하는 시간을 거쳐오면서 내가 나 스스로 뭔가를 결정한 적이 없었다. 나 이거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남은 20대는 새로운 도전을 해보는 데 쓰고 싶다"면서 "그만큼 난 간절하니까 한 번만 믿어주세요"라며 아버지를 간곡히 설득했다.

결국 차주영은 27세에 데뷔했다. 데뷔 후 첫 5년간은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차주영처럼 돌아갈 수 있는 '다른 선택지'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제 그만 포기하라는 주변의 권유도 끊이지 않았다.

차주영은 "'애매함'이 저에게는 원동력이 됐다. 그 애매한 걸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어디 한발 걸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제 의지와 무관하게 너무 많이 듣게 되더라"면서 "'넌 돌아갈 곳이 있잖니'라는 말은 '너는 그만큼 절박한 건 아니잖아'라는 뜻 아니겠냐"라고 상처가 된 말을 떠올렸다.

그럴 때마다 차주영은 " '내가 갖고 있던 걸 다 놓고 이걸 선택했을 때는 얼마나 절박한지 아시냐고' 역으로 질문을 많이 했다"면서 "결국 내 일을 잘 해내서 설명을 안 해도 되게 하자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오랜 무명 생활을 겪었던 MC 유재석도 "어떤 분야든지 가장 빠른 건 결과로 증명해 내는 것이다. 아무리 설명해 봐야 듣는 사람들은 내 말을 있는 그대로 해석하지 않는다"라며 차주영의 생각에 공감했다.

외로웠던 시간

차주영은 "저는 늘 이방인이었다. 어딜 가나 속해있지 못한 기분이었다"면서 "어릴 때부터 혼자 외국 생활을 했고, 데뷔를 하고서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학연 등 연고가 있는데 저는 한국에 연고가 없었다. 무작정 시작한 연기라는 걸 어떻게 배워야 할지 막막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내가 하고 있는 게 맞나?라는 의심 속에서 스스로가 하루살이처럼 느껴졌다. '너 유학도 하고 공부하던 것도 있는데, 시집이나 가지 이거 왜 해' 같은 말도 들었다" 면서"난 그렇지 않은데 그걸 설명하기도 애매하더라. 스스로 직업을 '배우'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웠다. 내 이야기를 하는 버릇을 들이지 못했다 보니까"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차주영이 찾은 해답은 " 연기를 통하여 '나만의 것' '나 혼자 바로 설 힘'을 만들어보자"는 거였다. "이건 너의 직업이야. 돌아갈 곳은 없다고 생각했다. 저는 작품 할 때 잠을 못 잔다. 요령 피우는 법을 몰라서 그냥 될 때까지 하는 거다. 안 되면 안 되니까"라며 "그렇게 내 몫을 해내야 스스로 '배우'라고 말할 수 있겠더라"는 깨달음을 전했다.

차주영은 지금도 스스로에게 항상 다짐하는 신조를 두고 "지금 내가 살아있고 나에게 주어진 게 있으니 후회 없이 모든 걸 다 쏟아붓자는 생각이 습관이 됐다. 다른 생각 하지 말고 '할 거 있잖아, 그냥 해'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후회하지 말고 묵묵하게 내 거를 다 하자고 다짐한다 "면서 "힘들다고 피해버리기보다는 결국엔 '정면 돌파'를 해야만 그다음이 있더라.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며 미소를 지었다.
유퀴즈 차주영 원경 더글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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