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외국인 선수 오마리 스펠맨이 KBL에 전격 복귀한다. 원주 DB 구단은 2월 10일 로버트 카터 주니어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입국한 스펠맨과의 계약을 확정 짓고 공식 발표를 앞두고 있다. 안양 정관장에서 뛰던 2023년 12월 이후 1년 2개월 만의 KBL 복귀다.
스펠맨은 KBL의 역대 외국인 선수 중에서도 손꼽힐 만큼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미국 빌라노바 대학에서 2018년 NCAA(전미대학농구) 토너먼트 우승을 차지한 주역 중 한 명이었고, 2018 NBA(미국프로농구) 드래프트에서도 1라운드(30순위, 애틀란타 호크스)에 지명될 정도의 유망주였다.
결과적으로 NBA에서는 커리어 통산 평균 6.8점, 4.3리바운드에 그치며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해외로 눈을 돌린 스펠맨은 2021년 정관장에 입단하며 KBL에서 첫 해외 무대 경력을 시작했다.
정상급 외국인 선수, 스펠맨
KBL 무대에서의 스펠맨은 우승 1회, 준우승 1회를 경험하며 정상급 외국인 선수로 활약했다. 첫해인 2021-22시즌 43경기 평균 20.2득점 10.3리바운드 3.4어시스트 3점슛 성공률 36.5%를 기록하며 정규리그 3위-챔프전 준우승에 기여했다.
적응을 마친 2년 차인 2022-23시즌에는 정규리그 51경기 평균 19.9득점 9.9리바운드 2.4어시스트, 챔프전 평균 18.9득점 8.9리바운드로 맹활약을 펼쳤다. 스펠맨의 활약에 힘입어 정관장은 정규리그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및 챔피언결정전과 동아시아 슈퍼리그(EASL)까지 '트레블(3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23-24시즌 스펠맨은 하루아침에 백조에서 미운 오리새끼로 추락했다. 개막 직전에 정강이 부상을 당하며 장기간 결장한 스펠맨은 2라운드 후반에 겨우 복귀했으나 5경기에서 22분 34초를 뛰며 평균 8점 5.4리바운드에 그쳤다.
스펠맨이 이탈해 있는 동안 일시 대체선수 듀반 맥스웰과 국내 선수들의 분전에 힘입어 선전하던 정관장은, 오히려 스펠맨이 합류한 이후 연패 수렁에 빠지며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설상가상 경기중 감독의 교체투입 지시를 거부하고 태업 논란까지 일으키며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스펠맨은 '우승팀 에이스'에서 불과 반년 만에 퇴출 통보를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한국을 떠난 이후 스펠맨은 유럽에 진출하여 선수경력을 이어갔고, 미국과 레바논의 이중국적자로서 레바논 국가대표팀의 귀화선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최근 러시아 제니트와 계약이 만료된 이후 새 소속팀을 구하던 스팰맨은, 같은 아시아리그인 중국과 일본 프로팀으로부터 입단 제안을 받았으나 의외로 친숙한 KBL 무대로의 컴백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펠맨은 '양날의 검'이라는 평가로 요약되는 선수다. KBL 정관장 시절 당시 2m3, 129㎏의 육중한 체격조건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스타일은 파워와 스피드, 슛을 모두 겸비한 테크니션에 가까웠다. 수비력은 그리 뛰어나지 않지만, 공격력 하나만큼은 그동안 KBL를 거쳐 간 정상급 외국인 득점원들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다.
하지만 스펠맨의 가장 큰 약점은 내구성과 멘탈 문제였다. 스펠맨은 정관장 시절 크고 작은 잔부상으로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잦았다. 스펠맨은 농구보다는 마치 씨름선수를 연상시키는 지나치게 비대한 체형으로 인하여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뚱펠맨'이라는 오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부실한 자기관리와 체중조절 실패는 결국 잦은 부상과 기복 심한 경기력으로까지 이어진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KBL 감독 중 손꼽히는 '덕장'으로 평가받는 김상식 정관장 감독마저 스펠맨의 불성실한 행태에 크게 분노했을 만큼, 기량에 비하여 워크에식은 미성숙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DB가 스펠맨의 영입을 결정한 것은 6강 진출을 위한 마지막 승부수로 분석된다. 지난해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며 올시즌도 우승 후보로 거론되었던 DB는 현재 16승 21패로 5할 승률에도 못 미치는 6위에 그치고 있다. 설상가상 최근 5연패의 수렁에 빠지며 이제는 6강 막차 티켓도 장담하기 힘든 최대 위기에 몰렸다.
다행히 경쟁팀인 부산 KCC 역시 동반 5연패에 빠지며 역전을 허용하지는 않았지만 격차는 겨우 1게임에 불과하다. 5위 대구 한국가스공사와는 4게임이나 벌어지며 6강 막차 경쟁은 사실상 DB와 KCC의 대결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DB는 최근 트레이드로 부상에 시달리던 국가대표 센터 김종규를 떠나보내고 정효근을 영입하며 변화를 단행했지만, 이선 알바노가 체력적인 부담을 드러내고, 강상재의 부상과 부진까지 겹치며 경기를 풀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단점 분명한 선수
스펠맨은 정관장 시절에서 보듯 장단점이 분명하다. 공격에 비하여 수비와 팀플레이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고, 기분파 성향이 뚜렷하여 벤치에서 통제가 쉽지 않은 유형의 선수다.
더구나 DB에는 이미 치나누 오누아쿠라는 또 다른 '시한폭탄' 요소가 있다. 오누아쿠 역시 개인 기량은 출중하지만 코트 안팎에서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올랐던 선수다. 올시즌에도 컵대회까지는 MVP를 차지할 만큼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막상 정규시즌에 들어서는 소극적인 골밑플레이와 경기마다 달라지는 집중력으로 벤치의 속을 태우고 있다. 그럼에도 DB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교체대상을 오누아쿠가 아닌 로버트 카터로 선택했다.
정식 사령탑 2년 차인 김주성 DB 감독이 개성 강한 선수들을 능숙하게 다루지 못한 점도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김 감독은 올시즌 초반에는 작전타임중 자기 주장을 거듭 어필하던 알바노에게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두경민의 출전 거부와 LG 이적, 유현준의 갑작스러운 은퇴 선언 등도 막지 못하며 선수단과의 소통 능력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시즌 내내 오누아쿠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듯한 모습도 아쉬움을 주고 있다.
여기에 역시 문제아 기질이 다분한 스펠맨까지 합류하면서 DB는 그야말로 '모 아니면 도'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오누아쿠와 스펠맨의 외인 조합은 이름값에서는 KBL 최고 수준이지만, 얼마나 시너지 효과가 나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두 선수 모두 자존심이 강하고 1옵션으로 뛰는 데 익숙한 선수들인데, 주전에서 밀려난 선수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미지수다.
DB로서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 5위에 그쳤으나 플레이오프에서 우승까지 차지한 KCC의 대반전 사례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6강 플레이오프 진출조차 실패한다면 DB에게 올시즌은 그야말로 기억하기 싫은 최악의 시즌으로 남을 수도 있다. 과연 스펠맨이 DB의 운명을 바꿀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