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 건물.
권우성
오요안나는 지난해 9월 15일 세상을 떠났다. 그의 부고가 지난해 12월 뒤늦게 알려지자 MBC 측은 이번 일과 관련한 첫 번째 공식 입장문을 내놓았다. 당시 사망 원인과 관련해 "부서에 물어보지 않았다. 물어본다고 해도 나올 리 만무하다"며 말을 아꼈다. '왜 부고를 알리지 않았느냐'는 질문엔 "저희는 따로 내지 않는 것 같다"며 얼버무렸다. 이후 '고인 휴대폰에서 원고지 17장 분량 유서가 발견됐으며, 동료들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겼다'는 보도가 나왔다.
MBC 측은 지난달 28일 "고인이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담당 부서나 관리 책임자들에게 고충을 알린 적이 전혀 없었다"며 "일부 기사에서 언급한 대로 '고인이 사망 전 MBC 관계자 4명에게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면, 그 관계자가 누구인지 저희에게 알려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정확한 사실도 알지 못한 채 마치 무슨 기회라도 잡은 듯 이 문제를 MBC 흔들기 차원에서 접근하는 세력들의 준동에 우려를 표한다"고도 했다.
고인에 대한 예의, 추모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반응이자 변명 및 자기방어로 일관한 반응이다. 이번 사건은 엄연히 남의 일이 아닌, MBC 내부에서 발생한 일이다. '우리에게 알려 달라'라는 고압적인 자세 이전에 본인 스스로 나서서 진상 파악에 나서야 하는 사안이다. 더군다나 MBC는 <뉴스데스크>와 < PD수첩 > 등을 통해 각종 기업체의 유사 사건을 탐사 보도했고, 고발에 앞장서던 언론사 아닌가.
물론 분명 이번 사건과 관련해 보수 언론·극우 성향 유튜버 등은 MBC를 공격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상관없이 방송계 종사자의 갑작스럽고 억울한 죽음은 외부 정치 집단의 이해관계와 상관없다. 방송사 스스로 문제점을 파악하고 회사가 잘못한 일이 있으면 사과, 반성 등의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하는 게 타당했다.
소위 'MBC를 항한 칼날'이 어제오늘 있던 일도 아니건만 오요안나 사건의 책임을 소수의 사람들에게 돌리는 듯한 태도가 실망스럽다. 멀쩡하게 직장 다니던 젊은 근무자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면, 조직은 무슨 사유로 유명을 달리하게 되었는지 알아보기 마련이다.
그런데 MBC의 입장문을 비롯해 뒤늦게 이어진 진상조사위원회 설치 등의 과정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 최소한의 기본적 조사조차 지난 4개월여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사건에 대한 제대로 된 해결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향후 MBC 보도국이 내놓는 노동 환경 관련 보도에 대해 누가 신뢰할 수 있을까. '내로남불'이라는 비난의 쓴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면, 이제라도 방송사 측의 책임 있는 자세를 견지하고 제대로 된 처리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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