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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황금시대' 선수 출신 감독들의 수난사... 끝은 어디일까

스티븐 제라드 사우디 프로축구팀에서 전격 경질... 웨인 루니, 램파드 등도 다르지 않아

25.02.02 10:09최종업데이트25.02.0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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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선수라고 해도 명지도자가 되기는 어렵다' 스포츠계에 전해 내려오는 오래된 속설이다. 현역 선수 시절에는 상당히 우수한 모습을 보여주며 해당 종목을 호령하던 인물들도, 이상하게 지도자 자리에만 오르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하며 몰락하는 징크스를 일컫는 격언이기도 하다.

지난 1월 31일(한국시간) 사우디 프로축구 알 에티파크 FC는 스티븐 제라드(영국) 감독의 경질을 발표했다. 제라드는 지난 2023년 7월 계약 기간 2년에 알 에티파크의 감독직을 맡았고, 부임 첫 시즌 팀을 6위로 이끌면서 2027년까지 장기 계약을 맺었다. 사우디에서 제라드 감독이 받았던 연봉은 약 1500만파운드(약 250억원)로 알려졌다.

하지만 2024-25시즌 들어 팀이 극도의 성적부진에 허덕이며 추락하자 재계약한 지 1년도 안되어 경질의 쓴 맛을 피하지 못했다. 알 에티파크는 올 시즌 17경기 5승에 그치며 18개 팀 중 12위로 추락한 상태였다. 제라드 감독이 지휘한 최근 14경기에서는 단 2승에 머물렀다.

감독 제라드의 몰락은, 선수 시절의 영광을 기억하던 팬들에게는 격세지감이다. 제라드는 잉글랜드 국가대표팀과 프리미어리그(EPL) 명문 리버풀의 레전드로 꼽힌다.

선수 시절 1998년부터 2015년까지 리버풀에서만 무려 17년간 활약하며 EPL 통산 504경기에서 120골 92도움을 기록했으며, 2001년UEFA컵(현 유로파리그), FA컵, 리그컵 '트레블', 2005년 '이스탄불의 기적'으로 꼽히는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 등을 이끌며 당대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중 하나로 평가받았다.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도 A매치 114경기를 소화하며 '황금세대' 핵심 멤버로 활약했다.

지도자로서도 출발은 좋았다. 은퇴후 2017년 친정팀인 리버풀 18세 이하(U-18) 팀을 시작으로 지도자 경력을 시작한 제라드는 2018년 스코틀랜드 명문 레인저스를 이끌면서 2020~2021시즌 리그 무패 우승을 이끌었고 그해 '스코틀랜드 올해의 감독'으로까지 선정됐다.

그러나 감독으로서의 영광은 거기까지였다. 레인저스와 셀틱의 양강 체제가 확고하고 리그 위상도 높지 않은 스코틀랜드에서의 성과는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실제로 제라드는 레인저스에서도 자국리그 안에서만 강했을 뿐 유럽클럽대항전에서는 무기력한 모습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2021년 11월에는 팀에 잔류할 것이라는 팬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모국인 EPL의 애스턴 빌라 감독으로 시즌 중 자리를 옮기는 뒤통수를 치며 레인저스 팬들의 분노를 자아내기도 했다.

이후로 제라드의 감독 커리어는 급격한 추락을 거듭했다. 3년 반 계약을 맺었던 빌라에서 제라드는 불과 부임 1년도 안된 2022년 10월 성적 부진으로 전격 경질되면서 레인저서의 호성적이 거품이었다는 것만 입증하고 말았다. 빌라를 떠난 직후에는 제라드는 약 1년간 야인으로 머물며 몇몇 클럽들과 국가대표팀의 감독 후보로 연결되기도 했지만 계약이 성사되지는 않았다.

정작 장고 끝에 선택한 제라드의 다음 행선지는 놀랍게도 사우디 리그였다. 빌라에서의 큰 실패로 유럽무대에서 지도력에 대한 착실한 재검증이 더 필요했던 제라드로서는, 금전적 혜택 외에는 감독 경력에 어떤 이점도 찾을 수 없었던 최악의 결정이었다.

우려한 대로 제라드는 변방에 가까운 사우디에서도 참담한 실패를 맛보며, 향후 감독으로서 다시 유럽 빅리그 복귀도 장담하기 어려울 만큼 큰 타격을 입었다. 더구나 현지 언론에서는 알 에티파크에서의 경질 과정에서 "제라드가 친정팀 리버풀의 경기를 TV로 시청하기 위하여 팀훈련 일정도 변경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감독으로서의 직업 정신까지 의심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EPL 레전드의 감독 잔혹사는, 최근들어 제라드만의 사례가 아니다. 잉글랜드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잉글래드 대표팀의 레전드 공격수 출신인 웨인 루니는, 지난해 12월 31일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소속의 플리머스 아가일에서 성적부진으로 사임했다.

루니는 2021년 1월 현역에서 은퇴한 직후 선수시절 마지막 소속팀이었던 챔피언십 더비 카운티의 사령탑에 곧바로 부임하며 정식으로 지도자 경력을 시작했다. 그러나 더비 카운티가 2021-2022시즌 챔피언십에서 24개 팀 중 23위에 머물러 3부로 강등되자 사퇴했다.

이후 2022년 미국프로축구(MLS)D.C 유나이티드, 2023년 10월 잉글랜드 2부 버밍엄 시티 사령탑을 거쳤으나 모두 성적부진으로 물러났다. 2024년 5월에는 플리머스의 지휘봉을 잡았으나, 2024-2025시즌 챔피언십 23경기를 치른 현재 4승 6무 13패(승점 18)로 24개 팀 꼴찌, 마지막 9경기 연속 무승 (3무 6패)이라는 충격적인 부진을 거듭하자 부임 7개월 만에 다시 결별을 선고당했다.

그나마 레인저스에서 1부 우승 경력이라도 있는 제라드에 비하며, 루니는 주로 하부리그팀만을 맡아 무관에다가 '강등 전도사'라는 오명만 써야했다.

현역 시절 제라드의 라이벌로 꼽히던 첼시FC의 레전드 미드필더 출신 프랭크 램파드(현 코벤트리 시티) 역시 감독으로서의 평가는 그리 좋지 못하다. 램파드는 2018년 챔피언십 더비 카운티 감독직을 시작으로, 1부리그 에버튼, 친정 첼시 감독직을 두번(임시 감독 포함)이나 역임했다.

그나마 첼시 1기 시절인 2019년 10월 EPL 이달의 감독, 2019-20시즌 FA컵 준우승 등의 성과를 냈다. 에버튼에서의 첫 시즌에는 당시 강등 위기의 팀을 1부리그 잔류로 이끄는 등, 제라드나 루니에 비해서는 어느 정도 보여준 것이 있는 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첼시와 에버튼 모두 성적부진으로 인한 경질 엔딩을 피하지 못했고 팬들의 평가도 매우 나빴다.

결국 빅리그에서 더이상 감독 제안을 받지못한 램파드는 2024-25시즌을 앞두고 잉글랜드 2부리그 챔피언십 코벤트리 시티의 감독으로 부임했다. 하지만 램파드가 이끄는 코벤트리는 올시즌 24개구단 12위에 그치며 2부리그에서 여전히 시원치 않은 성적에 그치고 있다.

이밖에도 맨유의 레전드였던 게리 네빌은 2015년 스페인 명문 발렌시아 감독을 맡았다가 5개월만에 성적부진으로 사임한 흑역사가 있다. 역시 맨유 출신 미드필더인 폴 스콜스는 2019년 4부리그 올덤FC의 지휘봉을 잡았다가 한달만에 경질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들은 현재는 더이상 지도자의 길을 걷지 않고 축구방송 패널이나 구단주 등으로서만 활약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축구의 전설인 박지성이 맨유에서 활약하던 시절, EPL에서 팀동료나 경쟁자로 함께 뛰었던 전설들로 대부분 국내 축구팬들에게도 매우 친숙하다. 하지만 잉글랜드 축구의 '황금세대'로 불리던 전설들 중 지도자로서도 대성했다고 할만한 인물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같은 스포츠라도 '선수로서의 재능'과 '지도자로서의 재능'은 엄연히 다른 영역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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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드 램파드 루니 EPL 프로축구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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