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88 중앙우편대대 스틸 컷
넷플릭스
타일러 페리는 마디아 시리즈로 크게 성공하며 적어도 미국 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영화 제작자이자 감독이자 배우다. 그는 그동안 흑인들이 공감할 만한 소재의 작품을 만들어 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6888 중앙우편대대>도 그가 오랫동안 천착해 온 유색인종 흑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제2차 세계대전의 흑인 여군 영웅들은 최전방에서 포탄과 총알이 빗발치는 와중에 적진을 향하는 영웅들은 아니다. 다만 후방에서 우편물을 분류해 전방의 전사들과 고국의 가족들을 이어준다.
영화는 다분히 전형적인 구도를 띤다. 흑인 여군을 차별하고 멸시하고 방해하고 파괴하려고 하는 이들이 있으니 백인 남성 상관이다. 부대의 책임자 채리티 대위의 직속상관, 또 그 위의 최고 사령관까지 한통속이다.
유색인종, 여성, 군인이라는 삼중고
초반에는 남자 친구를 전쟁터로 보내 잃은 리나를 앞세워 흑인 여성이 군인으로 재탄생하는 이야기를 다뤘다면, 후반부는 6888 중앙우편대대를 이끄는 채리티 소령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어떻게 이 오합지졸을 최정예로 키워낼 것인가, 어떻게 백인 남성 상관의 압박을 견뎌내고 또 보여줄 것인가, 어떻게 말도 안 되는 명령을 따라 해낼 것인가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하다.
그녀는 군인 본연의 자세와 태도를 기본으로 모든 걸 철저히 FM으로 시행하려 하면서도 개개인의 사연에 귀를 기울여 감정을 어루만진다. '흑인 여성'으로서의 이중고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자긍심을 고취시키며 자랑스러워하고 이겨내려 한다. 결정적으로 상관의 부적절한 지시, 즉 흑인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내리는 지시에 불복한다.
군인이라면 상관의 명령은 죽음으로도 따르는 게 맞지만 그녀의 그리고 그들의 본질은 흑인 여성이라는 걸 보여주는 셈이다. 아니러니하게 흑인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부대원 모두가 확고부동하게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불가능한 임무를 해낼 수 있었을 테다.
불굴의 의지로 업무를 해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차별과 멸시의 이야기는 더 이상 그들만의 것이 아니지 않은가. 수많은 사람들, 우리 주변 그리고 나도 겪고 있는 일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