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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하고 임신시키는 건 내가 전문"... 500억 로맨스 폭망의 이유

[리뷰] tvN <별들에게 물어봐>

25.01.22 11:32최종업데이트25.01.2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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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6부작 중 6회까지 공개된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성과 성(性)에 대한 시대착오적 인식을 담은 장면이 곳곳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우주 비행사 '이브(공효진)'와 우주 관광객 '공룡(이민호)'의 로맨스를 담아내며 별에서 태어난 모든 생명체를 예찬하는 휴먼 드라마 성격을 띤다. 하지만, 새로운 에피소드가 공개될 때마다 "성 관념을 다루는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좋지 않다. 500억 원이 투입된 데다 드라마 '파스타' '질투의 화신'의 서숙향 작가가 대본을 쓴 16부작인 드라마의 시청률도 탐탁지 않다. 4일 첫 방송 시청률은 3.3%(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이후 2회에서 3.9%로 올랐으나 3, 4회에서 2%대로 떨어지더니, 18일 5회에선 1.8%로 급락했다. tvN 주말드라마가 시청률 1%대를 기록한 건 2019년 '날 녹여주오' 이후 처음이다.

'섹스' 반복해 언급하는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 속 '공룡'의 모습
<별들에게 물어봐> 속 '공룡'의 모습tvN

드라마는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고자 우주여행을 떠나는 한국을 배경으로 한다. 우주에서 난임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유전적 결함이 있는 정자도 무중력 상태에서는 회복된다는 사실이 알려진다. 이 소식을 접한 MZ그룹 회장 '재룡(김응수)'은 700억 원을 지불하며 산부인과 의사 '공룡'을 우주로 보낸다. 그러면서 첫째 아들 부부의 정자와 난자를 수정시키면 공룡의 연인이자 둘째 딸 '고은(한지은)'과의 결혼을 허락하겠다고 약속한다.

산부인과 의사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드라마 답게 우주 속에서 여러 교배 실험이 진행된다. 인간의 난임을 해결하겠다는 목표다. 드라마는 생과 사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임신과 출산의 당사자인 여성을 향한 존중이 부재하고, 지나치게 성(性)을 가볍게 다룬 장면들이 많다는 점이다.

드라마 속 캐릭터들은 '섹스'라는 단어를 자주 언급하는데, 굳이 이 단어를 사용해야 했을까 싶은 장면들이 있다. 지휘관인 이브는 초파리의 짝짓기 과정을 지켜보겠다고 예정된 우주선 도킹을 지연시키고, "무중력에서 섹스하고 임신했다"며 경탄한다. 연구원들은 실험체를 보며 "섹스를 잘해서 실험대상으로 골랐다", "이제 치료가 되었으니 섹스와 임신이 될 거 같다"고 말한다. 산부인과 의사인 공룡이 "섹스하고 임신시키는 건 내가 전문"이라고 말하는 장면도 있다.

캐릭터들의 성관계도 가볍게 다룬다. 공룡은 고은과 즉흥적인 성관계 후 연인이 되는데, 우주에서는 이브와 사랑에 빠진다. 반대로 이브는 선배 '동아(김주헌)'와 성관계를 가지며 연인 같은 분위기를 보이지만, 정작 동아는 이브가 우주여행을 떠난 사이에 동료 '태희(이엘)'와 잠자리를 갖는 식이다. 이들에게 성관계는 애정이나 사랑의 깊이보다는 그저 하고 싶을 때, 내킬 때 하는 것처럼 비친다.

시대착오적 인식도 문제

이에 그치지 않고 드라마는 시대착오적 인식도 드러낸다. 1화에서 공룡은 친모가 죽고 엄마의 친구들에게 키워진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그는 태어났을 때 "담배 향에 찌들었어도 이모들의 가슴은 크고 안전했다"고 느꼈고, 고등학생이 되자 그들이 자신 때문에 '술집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남성들과 뒤엉켜 노래를 불러주는 이모들의 정체는 사실상 성 노동자다. 공룡은 이들에게 "(내가) 공부하게 무슨 짓을 해서라도 돈을 벌어오라"고 종용한다.

담배를 피던 고등학생 공룡은 "손님에게 돈을 받지 못했다"고 토로하는 이모의 말을 듣고 손님에게 달려가 "예쁜 여자들이랑 놀았으면 양심이 있어라"고 싸움을 벌인다. 자신을 길러준 이모들을 '예쁜 여자'라 지칭하며, 손님에게 돈을 받아내는 모습 역시 자연스럽지 못하다.

우주에 가서도 공룡의 문제적인 발언이 이어진다. MZ그룹 회장의 지령에 우주로 향한 공룡은 동료가 몰래 반입한 술에 취해 이브를 찾아간다. 그는 "맨날 임산부만 보니까 여자는 환자처럼 보였는데 당신과 무중력이 내 마음을 붕 뜨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강제로 문을 비집고 들어간 공룡의 취중 진담은 설렘보다 자칫 폭력적인 행동으로 비칠 수도 있다.

'공룡' 캐릭터를 두고 시청자들은 게시판 등에 "2025년에 나올만한 캐릭터가 아닌 거 같다", "이모들에게 성 노동을 권유하는 공룡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 사고관을 지닌 캐릭터로 휴머니즘을 보여준다는 게 상상이 안 간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 끊길까 걱정하는 사람들

 <별들에게 물어봐> 속 '고은'의 모습
<별들에게 물어봐> 속 '고은'의 모습tvN

드라마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생명'을 바라보는 인식도 부적절하다. 생명을 혈통을 잇는 수단과 소유의 개념으로 보는 가부장적 시각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별들에게 물어봐> 속 여성 캐릭터는 대부분 임신과 출산으로 엮여 있다. 공룡은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던 시절 교통사고로 재벌 딸 '고은(한지은)'을 만난다. 고은은 자궁 외 임신으로 출혈을 보였고 급하게 응급수술을 치렀다.

하지만 고은의 아버지이자 MZ 그룹 회장은 "네가 없애 버린 유전자가 어떤 유전자인지 아느냐"며 "내 딸이 더 이상 애를 갖기 힘들다고 하더라. 네가 집안 대를 끊어 놨다"며 응급수술 한 공룡에게 책임을 돌린다.

고은의 임신은 당사자가 원하지 않았고, 낙태 수술 또한 그를 살리기 위해 진행됐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계속해서 "딸이 애를 더 이상 못 낳아서 대가 끊겼다"고 말하고, 그의 전 남자 친구이자 공룡의 우주선 동료 '강수(오정세)'는 "세상에서 짧게 머물다 간 나의 아이를 살려내라"고 따진다. 이들은 고은이 임신하고 낙태하는 과정에서 겪은 상처보다 가문의 대가 끊길까, 혹은 자신의 아이를 잃었다는 생각에 분개한다.

또 다른 여성 캐릭터의 임신 과정을 담는 장면에서도 비슷한 문제점이 드러난다. MZ 그룹 회장의 아들은 유전적으로 찌그러진 정자를 갖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이를 남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다. 이후 무중력 상태에서 찌그러진 정자가 펴진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회장은 공룡을 우주로 보내며 월권에 가깝게 치료 과정을 주도한다.

그는 지구에서 실험 소식을 전해 받으며 며느리의 의사와 무관하게 실험 방식을 바꾸고, "그 아이는 내 유전자이니 너(며느리)는 몸이나 만들라"고 타박한다. 회장의 방식대로 아이를 키우지 않겠다는 며느리의 말에는 이미 수정된 배아 세포를 폐기하겠다고 협박하며 "이 과정의 주체가 너고 엄마도 너라면 무슨 선택이라도 내려보라"고 비꼰다.

"회장님의 손자가 만들어졌다"고 소식을 전하는 직원, "가문의 대가 이어졌다"고 감격하는 회장. 그 안에서 당사자인 며느리의 목소리는 소거된다. 드라마는 임신과 출산에 얽힌 가부장적이고 구시대적인 인식을 비판 없이 답습한다. 공효진과 이민호라는 스타 배우의 출연, 500억이라는 제작비용,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를 내세웠지만 드라마가 매력적이지 않은 이유다.

 <별들에게 물어봐> 메인 포스터
<별들에게 물어봐> 메인 포스터tvN
별들에게물어봐 WHENTHESTARSGOSSIP 이민호 공효진 한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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