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아수라처럼> 관련 이미지.
넷플릭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감독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뽑는다. 그는 일본 심연과 수치를 들여다보며 일본 자체를 드러내려 한다. 그런 한편 그의 작품은 지극히 일장적이면서도 파격적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아수라처럼>은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 이후 2년 만에 돌아온 드라마다. 그런데 이 작품, 스토리 라인과 캐스팅과 분위기와 메시지 등까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총집합이다. 좋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평범하기 이를 데 없어 보이는 가족, 그 중심에 사이좋아 보이는 네 자매가 있다. 그런데 어느 날 70대 아버지의 불륜 소식이 들려온다. 그것도 꽤 오래되었고 어린 자식까지 있는 것 같단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네 자매의 러브 스토리가 뒤죽박죽이다. 누구 하나 평범하지가 않다. 평범과 일상 그리고 충격과 공포가 뒤섞인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특기가 제대로 발현된다. 그것도 2시간짜리 영화가 아니라 7시간에 다다르는 드라마로. 그런데 7시간 내내 네 자매의 이야기로 쪼개 보여주니 지루할 수도 있다.
나아가 아무래도 긴 러닝타임이다 보니 특별한 사건이 아닌 평범한 일상을 그려낸다. 시시콜콜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다. 물론 후반부로 갈수록 사건과 사건이 줄을 이루고 사람과 사람이 대면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간격이 짧아지니 촉발되는 감정싸움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아수라장처럼 혼돈으로 빠져드니 점점 흥미진진해진다.
유기적으로 들여다보는 여성 주체 이야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아수라처럼>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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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는 고대 인도 신화에서 비롯되었는데 다양한 신체와 인격을 갖고 있으며 끊임없이 싸움을 즐기는 반신 종족이다. <아수라처럼>에서 네 자매를 '아수라'라고 칭한 듯하고 그들이 처한 상황을 아수라장이라고 표한 듯하다. 네 자매를 보면 몸은 하나인데 다양한 신체와 인격의 아수라가 연상된다. 그들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웃어젖히다가도 단번에 문제의 핵심으로 파고든다.
그 자체로 여성 주체의 이야기다. 1970년대 일본이 배경으로 네 자매 모두 남자 때문에 힘들어한다. 다름 아닌 집안의 가장인 아버지가 당사자이지만, 그들은 직접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해결하려 한다. 종잡을 수 없기에 서로가 서로를 공격할 때도 있지만, 더 이상은 나아가지 않고 결국 함께한다.
네 자매의 사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 등 작품을 이루는 모든 게 유기적이다. 끊임없이 움직이며 진전을 이룬다. 하여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끊임없이 이어질 것 같다가 순간적으로 너무나도 중요한 이야기로 넘어가는 식이다. 픽션이지만 우리네 일상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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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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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아버지의 불륜 이후 드러난 네 자매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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