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을 든 스님스틸컷
슈아픽처스
민주주의의 양면성, 생각해본 적 있는가
영화는 총을 사려는 이들과 지키려는 이들 한 편으로, 부탄 시골마을에 내려와 선거를 준비하는 이들의 작업 또한 함께 담는다. 낙후된 시골마을이 마음에 들지 않는 시골사내가 있고, 그는 개발을 외치는 정당의 선거운동을 도우며 더 나은 세상을 꿈꾼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변화를 원치 않는 이들이 대부분으로, 지금 이 대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삶이 아니냐고 말한다. 그들의 대립이 그저 정치적 차이가 아닌 차별과 혐오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이 영화는 느슨하면서도 자연스레 드러내고 있다.
선거가 필요 없던 나라, 국왕이 선정을 펼치던 국가가 민주주의 국가로 변환되는 과정을 영화는 과연 진보냐고 묻는다. 빨강과 파랑과 노랑으로 나누어 예비선거를 치르는 이들은 국왕의 상징색인 노란색을 택하고, 선거를 위해 해야 한다는 선거인 명부 등록 절차도 좀처럼 따르려 들지 않는다. 선거와 정치가 있어 좌우로 갈라져 서로를 적대시하는 갈등이 생겨나는 이색적 광경이 과연 행복한 삶과 더 나은 제도 가운데 무엇이 중요한지를 되물어 온다.
민주주의가 있어 한국에서의 삶은 행복한가. 민주주의가 우리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가. 민주주의와 정치가 지켜내는 것이 무엇인지를, 또 그것이 망치고 있는 것이 무언지를 우리는 한 번이라도 깊고 자유롭게 생각해 보았는가. <총을 든 스님>이 그저 저 멀리 부탄이라는 작은 나라의 소동극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윤석열 당선과 내란, 나아가 좌우로 갈라져 부딪는 참담한 한국의 정치가 이 영화가 겨냥하는 바와 완전히 동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