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언은 철저하게 자신의 삶의 모든 것을 통제하며 살아간다.
MBC
그런데 이들 부부에게 위기가 닥친다. 납치됐다 살아난 희주에게 수시로 협박 문자가 날아오고, 사언은 폭탄테러를 당한다. 희주가 대통령실 수어 통역사가 된 뒤 함께 간 야유회에서는 누군가 희주를 밀어 추락시키는 사건도 벌어진다.
'목숨을 위협하는' 이런 사건들을 겪으면서 둘은 서로 의존하기 시작한다. 앞서 희주는 냉랭하기만한 결혼 생활을 끝내고픈 마음으로 납치됐을 때 획득한 협박범의 전화로 사언에게 전화를 건다. 이를 통해 희주는 사언의 진심을 깨닫는다. 그가 어릴 적부터 자신에게 의지해왔으며, 결혼 또한 희주를 위한 선택 중 하나였다는 걸 말이다. 여전히 자신의 진짜 모습을 사언에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던 희주는 산에서 추락하던 날, 자신을 구하러 오는 사언을 보며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사언은 병원에 있는 희주를 정성껏 돌본다. 필요한 물건들을 챙겨다 주고, 머리를 감겨주며, 곁을 지킨다. 희주 역시 이런 사언의 손길에 자신을 맡긴다. 이렇게 돌보고 의존하는 관계 속에서 희주는 마침내 용기를 내어 사언에게 자신이 납치범의 전화로 사언에게 전화를 건 406이라고 말한다. 사언은 이런 희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이후 희주는 달라진다. 입을 열어 말하고, 엄마에게도 "이제 엄마 말 듣지 않고" 나로 살겠다고 선언한다(10회). 사언에게 전적으로 돌봄 받고 의존하는 경험을 하면서 마침내 '진짜 자기'로 살게 된 것이다.
사언도 마찬가지다. 희주가 진짜 모습을 드러낸 후, 사언 역시 '가짜 자기'를 벗어던질 각오로 범인을 찾는다. 그 과정에서 다치고, 화상을 입고, 죽을 고비를 넘기지만, 그때마다 사언은 희주와 함께한다. 희주 역시 "지금까지 알던 백사언이 아니어도 상관없냐"고 묻는 사언에게 "당신도 상관 안 했잖아. 말할 수 없는 홍희주, 말할 수 있는 홍희주, 다 알면서도"라며 사언을 있는 그대로 받아준다. 사언 역시 화재 사고로 입원했을 때, "잠들 때까지 옆에 있어 달라"(9회)며 희주에게 의존한다.
그리고 마침내 10회 말미 사언은 "나는 백장호의 손자도, 백의용의 아들도 아니다"며 가짜 자기를 벗어던지고 "홍희주의 남편"이라는 진짜 자기를 드러낸다. 사언도 '진짜 나'로 살기 시작한 것이다.
의존과 독립은 반대가 아니다
▲'가짜 나'로 살아가던 부부 희주(채수빈)-사언(유연석) 커플은 서로 의존하며 '진짜 나'를 찾아간다.
MBC
이처럼 희주와 사언은 서로 의존하고 돌보는 가운데 '가짜 자기'를 벗어던지고 '진짜 자기'를 되찾았다. 일련의 사건들이 모두 해결된 후, '진짜 자기'로 상호 의존하며 살아가는 이 부부의 모습은 무척 편안해 보였다(12회).
사실 이는 심리학적으로도 그렇다. '진짜 나'로 살아가는 것과 관련해 많은 질문을 던진 대상관계 심리학자 도날드 위니콧은 사람이 '참 자기'로 살아가려면 '전적인 의존'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양육자에게 마음껏 의존하고, 충분한 보살핌을 받으며, 욕구를 충족하는 경험을 해야, 자신만의 모습으로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양육자가 아이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않거나 평가적으로 대하면, 아이는 마음껏 의존하지 못하고, 양육자의 사랑을 받기 위해 애를 쓰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참 자기'가 아닌 양육자의 마음에 들기 위한 '거짓 자기'를 발달시키게 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언제부턴가 '독립'과 '의존'을 서로 반대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독립'에 더 큰 가치를 두며 '의존'과 '돌봄'을 터부시해왔다. 나는 개인의 성취만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와 세상을 이분화하고 위계 짓는 가부장문화의 콜라보가 이런 흐름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돌봄과 의존을 터부시한 결과는 코로나 펜데믹을 거치고, 노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여러 가지 사회적 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 돌봄에 대한 논의들이 새롭게 일어나는 건 이런 문제들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상담실에서도 그렇다. 상담을 통해 '진짜 나'로 살아가게 되는 건, 상담실에서 상담자에게 의존하고 돌봄 받는 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상담자에게 자신의 약한 모습을 마음껏 드러내고 의존하는 경험을 하면서, 내담자들은 보다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자기 자신이 되어간다. 그리고 이렇게 '진짜 나'로 살아갈 때 타인에게 더 잘 의존하고 동시에 타인을 보다 잘 돌보게 된다. 즉, 의존을 통해 독립을 하고, 독립해 '자기 자신'으로 살게 되면 타인과 더 잘 도움을 주고받는 선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2025년을 우리는 혼란과 큰 슬픔 속에서 맞이했다. 이럴 때일수록 의존하고 돌보는 공동체의 힘이 더욱 필요할 때다. 그러니 올해를 '나는 지금 잘 의존하고 돌보고 있나'라는 질문과 함께 시작해 보면 어떨까. 서로를 돌보면서 '자기 자신'을 찾아간 희주와 사언을 기억하면서 말이다.
▲사언과 희주는 서로 의존하면서 각자가 '잔짜 자기'의 모습을 찾아간다.
MBC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글쓰는 상담심리사. 심리학, 여성주의, 비거니즘의 시선으로 일상과 문화를 바라봅니다.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기'를 소망합니다.
공유하기
언론사주 딸과 대통령실 대변인의 정략 결혼, 찐 사랑된 비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밴드
- e메일
-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