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사소한 것들" 스틸영화 스틸 이미지
그린나래미디어(주)
20세기 아일랜드 근현대사에 지우지 못할 상흔으로 기록된 해당 사건은 수많은 대중문화의 암흑 소재로 일찌감치 채택된 바 있다. 사건 파장이 생생하던 2002년, 피터 뮬란 감독에 의해 <막달레나 시스터즈>가 제작되어 베니스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획득하며 아일랜드, 나아가 서구에서만 알려졌던 막달레나 수녀원 사건을 그야말로 전 세계에 공유하는 데 일조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주인공 빌 펄롱의 결단으로 향하는 도상에서 그를 사방에서 옥죄는 '작은 사회'의 폐쇄성과 수천 년 넘게 뿌리내린 종교기관의 압력을 섬세한 톤으로 그려낸 데 반해, 2002년 영화는 좀 더 본격적으로 인권 유린 실체와 피해 상황을 묘사한다. 역사적 사건의 실체에 더 근접하려면 <막달레나 시스터즈>를 보시길 추천한다.
대신에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세심한 터치로 제목에 농축되어 있듯 주인공이 결심하는 과정에서 그가 처하게 되는 정신적 압박을 강조하기에 집중한다. 막달레나 수녀원의 끔찍한 실체는 거의 최소한으로만 들춰낸다. 관객이 실제 사건으로 건너뛰어 버리면 영화가 자체의 전개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대신에 그저 극화된 현장 르포로만 변형될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마치 두 편의 기념비적 영상화가 동전의 양면처럼 상호보완적 구조를 취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자비와 박애를 내건 종교가 실제로는 부를 축적하고 범죄를 은폐하는 위악에 대해 소리 높여 폭로하고 분노하는 <막달레나 시스터즈> vs 침묵과 굴종을 강요하는 은밀한 권력에 대해 종교의 진정한 의의라 할 양심과 연민을 고심하는 소시민의 선행을 조명한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여전히 경각심을 가져야 할 실제 사건에 접근하기 위한, 같은 도착점 목표를 향해 서로 다른 방향을 취한 두 개의 행진 경로인 셈이다.
그렇게 위대한 선례와 차별화를 고민한 영화는 한 평범한 중년 가장이 자신과 가족의 안온한 삶을 송두리째 위기에 처하게 할지도 모를, 하지만 진정한 이웃이자 신앙인이라면 마땅히 택해야 할 크리스마스 선행으로 향하는 순례의 여정을 관객에게 찬찬히 보여주기에 전력을 집중한다. 정제된 연출에 힘입어 정갈하고 동화적인 분위기를 풍기지만, 주인공이 느끼는 고뇌와 주변의 압박을 보고 있자면, '우리라면 저 상황에서 과연 어떻게 할까?' 성찰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그런 차분한 전개 끝에 일어나는 '작은 기적'은 냉정한 관객의 가슴을 어느 순간부터 녹여버릴 테다.
자극적인 외형적 과시 보여주기, 진영논리에 편승한 편 가르기가 낭자한 요즘 우리 현실에서 이야기 속 빌 펄롱의 작지만 위대한 결단이 과연 어떻게 윤곽을 갖춰가는지 참을성 있게 집중하다 보면, 여전히 많은 소박한 연대와 온정이 거창한 구호보다 세상을 밝고 따스하게 만든다는 진실에 닿게 될 테다.
그 순간 함박눈이 세상의 오욕을 뒤덮듯 관객의 가슴도 정화의 기적과 잇닿고 말 것이다. 영화의 여운을 좀 더 오래 간직하고자 원작 소설로 자연스럽게 손길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작품정보>
이처럼 사소한 것들
Small Things Like These
2024|미국, 아일랜드|드라마
2024.12.11. 개봉|98분|12세 관람가
감독 팀 밀란츠
출연 킬리언 머피, 에밀리 왓슨 외
원작 클레어 키건,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
수입/배급 그린나래미디어㈜
공동배급/제공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공동제공 라이카시네마
2024 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개막작/은곰상(조연상–에밀리 왓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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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돈은 안되지만 즐거울 것 같거나 어쩌면 해야할 것 같은 일들을 이것저것 궁리합니다.